경이로운 놀이는 새로운 기술과 함께합니다. 첨단 기술에 상상력을 더하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작품과 놀이가 생겨나죠. 드론을 이용해 밤하늘에 춤추는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새의 시선으로 하늘과 대지를 바라보며,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연주합니다.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이야기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기억하시나요? 평창의 밤하늘을 캔버스 삼아 1,218대의 드론 쇼가 펼쳐졌죠. 어둠 속에서 별똥별(드론)들이 날아와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를 그리며,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들뜨게 했을까요? 올림픽의 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건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예술적 가능성을 더합니다. 그 가능성에 상상력이 더해져 새로운 예술이 펼쳐질 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그 기술을 보게 됩니다.
드론의 살아있는 움직임
최근 드론은 하늘이 아닌 영화와 무대에서도 많은 활약을 하고 있어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erich) 라파엘로 단드레아 교수팀의 프로젝트인 ‘스파크드(Sparked)’에서는 8개의 전등갓이 공중에서 춤을 춥니다. 마치 만화영화에서처럼 등불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죠. 날아다니는 전등갓 안에는 드론의 몸체가 숨어 있습니다.
이 연출을 위해 사람과 사물의 움직임을 디지털 정보로 옮겨주는 모션캡쳐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단드레아 교수는 “적용 가능한 알고리즘만 개발할 수 있으면 자유자재로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더 정밀한 알고리즘과 드론 기술이 발전된다면 만화 같은 순간이 실생활에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것입니다.
드론으로 새롭게 보기
‘이 몸이 새라면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라는 동요를 기억하시나요? 왜 새가 되고 싶은 걸까요? 그건 아마도 새의 시선으로 구름 위를, 내가 사는 동네를 혹은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싶은 게 아닐까요. 대지의 시선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을 드론을 통해서 관찰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날아다니는 새라면 혹은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싶나요?
날 수 있다고 해도 맨몸으로는 위험한 불꽃놀이의 그 한복판을 드론이 유영합니다. 영상을 보고 있자면 생생한 화면에 빠져 어디선가 불꽃의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뜨거운 불똥이 튈 거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생함을 전해주는 드론의 기술은 예술과 놀이로써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멀리서나 가까이에서, 아래에서나 위에서, 밖에서나 안에서도 한결같이 아름다운 건 자연 아닐까요? 드론은 탐험에 최적화되어있어요. 공간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으니까요. 드론을 날리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어느 풍경의 정수리까지 보게 되면 왠지 마음이 그 공간과 시원하게 통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드론이 연주하는 음악
드론의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면서 유쾌한 실험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중 하나는 드론을 이용한 연주입니다. ‘플라잉 로봇 록스타(Flying Robot Rockstars)’라는 영상에서는 드론이 여러 악기를 연주하죠. 스탠리 큐브릭의 기념비적인 SF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흐르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교향시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드론으로 연주합니다. 이 곡은 라이브로도 연주되었습니다.
악기연주는 정교함이 매우 중요하죠. 박자와 음을 알맞은 타이밍에 연주해야 하니까요. 악보와 드론의 알고리즘 모두를 컨트롤하는 건 아직 쉽지 않아 보이지만 드론이 더욱 대중화되고, 안정성이 보완된다면 우리도 한 번쯤은 드론을 이용한 연주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법에서 예술로
SF 소설가 아서 클라크가 남긴 ‘과학 3법칙’ 중 세 번째 법칙은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사람이 지금의 대중화된 스마트폰을 보면 분명 마법이라고 여기겠죠. 우리 주변엔 이미 과학기술을 이용한 수많은 마법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어느 놀이꾼과 예술가는 그 마법을 이용해 새로운 놀이와 예술을 발견할 준비를 하죠. 자, 여러분은 어떤 마법을 준비하고 있나요. 그리고 드론으로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김준수(몬구)
김준수(몬구)
뮤지션 (몽구스, 몬구)과 문화예술교육가로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음악이 흘러야 하는 곳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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