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마음은 보이지 않기에 잘 몰라도, 겉으로 보이는 몸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해볼까요. 오늘 여러분의 몸은 안녕하신가요?
현대인은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몸을 점점 더 웅크립니다. 엄청난 아이러니입니다. 몸을 웅크리고서는 호기심 가득한 탐험이 어렵습니다. 만약 엄청나게 신나고 근사한 댄스 음악이 흐른다고 해도 몸이 굳어있다면 그 음악의 리듬과 그루브를 충분히 느낄 수 없습니다. 음악뿐 아니라 모든 놀이와 예술활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몸으로 세상을 만나죠. 몸은 자아인식의 가장 기본입니다. 오늘은 몸을 예술적으로 과감히 활용하는 움직임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Image by : Ted Kerr
사진출처 : http://www.cmaj.ca/content/180/7/740
내 몸 구석구석 이야기 발견하기
‘바디 매핑(Body Mapping)’은 먼저 자신의 몸을 실물 크기로 그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몸을 그리면 자기 몸의 크기와 형태를 객관적으로 보기 쉽습니다. 그곳에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 단어를 사용해서 내 몸에 살고 있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렇게 자신의 몸 구석구석까지 탐구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발견된 이야기들로 우리는 창의적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삶이 있고 고통이 있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희망과 잠재력을 가진 장소이기도 하죠. 이 활동은 스스로가 몸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하는지를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바디매핑은 예술 활동에서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쓰이기도 합니다.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참여자들은 마음의 걱정과 신체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바디매핑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립니다. 몸은 그 자신의 세계이기에 삶과 몸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스토리텔러입니다.
지혜의 통로 ‘몸’을 깨우는 파쿠르
‘파쿠르(Pakour)’는 사실 놀이나 체육활동보다는 캠페인에 가깝습니다. 흔히들 파쿠르를 영화 <야마카시(Yamakasi)>와 혼동해서 장애물을 뛰어넘고 묘기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아닙니다. 주변 환경을 빠르게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파쿠르의 목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몸은 잊고 있던 자신의 신체능력을 깨우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파쿠르는 ‘자연훈련법’ 창시자인 조르쥬 에베르의 ‘유용해지기 위해 강해져라(To be strong to be useful)’를 모토로 합니다.
파쿠르는 대중의 걱정과 달리 위험하지 않으며, 익스트림 스포츠는 더더욱 아닙니다. 파쿠르제너레이션즈 코리아에서는 ‘나와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진정한 지혜의 통로는 ‘몸’이라고 소개합니다. 아무 장비 없이 달리기, 도약하기, 올라가기, 네발 걷기 등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서 지형지물을 자유롭게 극복하는 경쟁이 없는 트레이닝입니다. 파쿠르는 연령, 성별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자기 수양을 통해서 용기를 얻는 동시에 자신의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파쿠르는 기능적인 힘과 체력, 균형감각, 공간인식, 민첩성, 협응력, 정밀함, 통제와 창의적인 상상력 등 움직임에 필요한 근본적인 속성들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바디퍼커션, 내 몸의 소리 듣기
박수가 바디퍼커션(Body percussion)에 포함된다면 우린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바디 퍼커션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생아부터 박수를 쳐왔으니 말이죠. 바디퍼커션은 우리 몸을 악기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입 모양을 달리해서 소리를 내며 입을 두드리거나, 바닥을 쿵하고 밟기도 하고, 허벅지나 엉덩이 치면서 다양한 소리를 연출합니다.
지금 바로 아주 간단하지만 강력하고 유명한 리듬을 마스터해볼까요? 그건 바로 퀸(Queen)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입니다. 쿵쿵따아~ 쿵쿵따아~ 발을 두 번 구르고, 박수 한 번. 모두가 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리듬이자 힘찬 그루브입니다. 자신의 몸이니 그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중에 발바닥이나 자기 이마를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몸의 가능성을 더 열어둔다면 몸으로 낼 수 있는 소리와 리듬도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몸은 하나의 멋진 세계
모든 몸은 아름답다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동의한다면 자신의 몸은 말할 것도 없고, 있는 그대로의 타인의 몸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몸을 이용한 예술활동에 더욱 자유로워지겠죠. 가장 쉽게 몸을 움직여 가질 수 있는 기쁨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지금 당장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경험할 수 없고,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몸을 이용한 기쁨 가득한 놀이와 움직임의 시도는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적 경험입니다. 실생활에서 매분, 매시간 놀이를 멈추지 마세요. 우리의 몸은 이미 다양한 표정과 활력 넘치는 인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김준수(몬구)
김준수(몬구)
뮤지션 (몽구스, 몬구)과 문화예술교육가로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음악이 흘러야 하는 곳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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