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사업 2차 기획 워크숍이 열렸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추진단(이하 ‘추진단’)과 5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 등이 참석하여 사업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협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경남, 세종, 대전, 전남, 인천 등 5개 지역센터가 참여하고 있고, 교육진흥원에서도 만 50~64세 신중년을 위한 ‘삶과 나이’란 테마로 <문학과 함께 한 달 살아보기> <자연과 함께 한 달 살아보기> <품격 있는 고난으로 한 달 살아보기> 등 3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지역센터와 추진단, 교육진흥원이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기존의 공모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센터를 대상으로 사업의 취지와 방향을 알리면서 먼저 지역센터별 수요조사가 이뤄졌고, 참여를 희망하는 지역센터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추진단과 교육진흥원이 그에 대한 컨설팅과 협업을 하는 형식을 취했다. 1차 워크숍에서는 각 지역센터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추진단의 질의응답과 적극적인 조언이 이뤄졌고, 이번 2차 기획 워크숍 역시 지역센터, 추진단, 교육진흥원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추진단의 자문 의견을 듣고 향후 일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사업 2차 기획 워크숍
각자의 기반에서, 삶을 전환하기
각 지역센터 프로그램을 간략히 살펴보면, 경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고마운 내 인생, 쓸만한교(校)’를 타이틀로 국가산업단지 근로자와 퇴직자 등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찾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오늘부터 우리 삶을 디제잉하다>는 “스토리텔링과 음악으로 풀어보는 착했던 내 인생“이라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한 참가자는 “비로소 제 삶에서 제가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세종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한국영상대학교와 함께 ‘청춘문화 VJ’라는 미디어・영상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2012년 11만 명에서 2018년 30만 명으로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인구 비중이 높은 세종시의 특성을 고려하여 중・장년층 간 소통의 장을 만드는 계기로 삼았다. 신중년 세대와 FGI를 진행하면서 ‘노하우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고 싶다’는 의향을 파악했고, 대학생 등 젊은 세대와 상호 멘토링할 수 있는 과정으로 추진하고 있다.
  • 경남센터 <오늘부터 우리 삶을 디제잉하다>
  • 세종센터 ‘청춘문화 VJ’
대전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꽃보다 작가, 일상탈출’을 진행하고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션’과 ‘소셜 네트워킹’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을 기반으로 시범사업을 구성하였다. 특히 기획부터 실천까지 스스로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자 다섯 명의 기획자와 119 기획단이라는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새로운 소통구조를 만들고 있다. 119 기획단의 요청에 따라 사전 수요조사를 포함한 FGI를 진행했으며, 총 12회차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전남 구례와 장흥에서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아따매(아저씨와 아줌마의 따뜻한 매순간)! 앵콜!’이다. 또한 도시와 달리 60세 청년회장이 나오기도 하는 농촌 지역에서 생애전환기는 은퇴 시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전환’과 ‘여유’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동안 청소년과 노인에 집중되어 있던 사업에서 중간 세대, 성인 대상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등 다양한 참여자의 이야기를 담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기초문화재단,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기관과 협력사업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은퇴자, 주부, 직장인 등 다양한 참여자가 삶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인문학 강좌를 앞부분에 배치하고 후반부에는 글쓰기, 구술 생애사를 진행한다. 아카데믹한 구성에 대한 참여자 반응은 엇갈리지만, 자유롭고 적극적인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 대전센터 ‘꽃보다 작가, 일상탈출’
  • 전남센터 ‘아따매’(장흥)
  • 인천센터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
가지 않은 길로, 생애를 전환하기
이렇게 각 지역의 특성과 수요 분석, 협업구조 등을 고려하여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업에 대하여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추진단은 따뜻한 격려와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추진단에는 고영직 문학평론가, 백현주 수원시 평생학습관 기획실장, 신동호 코뮤니타스 대표,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정원철 추계예술대학교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지역센터 담당자들은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추진단의 컨설팅이 시범사업의 방향을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사전에 프로그램을 점검해보는 기회도 되고,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미리 예견해 보기도 한다.
고영직 문학평론가(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추진단장)는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가 기존의 노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달리 ‘전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능 교육 중심이 아니라 활동으로, 외부가 아니라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내 몸의 관행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하는 점도 중요하게 언급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다.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 (각 사업에서) 겪고 있는 것 같다. 동학에는 향아설위(向我設位)라는 개념이 있다. 나를 향해서 제사를 모시는 것이다.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도 밖이 아니라 나를 향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고영직(문학평론가)
서로를 이해하며, 협력으로 전환하기
올해 지역 협력이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협력의 방식이 전환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업 추진 시, 단순 심사방식이 아닌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택하여 함께 서로의 내용을 돌아보고 필요성을 공유하였으며, 계속적인 논의와 컨설팅 등을 통해 방향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하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지역센터는 좀 더 지역의 입장에서, 지역의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었다. 또한 평가와 컨설팅이 동시에 진행되는 공모사업과 달리 추진단의 컨설팅은 ‘하나의 목표’를 향한 열린 형식이어서 지역센터가 좀 더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사업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모두 ‘협력’이 키워드가 된 탓이다.
올해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시범사업은 대부분 11월 말쯤 마무리된다. 추진단 구성, 지역센터 수요조사, 시범사업 확정, 지역센터 방문 컨설팅, 기획 워크숍, 모니터링 등 숨 가쁘게 이어온 사업 일정도 거의 끝나간다. 여기에 더하여 12월 14일에는 생애전환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올해 시범사업을 내년으로 이어갈 계획도 준비 중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협력해야할지 몰랐지만, 생애전환 사업 경험을 통해 지역과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을 추진해야할지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는 지역과의 새로운 방식의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시도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센터는 자율적 기획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수 있었고, 교육진흥원에서는 사업 관리의 입장을 벗어나 지원하고, 함께하는 따뜻한 협력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임선영(교육R&D팀 팀장)
사진협조 _ 경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세종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대전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사진없음
정리 _ 프로젝트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