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방방곡곡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고 있을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은 이러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가진 국내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해외 탐방을 지원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여 국내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2015년부터 글로벌 문화예술탐방 프로젝트 를 진행해 오고 있다. ‘A’는 ‘Arts Education’의 약자이며, 해외 문화예술교육의 현장 ‘주변(around)’을 살피고, 그 결과를 국내 관계자들과 공유하고 현장에 적용하여 ‘순환(round)’을 이룬다는 뜻이다.
지난 1월 23일(화), 교육진흥원은 2017년도 참가자들의 해외 탐방 결과를 공유하고, 국내 현장에서의 적용을 탐색하는 자리인 <A-round> 오픈 스튜디오(이하 오픈 스튜디오)를 개최하였다. 오픈 스튜디오는 해외 현장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조사연구형’ 발표로 이루어진 1부와 실제 방법론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개발형’ 시연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이 경험한 해외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국내 관계자들과 함께 나누는 순환의 자리, 오픈 스튜디오의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1부 – ‘조사연구형’ 발표
촘촘한 네트워크 위에서 예술로 크는 아이들
싱가포르 영유아 문화예술교육기관 탐방
1부 ‘조사연구형’* 발표는 진흥원 12층 KACES 홀을 가득 메운 약 120여 명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10여 분의 발표와 인터뷰,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싱가포르 탐방을 통한 아삭바삭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튀기기’라는 주제로 영유아 통합예술교육 기관 방문조사 및 연구를 진행한 싱가포르팀이었다. 유지선(영화), 김민영(공예), 노하나(사진) 예술강사로 이루어진 싱가포르팀은 207년 10월 2일부터 8일까지 6박 7일 동안 싱가포르의 플레이엄 어린이창작센터(Playeum, Children’s Centre for Creativity), 아트 그라운드 영유아 창작센터(The Art Ground),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The Singapore Art Museum), 입주 작가 레지던스 길만 바락스(Gillman Barracks)를 방문하여 사례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함께 발표하였다.
* 조사연구형: 문화예술교육 활동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탐방활동을 다녀온 후, 리서치 보고서 발표 및 토론을 진행하는 탐방 유형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우, 유아를 대상으로 한 연령별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에서는 영유아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부모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영유아들을 위한 공간과 인력구축을 위해 각 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후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을 제시하며 국내 영유아 예술교육 현장에 필요한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발표 후 이어진 인터뷰와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팀원들이 입주 작가 레지던스 길만 바락스의 예술가들을 인터뷰하며 들은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입주 작가들이 처음부터 영유아를 교육하러 온 것은 아니었으나, 어린이창작센터와 연계하여 영유아 대상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를 통해 작가와 예술교육 기관 사이의 네트워킹이 영유아 문화예술교육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참가자들은 해외 탐방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외 기관과 연결하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배웠고, 다녀오고 나서는 탐방 기간 동안 만난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며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참가 소감을 전하는 모습에서 프로젝트를 통한 개개인들의 성장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협업으로 가까워지는 예술,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문화
삶 중심의 독일 문화예술교육 기관 탐방
두 번째 발표는 ‘삶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독일 문화예술교육기관 방문조사 및 연구를 진행한 독일 팀이었다. 특별히 이 팀은 독일에서 미학 전공 철학박사를 수학한 이선 팀원과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을 진행 중인 강현정 팀원, 학구파로 구성된 점이 흥미를 끌었다. 2017년 9월 22일부터 10월 9일까지 무려 17일 동안 독일의 교육기관과 연방교육연구부, 사회문화센터를 방문을 통해 경험한 사례와 리서치 결과에 대한 깊이 있는 발표가 인상 깊었다.
먼저 이선 팀원이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학교와 자유 사범대학, 베를린 바우하우스 대학과 박물관을 방문한 탐방 과정을 바탕으로, ‘예술교육’은 지능교육이 아니라 ‘휴머니즘’, 즉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삶 속에 예술을 실현하는 것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강현정 팀원이 차례를 넘겨받아 독일이 추구하는 ‘휴머니즘’의 가치가 어떻게 ‘문화교육’ 정책이 되어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실제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강현정 팀원은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undesministerium für Bildung und Forschung)에 방문하여 연방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가 강하게 만든다. 교육을 위한 동맹’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 예술집단, 문화기관이 세 개의 지역 파트너를 이루어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문화교육에 접근하고 생활 속에서 문화를 체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독일 사회문화센터인 ‘메어린 사회문화센터(Kulturzentrum Merlin)’, ‘쿠바 사회문화센터(Kulturzentrum Cuba)’, ‘슐라트호프 사회문화센터(Kulturzentrum Schlachthof)’를 소개하며 위로부터의 하향적 구조가 아닌 아래로부터 시작되어 인간관계와 상호소통 하에 이루어지는 문화교육이 독일의 사회문화센터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이후에 이어진 인터뷰와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여자들이 독일에서의 탐방 과정을 통해 발견한 것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닌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단체들의 연대, 오픈된 분위기에서의 자유로운 토론, 자신의 필요와 관심으로부터 출발해 스스로의 권리를 얻어낼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와 각자가 스스로 세우는 기획이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관계가 핵심이며, 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 것’이라고 강조한 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2부 – ‘콘텐츠 개발형’ 시연 워크숍
놀며 배우는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워크숍
<A-round> 1부의 알찬 발표와 인터뷰, 그리고 열띤 질의응답 시간이 마무리되고, 2부에서는 ‘콘텐츠 개발형’** 팀의 시연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25명으로 구성된 워크숍 신청자들은 11층 A.Lab으로 이동하여 편안한 복장으로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첫 순서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줄리어스 시저’ 시연 워크숍이었다. 연극 예술교육팀 ‘아토아토(ARTO ARTO)’의 구성원인 연극 예술강사 이윤미, 유은정, 안용세 팀원으로 이루어진 ‘줄리어스 시저’ 팀은 11월 1일부터 12일 동안 영국의 로얄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이하 RSC)의 ‘Certificate in Teaching Shakespeare Foundation Course’ 워크숍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워크숍 신청자들에게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콘텐츠 개발형: 자신의 문화예술교육 콘텐츠의 실행경험에서 나온 탐구 주제를 바탕으로 탐방 활동을 다녀온 다음, 기존 프로그램을 보완하거나 콘텐츠(프로그램)를 개발하여 시연 워크숍을 진행하는 유형.
프로그램은 <줄리어스 시저>의 각 장면들을 직접 경험해 보면서 작품의 줄거리를 이해하고 연극을 완성하기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게임과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걸어 다니다가 만나는 사람에게 지정된 대사를 속삭이면서 ‘소문’이 퍼져나가는 경험을 해본다든가, 시저 암살의 고조되는 분위기를 조각상이 되는 경험으로 표현해 보며 <줄리어스 시저>의 줄거리를 익히는 식이었다. 희곡으로 읽거나 공연을 보았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게 <줄리어스 시저>의 내용을 익히고 연극 만들기에 대한 흥미를 고조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워크숍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시연 워크숍을 통해 “영국의 저명한 셰익스피어 극장인 RSC의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으로 영국 RSC의 <줄리어스 시저>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시행하는 것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워크숍을 진행한 팀원들은 우정과 배신, 소문과 폭력 등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다룬 <줄리어스 시저>의 교육적 의미를 짚어주면서, 한국의 대상자들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당부하였다. 팀원들이 경험한 해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오픈 스튜디오의 참가자들을 통해 앞으로 국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스며들어 갈 모습이 기대되었다.
오감을 자극하는 인터랙티브 교육 연극, ‘요나 이야기’ 워크숍
‘콘텐츠개발형’의 두 번째 순서는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 연극 ‘요나이야기’ 시연 워크숍이었다. ‘요나이야기’는 극단 ‘소풍가는길’의 창작극 제목으로, 극단 구성원인 박선옥, 정희영 팀원은 작품에 등장하는 고래뱃속 장면을 어떻게 형상화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리고 인터랙티브 미디어 공연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Compagnia T.P.O의 ‘버터플라이’ 제작 워크숍과 넌버벌 형식의 환경극을 제작하는 루마니아 델라시베타(La Società della Civetta)극단의 제작워크숍 및 아동극 축제 FITC(Festival International de Theater pentru Copii) 심포지엄에 참가하였다.
시연 워크숍은 대상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반응을 유도하는 프로그램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상자들은 바닷 속 영상과 신비로운 음악 속에서 헤엄치듯 움직여 보기도 하고, 눈을 감고 누운 상태에서 분무기, 제기, 공, 손난로 등의 오브제를 통해 다양한 촉감을 경험해 보았다. 활동이 끝난 뒤에는 느낀 점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비록 고가의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활용한 활동들은 아니었지만, 자극에 반응하고, 그 느낌을 나눈다는 의미에서의 ‘상호작용(interactive)’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들 역시 “오감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어 신선했다”는 소감이 주를 이루었다. 한편으로 고가의 장비와 기술이 필요한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어떻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시연을 진행한 팀원들은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현장에서 바로 실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기술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강조하였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문화예술교육이 만났을 때 훨씬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질 모습이 기대되었다.

“참가자들이 해외 탐방을 다녀와서 배운 것과 새롭게 얻은 문제의식을 나누는 것이 하나의 씨앗이 되고, 여러분들이 생각하신 것이 또 하나의 씨앗이 되어서, 삶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잘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 교육기반본부 김자현 본부장
교육기반본부 김자현 본부장이 <A-round> 오픈 스튜디오를 열면서 전한 말이다. 해외의 현장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그곳에서 발견한 배움과 문제의식을 발전시키며 무르익어 갈 씨앗들이었다. 오픈 스튜디오의 자리를 빛내준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씨앗으로 발아해 갈 것이다. 이러한 순환을 통해 우리의 삶과 일상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그 날을 기대해 본다.

김연수
김연수_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연극 리뷰 및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매거진 K-arts’의 필진으로 활동했으며 ‘연극in’, ‘PIL-ZINE’ 등의 문화예술잡지에 글을 기고하였다. 어린이청소년극의 드라마터그로 활동하는 등 어린이청소년극과 문화예술교육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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