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에게 춤의 신, ‘갓설진’으로 불리는 김설진 안무가. 그는 학창시절 춤이 너무 좋아 친구들과 모여 모든 곳을 무대 삼아 춤을 추었고, 그것이 곧 꿈이 되었다. 근사하고 훌륭한 것을 해내지 않아도 나를 찾는 과정과 시도가 진짜 공부임을 말해주고 싶다는 그는, 2017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을 통해 모교인 제주 제일중학교 학생들과 만났다. 무엇이든 잘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기준을 탈피하여, 자신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는 일이 청소년 시기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김설진 안무가. 그가 춤을 통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자신을 관찰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각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또한 억압되고 제한되었던 주변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생각을 펼치기 위한 춤을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전달했을지 들어보자.
평소 안무를 짤 때, 그냥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주변 소음을 활용해서 춤을 춘다든지, 정해진 틀을 벗어난 춤을 시도해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춤을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굉장히 창의적인 생각, 혹은 자유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해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학창시절, 어른들은 본인들의 기준을 세우고, 아이들이 할 수 없게 막는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행동이 크게 나쁜 행동이 아닌데 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지, 납득되지 않으면 ‘왜?’라고 되물어 보았다. 그것 때문에 많이 혼나기도 했다. 그리고 명언이나 속담을 보면서, ‘왜 그럴까? 진짜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무언가에 대해 음모론을 던지기도 하면서 질문을 무분별하게 던지기도 했다. 그로 인해 오히려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내가 왜?’, ‘왜 이게 안 된다고 생각했지?’, ‘왜 이러지?’라면서 끊임없이 질문 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혹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나 요즘의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김설진 안무가의 경험을 덧대어 전달해주었으면 한다.
먼저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아이들이 정말 꿈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 이유가 근사하지 않아서,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하지 않으면 어떤가. 사람이 어떻게 살면서 한없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나쁜 짓도 하고, 때로는 결핍된 무언가 때문에 힘들기도 할 것이다. 다만, 그것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청소년 시기에 중요한 것은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준다면, ‘왕따’같은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평소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공연 등 창작 활동으로 대중을 만날 때와 교육활동을 하면서 참여자를 만날 때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공연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되게 일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해도 되고, 정답을 꼭 내리지 않아도 된다. 무대 위에서 마음이 가는대로 부숴보기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 좀 더 크게 든다. 그런데 교육은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거나 돌려 말하기보다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달해야 하니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더군다나 성인들과 교육활동을 할 때보다 청소년과 함께 할 때 훨씬 더 조심스럽다. 중․고등학생들이 10년 후에는 사회의 주축이 될 테고, 그들이 자라서 내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더 많이 풍성해져야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지니까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배워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했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순서를 주고 테크닉을 가르쳐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춤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 관찰하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 따라하세요!”가 아니라, 정말 놀이처럼 정신없이 놀다가, 그 과정에서 왜 놀이를 했고, 무엇을 발견했고, 어떤 것을 듣는 사소한 과정들이 무언가 큰 의미를 준다는 것으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컷 놀게 하고, 본인들이 이야기하고 말한 것을 정리하면 자신이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된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아무것도 안한 것처럼 느껴지고, 아이들은 자기가 다 한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자기들끼리 무언가 다른 놀이를 만들어서 노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하고, 내면에 꿈틀되는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독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강조하고자 했던 또 다른 내용은, ‘잘하고 못하고’에 집중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두근거리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또 가장 많이 생각하게 했던 것은 아무래도 소통이었다.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을 해야 서로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고민이 좀 많았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아무래도 몸을 부대끼는 것보다는 SNS나 통신을 통해 소통을 더 많이 하다보니까 실제 관계에 있어서 소통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새로운 소통법을 경험하면서, 한창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부분을 전해줄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염두했다.
교육 활동을 하는 동안 참여자 한 명, 한 명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떤 부분을 느꼈는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나 자신이 더 많이 배우게 된다.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A부터 Z까지 계획을 세워도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청소년의 습성이기 때문이다.
사실 굉장히 오랜만에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는데, 어떻게 하면 더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하면 이친구들이 더 자신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의 존재가 어른 혹은 선생님이라는 존재로 받아들여지면 싫을 것 같아서 함께 고민하고 같이 나아가고 싶은데, 과연 나는 그런 존재였을까? 라는 생각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너무 ‘이게 맞는 거야, 이게 틀린 거야’라며 입장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문화예술교육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10년 전쯤에 처음 예술강사 지원 사업에 참여했었다. 대안학교에서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 작년에는 소년원 아이들과 같이 프로그램해서 춤추고,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학창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
청소년 때는 모든 시기가 굉장히 소란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밖에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이야기도 너무 많고, 그 안에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삐뚤게도 나가보고, 원치 않게 소심해지기도 할 것이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리고 처음 경험하는 것이 굉장히 많아서,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정말 다행히 어른들이 아이들의 심장이 뛰는 것은 제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짜 그들이 두근거리는 일이 무엇일지, 조금만 더 집중하면 훨씬 즐겁고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김설진

김설진_안무가

김설진 안무가는 서울예술대학, 한국예술종합학과 창작과를 거쳐 현재 피핑톰 무용단, 무버 예술감독으로 활동중이다. 지난해 제23회 무용예술상 연기상, 문화체육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8월, 이틀에 걸쳐 모교인 제주 제일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2017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이밖에도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관련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위 인터뷰는 2017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에서 김설진 명예교사와 함께 이야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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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_대외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