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무용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녀의 대표작 <우물가의 여인들>이나 <빨래>와 같은 작품이 먼저 떠오른다. 한국 여성성에 대한 물음과 특유의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토속적인 내음이 물씬 풍기는 한국적 현대무용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러한 그녀를 교육자로 다시 만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초·중·고등학생 대상 우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중점을 둔 ‘KCP(KACES Certificate Program)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예술교육자 및 전문가들의 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제도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예술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다. 예술교육자라면 응당 고민했을 솔직한 이야기 또한 궁금했다.
사실 예술교육을 통해 ‘정말 예술가가 육성되는가?’라는 논제에서부터 최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안토니오 네그리의 다중(多衆)의 창조성에 관한 문제, 그리고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에서 언급한 자율적 학습과 새로운 교사의 역할까지……. 예술교육 전반에 걸쳐 변화하는 패러다임에서 가능성을 찾고 싶다는, 지극히도 개인적인 작은 소망이 작동한 것 같다. 이제는 창의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방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번 인터뷰의 주요 동기가 되었음을 밝힌다.
이번 하반기에 시행되는 프로그램 명칭이 ‘KCP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이다. 전문가 대상 교육 프로그램으로 몸을 통한 인식, 소통에 주안점을 둔 교육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를 예측한다면?
의도적으로 무용과 출신의 무용교육 담당자를 염두에 두었다. 교육 현장에 투입된 무용가가 마주한, 혹은 부딪힐 수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취지의 내용과 형식에 중점을 두었다. 대학과 일선 교육 현장은 확연히 다르므로 대학에서 습득한 것을 그대로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시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을 수행하면서 창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수반되는 다양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전문성을 강조하여 문화예술교육자들의 경험과 역량을 강화하고 싶었다.
예전에 진흥원에서 1박 2일 15시간 동안 진행된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서의 성과와 아쉬움을 동시에 경험했다. 15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이라는 차원에서 80시간 프로그램으로 확대해 구성해 보았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단순한 테크닉 중심에서 벗어나 접촉 즉흥, 알렉산더 테크닉, 커뮤니티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이러한 선택의 특별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프로그램의 내용은 전문무용교육 기간인 1년 과정 프로그램에 상응하는 구성이다. 프로그램을 잘 살펴보면 10일간 거의 매일 아침에 ‘몸 열기’ 수업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매일 오전 수업에는 먼저 자신의 몸을 인지하고 깨우치는 프로그램들을 배치했다. 우리의 몸을 새롭게 느끼고 그 힘과 가치를 찾아보는 철학적 측면에서 무용교육을 생각해보았다.
다음으로 최근 10년간 집중한 즉흥무용을 통해 일종의 ‘자기 알기, 타인과 소통하기’를 시도해 보고자 한다. 상대방의 몸과 접촉하여 그 무게를 서로 나누고, 보여주는 방식을 추구하면서 혼자가 아닌 공동체 속에서 상호 교감하는 ‘접촉 즉흥’ 방식을 통해서 일종의 사회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대상자가 때에 따라서 공연의 주체로 혹은 관객으로 참여하는 ‘쇼케이스’ 방식을 통해 공연 예술로서의 무용 공연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이번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감이 부족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가 소통하는 ‘인간’임을 느껴보자는 취지도 담았다.

몸 혹은 신체 활동을 통한 다양한 교육적 성과는 언제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다양한 체험 자체보다 창의적이고도 신선한 교육 방법론 개발 및 제안 프로그램이 연수생들에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순한 일회성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을 재발견하고 자존감을 끌어내어 타인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궁극적으로는 예술교육을 통해 행복을 경험하게 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참여자들은 원론적으로 무용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하게 발전하는 매체를 활용하여 여러 도구를 알아가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강습과정에서 때로는 상황에 맞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행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집중하여 자신을 더 알아가면서 나만의 춤을 추는 것이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만을 위한 춤이 될 것이다. 스스로 택한 최선의 몸가짐은 마음가짐과 연결되며, 그 과정을 통하여 온전한 본인이 되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2일 정도 프로그램으로는 부족하기에 이번처럼 10일 이상의 긴 프로그램에서 시도하게 되었다.
그동안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무용 교육의 취약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무용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내 무용교육은 초·중·고 과정인 일반 교육과정이 아니라 전문교육과정인 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일반인보다는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교육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간 ‘전문가 양산’에만 치중되어 그야말로 무용수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에 한정돼 있었다. 덕분에 예술가의 입장은 강해졌지만, 초·중·고 과정에서 무용 교육이 소홀해진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술교육 전문가 양성도 미진했다. 일반 교육 안에서 예술교육의 중요성도 인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새로운 역할과 개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사 풀(Pool)’ 조성과 그 교육을 맡는 예술교육자들의 필요성을 깨달아 다양한 시도들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 준비한 KCP 프로그램도 이에 대한 대안이자 각성의 목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생각한다.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환경과 조건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예술교육의 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예술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예술교육 정책이 적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무용교육이 창의성을 유도하는 적합한 도구로 일반 초·중등 교과 과정에 도입되어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불우한 세대다. 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돌보면서 그 몸과 일치되는 마음을 체험한다면 아이들의 삶은 진실로 아이다워질 것이다.
또한, 성공적인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교사가 예술교육을 수행하는 데 있어 질적으로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용교육은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무용교육이 더 이상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타인과 함께 준비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더하여, 교사들과 학교장의 예술교육에 대한 지원과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교육에 대한 인식도 재고되어야 한다. 입시공부에 찌든 아이가 잠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거부하는 부모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술교육의 과제와 기대되는 성과가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겠는가?
춤이나 교육의 시작은 ‘모방하기’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수직적 관계로서의 교육 방법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예술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스스로 하기’이다. 시작은 모방이지만 마지막은 자율적 창의성의 발로이다. 그 안에서 스스로 나를 알아가고 자신이 꿈꾸었던 것을 몸으로 표현하다 보면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가령 ‘타자화(他者化)’라고 불리는 ‘타인의 몸을 통해 나를 보기’를 수행해 본다고 하자. 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이성 중심의 세계에서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옮겨질 수 있다. 예술 행위 속에서 수반되는 실패의 경험 역시 소중하다.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분석하고 응용하고 그리고 다시 모색해 보는 태도와 그 안에서 도출되는 결과물이 주요한 교육적 자산이 될 것이다.
모두가 전문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예술교육을 통해 개개인 속에 있는 창의성을 발휘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다양한 전인 교육과 학생과 선생이 동시에 성장하는 새로운 교육적 제안이 가능하다는 점이 앞으로 무용 예술 교육의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 대목이다.
박성혜
박성혜
발레를 전공했지만 글쓰기가 좋아 무용 전문잡지 <몸>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이후로도 무용에 관한 글쓰기에 집중하면서 무용 공연에 관한 전반적 글쓰기에 노력 중이다. 국립현대무용단에서 교육&리서치 상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몸> 지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저서로는 <사라지지 않는 예술, 무용이론을 말하다>(공저), <컨템포러리댄스 속의 인문학> (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