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아티스트’를 아시나요? 사전적 정의로는 ‘폐품 조각가’, 혹은 ‘폐품 이용 조형 미술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쓰레기를 이용해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쓰레기가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정크 아트는 195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부터 정크 아트를 시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 1887~1948)인데요. 그는 2차대전 중 나치의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다수의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1910년대부터 자신의 쓰레기통에서 작품의 재료를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물질문명이 발전할수록 쓰레기가 늘어난다는 문제에 대해 발언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잡동사니가 시대를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쿠르트 슈비터스의 <무제>라는 작품입니다.

여러 종류의 쓰레기를 거울에 붙인 것이 보이시나요? 날짜가 지난 신문, 광고 전단, 넝마, 성냥, 담배꽁초, 나뭇조각 등을 이용해 콜라주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브루클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레한드로 두란(Alejandro Duran)이 있습니다. 그는 해안에서 발견된 쓰레기를 모으고 분류하고 재구성해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두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멕시코에서 가장 큰 보호구역이 시안 카안의 바다와 해안에서 6대륙 50개국에서 쓸려 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색깔별로 나누어 설치 작품을 만듭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쓰레기라는 걸 알게 되는 거죠.작가가 쓰레기를 분류하면서 추적한 발생지입니다.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바베이도스, 벨기에로부터 시작되는 이 리스트에는 ‘South Korea(대한민국)’도 있네요.
쓰레기가 예술품이 되었다는 것, 이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예술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게 합니다. 어떤 대상을 다루느냐보다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런 작업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쓰레기를 이용해 예술품을 만든다’라는 개념을 예술교육에 적용하기도 용이해 보입니다.
두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해변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이고,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어젠다를 가지고 예술 활동과 예술교육에 효율적으로 접목한 경우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예술 교육 분야에서도 좋은 사례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쓰레기의 그림자를 활용한 예술도 있습니다.

쓰레기를 비추었더니 등을 기대고 앉은 연인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아티스트인 팀 노블과 수 웹스터의 공동 작업으로, 이들이 6개월간 모은 쓰레기가 재료가 되었는데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생산’해내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대중에게는 익숙한 작품이기도 하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정크아트인 ‘슈즈 트리’가 이슈되고 있습니다. 슈즈 트리는 세계적 정원디자이너 황지해 작가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진 신발 3만 켤레로 이뤄진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설치미술입니다.서울역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역사를 되새기고, 도시 재생의 의미와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대상을 어떻게 모으고 조합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쓰레기도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정크 아티스트의 길. 빈 유리병이나 빈 캔, 빈 상자를 소중히 다루는 것으로부터 출발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_채널원투원 강세희
강세희_채널원투원
kangsehee@ch1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