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매년 여름방학에 열리던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이 새하얀 눈이 가득한 겨울에 다시 찾아왔다. ‘우락부락’은 ‘아티스트와 놀다’라는 콘셉트로 예술가와 공동 작업을 체험하는 아동‧청소년 놀이형 캠프로서 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한 ‘설상가상-원시인’은 2017년 1월 9일부터 13일까지 2차에 걸쳐 충청북도 자연학습원에서 진행되었다. ‘설상가상-원시인’은 원시인과 곰이 함께 겨울을 즐기기 위해 준비한다는 설정 하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 예술 장르, 놀이를 결합하여 세부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나무를 활용한 목공, 몸과 목소리를 쓰는 바디퍼커션과 랩, 산속을 촬영하는 영상과 사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이 중, 집(움막)을 짓고 썰매를 만드는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기획·진행한 황명수 작가를 만났다.
현재 작가이자 문화예술교육자로 활동 중이다. 프로필을 살펴보니 직장인에서 작가로 전향했는데, 그 계기는?
20대 초반부터 상하 지휘체계가 명료한 조직에서 6년 정도 회사원으로 살다가, 서양화를 전공하고 작가로 전향했다. 사실 6년간 퇴근 후엔 거의 화실에서 살았다. 대학을 가기 위해 회사생활과 입시 준비를 병행했다. 회사에서 있었던 몇 가지 사건으로 조직에서 마음이 떠났다. 나의 젊은 날을 보낸 그 지역의 이름을 들으면 향수에 젖기보다는 짠한 마음이 앞선다. 지금도 회사 동기를 만나면 가슴 속에 아픔이 남아 있다. 이후, 작가 생활을 통해 삶의 철학을 세우고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현재까지 작가 생활에 만족하며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2007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학원이나 문화센터에서 강사와 작업 활동을 병행하다가 인연이 닿아 예술강사와 모니터링 활동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정의가 명료하게 서 있지 않았다. 누구는 문화, 누구는 예술, 누구는 교육을 이야기했다. 모호한 상태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아들이다가 다양한 참여자들과 만나면서 서서히 흐름을 잡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이 문화예술교육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획자, 혹은 강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나갔다.
창작 활동을 하던 작가로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시작할 당시,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가? 10년간 활동한 현재, 내가 가진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이 있다면?
교육은 ‘사람을 가르치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공존한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에 처음 접근할 때 예술과 교육의 무게를 낮추고 싶었다. 예술과 교육은 응축되고 정제된 분야라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예술 전공자로서 두 분야에 가볍게 접근한다면 새로운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교육철학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무거워지지만, 지난 10년간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사람들과 만나고 있나, 위에서 권위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를 끊임없이 점검했다. 어차피 참여자의 연령, 성별, 직업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중요하다. 최대한 동일시하여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앞으로도 문화예술교육은 ‘교육’이 가진 관점의 무게를 빼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실험대에 오를 것이다.
현재 목공 작업과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회화 전공자로서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으로 목공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문화예술교육과 목공은 어떻게 서로 통하는가?
문화의집에서 에듀케이터로 일하던 시절, 나만의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을 고민하다가 나무를 만지게 되었다. 회화만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원래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새로운 공구를 익히고 목공 기술을 습득하며 구체적인 방식을 고민했다. 그간 만났던 아이들은 공구를 장난감으로 인식했다. 처음 다루는 드릴, 망치, 톱의 기능을 이해하는 동시에 새로운 점을 발견한다. 혼자서 나무를 깎아 연결하고 색칠하며 구조를 만들다가, 삼삼오오 모둠을 맺어주면 다른 사람들의 사고가 더해지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사고력도 확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회화는 개인의 영역이자 주관적 사고의 집합체라면 목공은 공동의 영역이자 집단적 사고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얻는 경험과 통찰은 작가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작가 활동으로 탄생하는 작품은 생명, 생태, 정치 등을 소재로 삼아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점과 관점으로 구현된다. 이와 다르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얻은 경험은 객관적 부분에 해당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나만의 자산을 통틀어 대상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작가 활동은 주변의 관심, 강사활동은 대상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사람과 사람은 서로의 관심을 통해 만나게 된다.
이번 우락부락 캠프에서 진행한 <헌집 줄게! 새집 다오>도 이런 맥락에서 기획된 것인가?
그렇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는 원시인들의 의식주 중에서 ‘주(住)’를 그대로 재현하여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원시인들이 살았던 집의 구조를 만들어 보고 삶을 유지하기 위한 사냥도구인 활, 창, 돌도끼, 망치 등을 만들면서 생활상을 이해한다. 자연에 대한 관심, 계절에 대한 관심, 모둠원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다. 사실 아이들은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냥 즐거우면 된다. 멧돼지 그림 하나 그려놓고 활을 만들어 한 번씩 쏴 보는 게 재미이지, 기획자의 의도에 맞춰서 느끼지 않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즐거움과 만족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시작할 때는 긴 호흡의 커리큘럼을 매우 충실하게 만들었고 매뉴얼 그대로 진행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큰 틀만 만들고 아이들을 최대한 많이 개입시킨다. 나는 길잡이일 뿐, 자유롭게 열어둔다.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며 서로 의논한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원시인이 살았던 집(움막)을 짓고 다른 부족과의 전쟁에서 생명과 땅을 지키며 자연에서 음식을 얻는 등의 원시 시대상의 일부를 재현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산속의 나무를 활용해서 여러 채의 집을 지어 원시인 마을을 만들고 동물을 사냥하거나 다른 부족과 전쟁할 때 필요한 활, 창, 망치 등의 무기와 도구를 만든다. 모둠별로 제각각 다른 모양의 집을 짓는데 아이디어 스케치로 시작하여 실제로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고 세우면서 집의 구조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엉성하지만 완성된 집에 들어가서 놀고 지붕과 벽에 친 비닐이나 현수막에 그림을 그려서 꾸민다. ‘쉽게 허물어지게 생겼다, 바람이 많이 불어 날아갈 것 같다’며 말뚝을 박고 고정하는 경험을 통해 훗날 성인이 되어 실제로 집을 지을 때 작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엔 사냥할 때 쓰는 활, 창, 망치 등의 무기를 만든다. 원시인들이 풍요로운 사냥을 기원하며 동굴 속에 사슴을 그렸던 것처럼 동물 그림을 나무에 걸어놓고 화살로 쏴서 사냥하는 흉내도 낸다. 썰매도 만들어 함께 타려고 했는데 얼음이 얼지 않아서 만들기까지만 진행했다. 의자를 붙인 ‘의자 썰매’, 2개의 썰매를 이은 ‘기차 썰매’, 개가 이끄는 ‘개썰매’ 등 모둠마다 썰매 디자인도 천차만별이다. 저녁에 마련된 캠프파이어에서 진행할 쥐불놀이 도구도 만들었다.
우락부락 캠프는 음악, 공연,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기획자들이 참여해서 협업하고 있다. 참여한 각자가 만족하면서 원활한 협업을 위해서 어떤 협업체계를 가져야 할까?
세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5회 정도 만났다. 자주 만나서 ‘우리 너무 친해지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했다.(웃음) 각 프로그램 기획안의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캠프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 실제로 캠프가 진행된 2박 3일 동안 저녁마다 작가 모임을 가졌지만 아이들의 신상, 반응 정도를 공유할 뿐이었다. 기획단계에서 프로그램 내용을 최대한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우락부락 캠프의 강사로 처음 참여했다고 알고 있다. 캠프의 장점을 든다면?
우락부락 캠프는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작가 선택권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 대규모 캠프라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포진할 수 있어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날 오전 설문조사와 함께 소감 나누는 시간을 진행했는데 15명 중 12~13명이 우락부락 캠프에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의 ‘즐겁다’는 피드백이 이 일을 꾸준히 하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문화예술교육 활동 초기에는 결과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면 요즘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결과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주관기관에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청소년쉼터에서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장기간 머무는 청소년도 있지만, 2~3개월 후 거처를 옮기거나 다른 진로는 찾아서 떠나는 경우도 있다. 교육 참여 인원은 3명에서 많아야 5명 남짓인데 일정한 시간, 일정한 장소에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정기 프로그램이 불가능했다. 이처럼 간헐적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주관기관이 있을까? 현재 제도권 내에선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해도 파일럿 형태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기획안을 만들어 제안할 예정이다.
쉼터 청소년들의 문화예술교육을 제안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요즘 학교에서는 진로 체험, 직업 탐색 등을 많이 다룬다. 하지만 정규 교육과정에 벗어난 쉼터 청소년들은 그 기반이 약하다. 자기 진로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참여한 쉼터 청소년 한 명이 목공을 꽤 잘하더라. 이렇게 시간을 꾸준히 들인다면 자기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나무를 다룰 수 있으면 인테리어, 공예 등의 분야까지도 진로를 생각할 수 있으며 생활 공예를 선택한다면 그 폭이 더욱 넓어진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문화예술교육’이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내가 무엇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교육의 무게감을 벗어던지니까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한 가지 일을 10년간 하면 길이 생기고 도가 트인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에 도가 트인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흐름은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현재 나에게 문화예술교육은 내 생활의 일부, 여러 가지 일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다른 일들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황명수
황명수

회화를 전공하고 작가 생활을 하다가 2007년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에 예술강사로 참여하면서 문화예술교육과 연을 맺었다. 도서관, 문화원 등의 회화 강사를 비롯하여 박물관, 흥덕문화의집, 시장문화예술공동체 있소, 충북문화재단과 함께 사업 기획, 예술교육, 체험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1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하늘목공방(청주시 가경동 소재)을 운영하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무 총, 칼, 망치와 엄마들이 좋아하는 도마, 소품 등을 만들며 즐겁게 목수 생활과 문화예술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영상 _ 강장원(미술작가)
이초영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요즘은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웹진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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