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문화올림픽 ODA ‘아트 드림캠프(Arts Dream Camp)’(이하 아트 드림캠프)는 기후 등의 여건으로 동계 스포츠가 활성화되지 못하여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낮은 남반구 국가의 아동·청소년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을 매개로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이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하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이다. 기존 평창동계올림픽 주요사업인 동계스포츠 꿈나무 육성을 위한 ‘드림 프로그램’을 문화예술 분야로 확대, 국내외 예술가의 협업을 통한 예술교육 커리큘럼을 기획하고 현지 아동·청소년, 지역민에게 내재되어 있는 문화예술 감수성을 증진하기 위해 창작중심 교육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2016년 11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예술가들이 동계스포츠로부터 소외된 남반구 국가를 직접 방문하여 현지 고유문화를 접목한 예술교육을 진행하였다. 베트남(연극), 콜롬비아(무용), 말라위(음악), 인도네시아(시각예술) 등 총 4개국에 4개 예술단체와 예술가가 참여하여 국가별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현지 지역과 수혜자 개인특성을 반영, 창의적인 예술교육 실천에 초점을 두고 있는 아트 드림캠프 사업은 평창동계올림픽 행사 이후에도 문화예술교육 부문의 올림픽 유산(olympic legacy)으로 남기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16 아트 드림캠프 사업을 소개하고 사업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16 평창문화올림픽 ODA ‘아트 드림캠프’ 국가별 프로그램 개요]
2016 평창문화올림픽 ODA ‘아트 드림캠프’ 국가별 프로그램 개요
대륙 국가(지역) 프로그램명 장르(세부) 주요내용
아시아 베트남
(호찌민)
꿈꾸다,
뜨거운 겨울!
연극
(인형극)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한 주제(얼음, 눈, 겨울 등)의 연극 기반 통합예술교육 진행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틱 스토리 시각예술
(전통공예-바틱)
문화다양성 존중의 시각에서 인도네시아 전통공예 바틱(Batik)을 주제로 예술적 가치 공감과 자기표현의 매체로 활용 가능한 시각예술교육 진행
중남미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마강게)
아트 드림캠프
인 콜롬비아
무용
(현대무용)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지 아동·청소년, 지역주민 대상 ‘평화’, ‘올림픽정신’ 등을 형상화한 치유 중심 무용예술교육 진행
아프리카 말라위
(카롱가)
기타 포 아프리카 음악
(재즈, 아프로팝,
어쿠스틱, 포크),
미술(드로잉)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아프리카 문화의 특색을 접목하여 현지 아동·청소년의 내재된 예술적 기량을 증진할 수 있도록 창작 음악 및 시각 예술교육 진행
베트남 아트 드림캠프 최종발표회
[사진제공] 프로젝트 연
예술과 열정으로 채워진 국가별 프로그램
‣꿈꾸다, 뜨거운 겨울! – 베트남
‘꿈꾸다, 뜨거운 겨울!’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슬로건인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주제를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와 연결시켜 예술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정신을 구현한다는 교육목표를 담고 있다. 11월 5일부터 11월 12일까지 8일간 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호찌민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Social Sciences Humanities University Ho Chi Minh) 한국학부 학생 115명을 대상으로 연극, 음악, 미술 매체를 활용한 통합예술교육이 진행되었다. 베트남 내에 확산되어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고 현지 청소년들의 문화예술 수용력과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7회차(매회 3시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캠프 마지막 날에는 호찌민 국립인문사회대학교 야외광장에서 최종 발표회를 열었다.
‣바틱 스토리 – 인도네시아
‘바틱 스토리’는 인도네시아 전통공예 바틱(Batik)을 중심으로 하는 시각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종전의 기술과 기능의 전수 방식에서 벗어나 바틱의 예술적 가치를 공감하고 자기표현을 위한 예술 매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참여자 개인에게 창작역량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교육을 진행하였다. 12월 1일부터 7일간 인도네시아 파수루안(Pasuruan)에 위치한 알람바틱(Alam Batik) 센터에서 14명의 현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4회차(매회 7시간)에 걸쳐 공예 중심 창작활동을 하였고, 12월 6일에는 40여 명의 현지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파수루안 현지 행정 사무국(state office)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현지 참여자가 직접 기획한 전시회에서는 두 개의 대나무 양 끝에 천을 고정하는 등 색다른 설치방식으로 바틱 작품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아트 드림캠프 인 콜롬비아 – 콜롬비아
‘아트 드림캠프 인 콜롬비아’는 추운 계절이 없어 자연히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적은 지형적 특성과 내전(內戰)이라는 국가의 특수 상황에서 정신적 피해로 고통받는 현지인에게 치유와 위로를 전하고자 평화를 주제로 동작과 움직임을 활용한 무용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현지 파트너기관인 몸의학교(El Colegio Del Cuerpo)는 1997년 설립된 콜롬비아 최초의 예술대안학교이다. 콜롬비아 아이들이 차별, 폭력, 가난으로 인해 건강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 무용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무용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LDP 무용단 소속 안무가 김성훈과 전문 무용수 6명이 몸의학교 무용수들과 함께 11월 25일부터 12월 9일까지 15일간 콜롬비아 지역 중 문화적 혜택이 적은 카르타헤나(Cartagena)와 마강게(El Coliseo Cubierto de Magangué) 지역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카르타헤나 워크숍은 60명의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8회차(매회 3시간)의 커리큘럼을 진행했다. 마강게 지역에서는 40명의 학생이 2회차(매회 2시간)에 걸쳐 무용중심 창작예술교육에 참여했다. 최종발표회는 마지막 날 오후 폰테수엘라 플라자 야외와 카르타헤나 시내의 스페인문화원에서 열렸다.
‣기타 포 아프리카 – 말라위
‘기타 포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아동·청소년에게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고 음악적, 미술적 영감을 확대, 고취시키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11월 27일부터 12월 17일까지 총 21일간 말라위 카롱가 지역의 루수빌로(Lusubilo)센터 소속 학생을 대상으로 음악, 미술 매체를 활용한 창작중심 교육활동을 하였다. 현지 파트너기관인 루수빌로센터는 2010년 한국의 음악가 김청자 씨가 설립한 말라위 최초의 전문 예술교육기관으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있으나, 교육 인프라 자원이 부족하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지 아이들을 전문 예술가로 양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수의 월드뮤직 프로젝트 경험과 사업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는 가수 하림을 말라위 현지에 파견, 예술창작이론과 방법론을 중심으로 예술적 기량과 음악적 감수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했다. 워크숍은 미술 분야와 음악 분야로 구분, 17여 명 학생이 총 4회차(매회 6시간)의 교육에 참여했고, 최종발표회는 12월 5일 루수빌로센터에서 진행됐다. 더불어 12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간 현지에서 소규모 현장학습 캠프를 기획하여 루수빌로 학생 3명과 함께 니카국립공원(Nyika National Park)에서 아프리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겨울과 눈을 주제로 한 창작곡을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위) 말라위 아트 드림캠프 ‘기타 포 아프리카’ [사진제공] 아뜰리에 오
(아래) 인도네시아 아트 드림캠프 ‘바틱 스토리’ [사진제공] 토탈미술관
키워드로 짚어보는 ‘아트 드림캠프’의 의미
‣성장 – 경험을 통한 학습, 학습을 통한 성장
베트남 아트 드림캠프 프로그램의 교육 커리큘럼의 경우, 배경 음악을 창작, 개사하고 무대연출을 위한 소품(의상, 가면, 대형 인형 등)을 제작하여 다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제작과정 자체를 교육의 주요 요소로 보았다. 계획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실연(實演)하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창작활동은 참여자 개인에게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였다. 자국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개인의 예술적 상상력을 적극 활용하여 시작부터 결과단계까지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해보는 ‘자기주도 학습(self-directed)’의 경험은 참여자 개인 측면의 교육적 의의로 볼 수 있다.
겨울과 눈, 동계올림픽 종목(피겨, 컬링 등)과 올림픽 정신(우정, 연대, 화합, 공동체성 등)의 교육 주제는 학생들의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 욕구와 상상력을 촉진시켰다. 특히 겨울이 없는 콜롬비아의 경우, 아이들의 추운 느낌과 동계스포츠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천, 양말 등의 일상재료를 활용하여 동계스포츠 활동(스케이트, 스키 등)을 형상화한 즉흥 활동을 하였는데, 이는 수혜자 개인에게 신선한 자극과 더불어 학습인지에 긍정적 효과를 주었다.
‣변화 – 노동에서 예술로, 무형에서 유형의 가치로
인도네시아와 말라위의 ‘아트 드림캠프’에서는 개인이 느끼는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행위에서 벗어나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의미를 찾는 시간을 가졌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기량이 뛰어나지만, 이론과 방법론적 사고가 부족한 말라위 아트 드림캠프 참여자는 한국에서 파견한 전문 예술가의 지도로 예술의 의미와 표현 방법에 대해 학습하게 되었다. 왜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이러한 행위 속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스스로 명확한 목표를 부여하여 학습 태도와 몰입을 촉진하였다. 인도네시아 참여자는 직접 바틱의 원재료를 찾아 수집하고 기록하여 바틱의 역사 및 재료, 제작의 전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행위 자체에 새로운 의미를 찾고 스스로를 예술가로서, 작품으로써 진지하게 탐구하는 학습기회를 가졌다. 프로그램을 통한 참여자 개인의 가치 인식 변화는 예술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높이고, 예술 활동을 통해 내면을 바라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도전 – 교육자로서의 예술가, 예술가로서의 교육자
‘아트 드림캠프’에 참여한 예술가들에게는 단순히 창작활동과 작품 발표에 머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공동체 사회에 기여, 사회 참여를 하는 예술가로서 새로운 역할부여와 개인 성장에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학습자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교육대상과 내용에 대해 고민하는 행위는 예술가 개인의 내적 성장과 가치 실천을 탐구하게 하여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이자 교수자로서 역량개발을 위한 학습 의지 강화에 촉매 역할을 하였다.
말라위 ‘아트 드림캠프’ 참여 예술가들은 사전 교육 커리큘럼 계획에 따른 일정과 내용을 준수하였고, 매회 진행되는 수업에 따라 교육일지를 작성했다. 매회 프로그램이 끝나면 회의를 통해 잘된 점과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공유하고 다음 차수 커리큘럼 내용에 반영하는 등 참여자-예술가, 예술가-예술가 간 즉각적인 상호 피드백 활동을 하였다. 콜롬비아 현지에 파견된 한국의 전문 무용가들은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춰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문화예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겨울과 스포츠에 대한 창의적 사고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즉흥 표현을 안무로 체화하여 작품화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에 앞서 한 끼 식사로 하루를 버티는 현지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할 때 예상되는 움직임과 표현의 어려움을 넘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육 커리큘럼 기획 부분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기회 – 또 다른 성장과 변화, 도전을 위하여
이번 ‘아트 드림캠프’를 통하여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원하는 현지의 적극적인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고, 지역과 대상을 넓힌 잠재적 수혜자 발굴의 성과가 있었다. 베트남의 경우, 호찌민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 근방 지역에 위치한 사이공관광문화예술대학교(Saigon College of Art, Culture and Tourism)의 수업요청에 따라 60명의 예술학부(연기, 디자인, 관광학) 학생을 대상으로 11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매회 3시간의 교육이 추가로 이루어졌다. 말라위 루수빌로 학교 또한 학생의 문화예술 역량 제고를 위해 음악뿐 아니라 미술 장르 수업을 사전에 요청하였고, 이에 부응하여 한국에서는 전문 시각예술가(드로잉)를 파견했다. 현지의 문화예술 분야 교수 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내 문화예술 전문가가 지도하는 창의적인 교육 콘텐츠는 그들에게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밖에도 콜롬비아의 경우 ‘아트 드림캠프’를 통해 몸의학교가 가진 기관 전문성과 교육철학이 재조명되며 현지 언론매체에 보도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아트 드림캠프’는 지역사회 발전 측면에서 단순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자발적인 시스템 구축과 전통문화예술의 세계화에 기여하였다는 현지 사회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지 부지사는 본 사업 취지에 깊이 공감하여 향후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 협조를 약속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아트 드림캠프 ‘아트 드림캠프 인 콜롬비아’
[사진제공] 아시아이베로 아메리카 문화재단
평창,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다가오는 2월 17일, ‘2016 아트 드림캠프’에 참여하였던 4개국의 아이들이 대한민국 평창을 방문한다. 현지에서 실행했던 문화예술교육 자원과의 연계성을 갖고 국내외 청소년과 예술가들이 모여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변화한 시·공간 속에서 아이들이 온몸으로 느낄 추운 겨울이란 무엇일지,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마음으로 느낄 꿈과 희망은 이들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게 될지 평창문화올림픽 ODA ‘아트 드림캠프’는 또 한 번의 성장과 변화, 도전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전략기획연구팀
한지희 _ 정책연구팀
hjh@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