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영상을 입히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은 물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마치 다른 물건이나 공간처럼 보이도록 하는 뉴미디어 기술입니다. 만약 익숙한 공간이 전혀 다른 장소나 가상의 세계로 변신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상상을 자극하는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새로운 놀이의 세계로 빠져보세요!
공간에 이야기를 입히다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이 박물관의 전시품이 살아 움직인다고 상상해보세요. 벨기에의 아트 스튜디오 스컬맵핑(Skullmapping)은 뉴미디어를 통해 홀로그램,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등을 다루는 팀입니다. 그중에서도 거대한 벽보다는 전시관, 레스토랑, 캔버스, 테이블 등 비교적 작은 공간을 애니메이션으로 채우는 재치 있는 작품들로 유명합니다. 그들의 신작 ‘갤러리 침략(Gallery Invasion)’은 캔버스 뒤에 숨어있던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원숭이의 캔버스에 그래피티를 그리면서 싸움으로 번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빔프로젝터에서 투사된 두 개의 오브제(그래피티 아티스트와 원숭이)가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마치 그림이 실제로 살아있는 것만 같은 환상을 일으킵니다. ‘꼬마 요리사(Le Petit Chef)’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실제 음식이 테이블 위에 오르기까지 빔프로젝터에서 나온 꼬마 요리사가 색다른 방식으로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꼬마 요리사는 자신보다 큰 채소를 재배하는가 하면, 망망대해를 건너기도 하고, 고기를 잡다가 대왕오징어의 공격을 받아가며 열심히 요리를 완성해 갑니다. 꼬마 요리사의 요리가 완성되는 바로 그 순간, 실제 요리가 식탁 위에 오릅니다. 캔버스 속 그림에서 튀어나온 오브제와 한 그릇의 요리로부터 관객들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금, 여러분의 일상 속 공간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있나요?
  • [영상] 갤러리 침략(Gallery Invasion)
    (출처 : https://vimeo.com/189192769)
  • [영상] 꼬마 요리사(Le Petit Chef)
    (출처 : https://vimeo.com/127722907)
6만 5천 개의 탁구공과 영상의 케미
움직임이 없는 표면에 영상을 투사하면 더욱 선명하게 상이 맺히게 됩니다. 뉴욕 브루클린에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 제작 아트 스튜디오 레드페이퍼하트(Red Paper Heart)는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어반대디(UrbanDaddy)]로부터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한 풀장 파티 기획을 의뢰받게 됩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은 풀장에서 어떻게 프로젝션 맵핑을 구현할 수 있을까요? 레드페이퍼하트는 이 한계점을 신선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극복합니다. 이들의 해법은 바로 탁구공! 수영장에 동동 띄운 6만 5천 개의 탁구공에 투사된 영상은 오히려 물결과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더욱 입체적으로 영상을 담아냅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퍼포먼스와 선명한 색감, 여기에 음악까지 더해지니 현장에 있던 관객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파티를 만끽한 셈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혹은 마무리를 하는 특별한 자리에서도 프로젝션 맵핑으로 이런 파티를 꾸려보면 어떨까요?
거실은 바다, 부엌은 우주
기차에서 공원으로, 보트에서 깊은 바닷속으로, 거실에서 넓은 우주로! 기술과 장비만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건 프로젝션 맵핑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영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팀 마시멜로 레이저 피스트(Marshmallow Laser Feast)의 영상에서는 거실에 앉아있던 남자가 갑자기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s)>의 등장인물처럼 비행기로 변신하더니 갑자기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하늘을 나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마치 영상 속 남자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공간에서 프로젝션 맵핑과 상자를 뒤집어쓰는 등의 간단한 움직임으로만 제작된 영상이었습니다. 또 다른 영상은 영상작가 필립 스택스(Filip Sterckx)가 제작한 <스웨터(Sweater)>란 곡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주인공이 계속 걸어 다니면서 다양한 곳을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프로젝션 맵핑으로 배경이 바뀔 뿐 주인공은 걸어 다니는 ‘척’만 하고 있는 것이지요.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해서 집을 떠나지 않고도 전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내는 건 이제 시간문제겠죠?
  • [영상] Sony Realtime Projection Mapping 2
    (출처 : https://vimeo.com/34025760)
  • [영상] 스웨터(Sweater) 뮤직비디오
    (출처 : https://vimeo.com/45569479)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