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는 어린이가 바라본 세상을 시각예술분야의 예술가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어린이의 세계를 믿는다’라는 주제로 자신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2013년부터 시행되었다. 올해는 드로잉, 목공, 사진, 설치미술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지난 9월부터 서울, 충북(제천), 전북(진안), 경남(거창), 제주 등지에서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산티아고 여행담을 담은 산문집 『의외로 간단한:)』, 아트북 『제주를 그리다』의 저자이기도 한 최예지 작가가 <우리는 모두 일상 예술가>라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제주의 다채로운 풍경만큼이나 다양하고 상상력 넘치는 제주 어린이들의 일상을 함께 그려나가고 있는 최예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상 예술가’라는 타이틀로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어떤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나?
일상에서 내가 보는 모습과 느끼는 것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5년 동안 서울에서 살다 우연한 계기로 제주로 오게 되었는데, 제주에 와서 보니 계절의 변화 등 자연의 모습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는 주로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리는데 처음 제주에 와서 신기하게 보았던 게 ‘당근’이었다. 지나가다 줄기가 긴 식물을 보고 “할머니, 그게 뭐예요?”라고 물었는데 당근이라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중심으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생활을 하다 산티아고로, 그리고 제주로 와서 활동하고 있는데 많은 도시 중 제주에 온 이유가 있다면?
우연한 기회로 산티아고에 다녀오게 되었고, 다녀왔던 사진들을 엮어서 독립출판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편집 일을 하고 있던 지인이 소개해준 출판사에서 제주와 관련된 출판물을 기획 중이라며 작업에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제주와 관련된 20개의 콘텐츠를 작성하는 작업이었는데 거기에 참여하게 되면서 제주와 인연이 닿았다. 그때 만났던 제주가 인상 깊어 작업을 마무리하고도 제주에 남게 되었다.
작가 활동을 중심으로 하다가 이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조금 더 제주에서 자리 잡게 되면 ‘예지 이모네 미술방’을 만들어 아이들과 일상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그림 그리는 과정, 아이들이랑 있었던 에피소드를 같이 그림과 글로 엮어서 『아이들의 눈』이란 제목으로 책을 내면 어떨까 하고 있었는데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프로그램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과 너무 잘 맞아 참여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제목이 <우리는 모두 일상 예술가>이다. 수업하면서 본 아이들의 일상 모습은 어땠나?
제주 아이들은 좀 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제주에 있는 아이들도 도시아이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라웠다. 물론 여기 오는 아이들이 모든 제주 아이들을 대표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도시의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녀와 학원에 가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이들이 바다나 오름같이 눈에 보이는 자연적인 소재를 많이 그릴 줄 알았는데, 결국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도화지에 옮기고 있었다. 마을지도 그리기 시간에도 길옆에 공룡이나 토끼를 그린다.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도화지에 옮기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과 만나면서 달라졌거나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아이들과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 충분히 이야기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프로그램 초반에는 “뭐했지? 뭐했지?” 하면서 이야기를 못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왜 대답을 못 하나 생각했는데, 막상 반대로 나에게 “작가님은 일주일 동안 뭐하셨어요?” 라고 물어보니 나도 대답을 할 게 없었다. 나도 작업을 할 때 주변에 보이는 것 중심으로 그리기 때문에 흰 도화지를 주고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라고 하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척 고민하게 되는데,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런 부분을 깨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방향으로 점점 더 변화되는 것 같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통유리로 되어있는 교육장소 창문에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근처에 산이 있어서 나무가 굉장히 많이 보인다. 우리는 아이들이 창을 통해 바로 볼 수 있는 나무를 그릴 줄 알고 어떻게 그릴지를 상상했다. 그런데 나무를 그리는 아이는 아주 조금밖에 없었고 대부분은 우리 모두의 예상을 비껴가는 그림을 그렸다. 물감을 손으로 문대고 지문을 찍는 등 우리가 보기에 일정한 형태가 있는 그림을 거부하는 듯한 그림을 그렸다. 마치 놀이 같았다. 그 수업이 굉장히 인상에 많이 남는다. 특정 형태가 아닌 아이들 상상 속의 무엇인가를 표현해 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믿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아이들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우리가 직접 질문한 적은 없다. 다만 아이들 그림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각자의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이나 스스로의 관심사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알고 싶고 오히려 몰라서 궁금한 세계를 믿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나 참여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괜찮아, 네 마음대로 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 말을 자주 하는데,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더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심이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처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어느 정도까지 아이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줘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힘들었다. 매번 수업을 마치고 운영진과 한 시간 넘게 회의를 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우리가 너무 많은 가이드라인을 주면 학교 수업과 이 프로그램의 차이점이 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듣고 갔으면 좋겠다. 나중에 이 아이 중 한 명이라도 ‘내가 자라면서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말을 누군가는 해 주었어, 지지해 줬어’라고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문화예술교육이란?
아이들이랑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떠올린 적은 없었다.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거나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동안 내가 그것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표현에 대한 가치’가 이런 기회를 통해 실현되는구나 싶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는 내가 앞으로 작업 활동을 할 때도 계속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 이렇게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지금처럼, 끝까지, 아이들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접하자고 다짐한다.
최예지
최예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비행기 티켓을 받아들고 떠난 산티아고 여행담을 산문집 『의외로 간단한:)』(2014)으로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일상 예술가로 활동하며 에세이 『계절을 기다릴게』(2015), 아트북 『제주를 그리다』(2016)를 집필했다. 《봄과 바다》(2015), 《나의 제주》(2015) 등 개인전을 열며 일러스트레이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16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참여 작가로 제주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홈페이지 www.art-ye.com
영상 _ 김승환 (영상작가, 재주도좋아)
강나경
강나경
대학에서 미술교육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거쳐 현재는 제주문화예술재단에 근무하며 그간 경험을 토대로 제주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다.
museum10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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