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중심 잡힌 삶을 추구하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나의 물체를 올려놓을 때 정확한 무게 중심을 받쳐야 양쪽의 무게가 균일해지면서 수평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한 순간의 감정과 잘못된 판단으로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요? 중심과 균형을 찾고 구조물에 반영해보는 예술놀이를 소개합니다.
나무를 연결해서 만드는 놀이 공간
막대기를 서로 지지하도록 세운 뒤 그 위에 가죽을 덮어서 만드는 티피(Teepee)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전통가옥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주거 공간이 되는 이 티피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놀이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섬유 예술가 나탈리 밀러(Natalie Miller)가 ‘얀 보밍(Yarn Bombing)’ 기법으로 만든 티피 작품을 감상해보세요. ‘얀 보밍’은 나무나 도시의 구조물에 화려한 털실을 입히는 작업으로 ‘뜨개 그래피티’, ‘게릴라 니팅’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스트리트 아트의 한 종류입니다. 우선 밖으로 나가 긴 나뭇가지를 8~10개 주워오세요. 나뭇가지를 칼이나 사포로 매끄럽게 손질한 다음 알록달록 털실을 감아주세요. 나뭇가지에 색을 충분히 입혔다면 이제 나뭇가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뜨려서 땅에 꽂은 뒤 위쪽을 조심스럽게 묶어서 서로 지탱해주세요. 중심을 잡은 뒤 단단하게 고정하면 알록달록 멋진 놀이 공간이 완성됩니다. 나무 사이에 철사나 실을 연결한다면 티피가 무너질 확률이 더욱 낮아지겠죠? 이렇게 예쁜 티피를 여러 개 만들고 서로 다른 부족으로 나누어 각 부족만의 문화와 노래, 춤 등을 지어내는 놀이를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종이가 무게를 견디는 방법
빈 종이상자가 사람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요? 중심과 균형만 잘 잡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랍니다. 아이오와주립대학교(Iowa State University) 건축학부 조교수이자 건축가인 롭 화이트헤드(Rob Whitehead)는 학부생들과 ‘종이상자로 만든 다리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학생들에게 화이트헤드 교수는 ‘일자로 다리를 만들면 무게가 고스란히 중앙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붕괴하기 쉽지만, 아치(Arch)형으로 다리를 만들면 무게가 골고루 분산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리가 아치형’이라는 힌트를 남깁니다. 이내 학생들은 팀별로 논의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아치형 종이상자 다리를 디자인합니다. 직접 제작과정을 접하면서 학생들은 아치형으로 만드는 것 외에도 연결 부분에 테이프나 접착제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쉽게 붕괴한다는 점, 서로 맞물리는 부분에서는 외부 압력이 있어도 각도가 변하지 않도록 강절 연결(rigid connection)해야 한다는 점 등을 몸소 배웁니다.
책과 책을 쌓아 올리면
마음의 양식을 쌓는 책, 이제는 예술 재료로 사용해보면 어떨까요? 책의 중심을 잘 잡아서 켜켜이 쌓아 올리면 책으로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밀러 라고스(Miler Lagos) 작가의 <집(Home)>은 책을 쌓아 올려 만든 가상의 집을 통해 집을 구성하는 자연, 문화, 무형 가치의 조화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또 다른 작품 마테이 크렌(Matej Kren) 작가의 <책방(Book Cell)>은 온전히 책으로만 지어진 육각형 형태의 작은 방으로 2006년 리스본에 있는 현대미술센터에 6개월간 설치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철학과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을 쌓아 올려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나니 또 다른 의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블록 쌓기
중심 잡기 놀이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단연 블록 쌓기 일 것입니다. 어렸을 적 크고 작은 블록을 하나둘 쌓아 올리며 누가 더 높이 쌓나 대결도 해보고, 나만의 세상을 만들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곤 했지요.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블록 쌓기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럽디자인학교(Istituto Europeo di Design, IED) 교수이자 밀라노 어린이 박물관(Museo dei Bambini di Milano)의 공동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마오 푸시나(Mao Fusina)는 어린이들이 협업과 참여를 통해 블록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무한 도시(La Città Infinita)’는 가공 후 버려진 나무토막으로 블록을 쌓아 집과 마을을 만들고, 그 사이에 구슬과 미니 전구를 설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은 완성된 도시 너머로 아름다운 불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지요. 이것을 발전시킨 ‘아이들은 작업 중(Kids at work)’ 프로그램에서는 바닥에 깔린 거대한 지도 위에서 아이들은 수많은 도시로 이루어진 국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합니다. 건물을 짓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다양한 국가의 지도자, 도시계획자나 건축가가 되어 도시를 경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도시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이 사는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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