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아르떼365]는 보다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발굴하고 소통하기 위해 2016년 5월부터 독자게시판을 열고 다양한 제안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 ‘예술교육 탐구생활’은 자신만의 예술교육 노하우와 경험 등을 소개하고 제안하며 직접 만들어가는 ‘아이디어’ 속 작은 코너입니다. ‘예술교육 탐구생활’을 통해 만나게 될 독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첫 만남에는 누구나 긴장되기 마련이다. 고조되는 긴장감의 강약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지라도 반드시 직면해야 할 상황이 찾아온다. 특히 누군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경우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럴수록 오히려 대담하게 여유를 가져야 하는 상황이 바로 첫 수업이 아닐까.
긴장감을 긍정의 힘으로
지금까지 많은 첫 수업을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준비하고 시작하기까지 긴장감은 언제나 함께였다. 대부분의 첫 수업은 교육자와 참여자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때로는 참여자가 교육자보다 나이가 훨씬 많거나 적을 수도 있으며, 전혀 다른 성향과 공감대를 형성한 참여자 집단을 만날 때도 있다. 그래서 처음을 준비할 때는 크고 작은 걱정거리들이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두근거림이 추후 진행될 수업에 긍정적인 동기유발이 될 수도 있다.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아동, 정서적으로 불안감이 높은 청소년,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 세상과 소통하는 표현이 미숙한 발달 장애 학생들까지 다양한 ‘처음’을 마주했던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첫 수업에 임하는 자세를 정리해보았다.
첫째, 부드럽고 여유 있게 진행해야 한다. 첫 시간은 참여자가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생각을 크게 그려보기 때문에 흐름에서 주고받는 소통의 과정이 중요하다. 둘째, 간단한 게임으로 함께 놀아본다.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2~3가지를 준비하는데, 굉장히 유치하다거나 반응이 뜨겁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분명 수업이 끝난 뒤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참여자의 경직된 태도에 절대 당황할 필요가 없다. 미적지근한 피드백이 오더라도 자신감 있고 당차게 수업을 이끌어야 한다. 넷째, 첫 수업은 긍정적인 인상의 짧은 예고편임을 명심한다. 앞으로 즐겁고 유익하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이전에 진행한 프로그램의 결과자료(그림 또는 영상) 또는 앞으로 진행할 작업의 예시 작품을 보여주는 방법도 좋다. 마지막으로 참여자가 가볍게 채워 넣는 간단한 ‘틀’을 제시해 본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활동의 틀을 마련해 준다면 처음이 결코 불편한 자리만은 아닐 것이다. 이에 참여자 스스로 자신을 좀 더 쉽게 소개하고 처음을 보여주는데 도움이 되는 ‘틀’을 이용한 두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청소년 대상 <나의 일대기 그래프>
그래프로 자기소개하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수업 중 하나인 <나의 일대기 그래프>를 먼저 소개한다. 이 활동은 ‘그래프’라는 틀만으로도 각자의 이야기를 심플하지만 정확하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나에게 감정의 변화를 불러일으킨 일들을 차례로 그래프 속에 나열해보고 그때 나는 어떠한 감정이었는지 0을 기준으로 플러스(+)와 마이너스(-)방향에서 적절히 표시해보는 것이다. 세로축이 감정의 변화, 가로축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흐름이다. 5살부터 시작하여 3년 단위로 5살, 8살, 13살로 이어가거나, 초등학교 입학인 8살부터 1년씩 지나올 수도 있다. 감정의 변화로 찍은 그래프 속 점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 변화의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마무리하면 완성된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래프를 그려보면서, 감정 기복이 심한 청소년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를 타인과 이야기해보는 경험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자신의 무기력함이나 혹은 흥분감이 얼마나 되는지를 그래프로 색다르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사춘기의 절정인 중2병 중학생,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도로 느끼고 있는 수험생 등 감정조절이 어려운 중·고등학생의 ‘처음’에 부드러운 시작을 예고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고 싫음이 존재한다. 좋아하는 것을 글이 아닌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해보는 활동이다. 부정적인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싫음’은 배제하고 보다 긍정적인 시작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음’을 활동으로 만든 것이다. 특히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거나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대상층에 활용도가 높다. 긴 문장 단위의 발화가 어려운 지적장애인 혹은 시각적 자료에는 수용과 표현이 강하나 언어표현에 다소 한계가 있는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무턱대고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 ‘틀’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교육자의 몫이다.
지적장애 학생(위), 틱장애 학생(아래)과 함께 진행한 <내가 좋아하는 것>
먼저 주어진 활동지 혹은 도화지에 칸을 만들고, 칸마다 알맞은 카테고리를 제시한다. 주제별로 각자 좋아하는 것을 그림 또는 글로 자유롭게 표현해본다. 칸에 번호를 적고 1번은 음식, 2번은 취미활동, 3번은 나의 주변사람 등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한다. 그리고 간단한 단어 수준의 글이 가능하다면 중앙 부분에 무엇을 표현했는지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한눈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가이다. 카테고리는 참여자의 인지 수준에 맞추어 좀 더 간단히 폭을 좁혀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음식’보다는 ‘과일’ 혹은 ‘반찬’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참여자를 고려한 진행이 중요하므로,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참여자라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통해 각 참여자의 표현수준이 현재 어느 정도인지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참여자 집단에서 나오는 공통된 키워드를 찾아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반영해 볼 수 있다.
마음의 문을 열고 표현하며 탐색하기
위에 소개한 프로그램 모두 타인 앞에서 자신을 알려야 하는 활동이기에 첫 수업에서 다소 무겁지 않을까 염려할 수 있다. 하지만 구구절절 자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그래프로 만들어보고, 상징적 키워드가 제시된 자유로운 표현을 해봄으로써 타인에게 더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다. 두 활동 모두 틀은 거들뿐, 모든 내용은 개인에 맞게 채워진다. 무엇보다도 각자의 활동이 완성된 뒤, 이를 짧게라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은 굉장히 복잡한 감정과 섬세한 준비과정을 동반한다. 여기서 문화예술교육자는 교육 참여자들 각자가 솔직하게 표현하며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아름다운 문화예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뒷받침 된다면 첫 수업은 분명 성공할 수 있다. 참여자의 장애 여부, 정서 상태, 연령 또는 인지 수준 등을 이해하고, 누구나 즐겁게 다가가고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문화예술이라는 점을 언제나 기억하고 실천하는 교육자가 되고자 다짐해본다.
최유정
최유정
한남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부산대학교 특수교육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저소득층 아동부터 정서·행동 장애 청소년, 치매 노인 등 다양한 대상에게 미술교육 및 치료활동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국내 최초 문화예술특화복지관인 강남장애인복지관 시각예술팀에서 아동·청소년 시각예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남녀노소,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누구나 문화예술이 주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dbwjd0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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