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정면에는 칠판과 시청각 TV, 가운데에는 30여 개의 작은 책상과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뒤편 사물함 위엔 학급문고와 함께 찰흙으로 빚은 상상 동물 미니어처가 늘어서 있었다. 뒷벽에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책표지가 그려진 발표자료, 복도 창문 아래는 식물의 일생이 담긴 한 컷 만화 모음이, 그 위는 태양계 입체 모빌 몇 개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어린 날, 마냥 넓어 보였던 교실은 커버린 몸에 비해 매우 작아졌지만, 그곳에 모여 공부하고 친구를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미래를 준비하는 꿈의 교실인 것만은 변함이 없었다. 학생들의 꿈을 이끌어주고 그들의 성장을 사랑으로 함께 지켜봐 주는 중요한 사람, 최나영 선생님을 만났다.
문화예술,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었나?
아버지가 미술에 관심이 많으셔서 집에 관련 책이 많았고, 어머니도 취미로 유화를 그리신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많이 접했던 것 같다. 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선생님들이 문학, 연극, 뮤지컬 등을 자주 경험하게 해주셨다. 그게 재미있어서 친구들과 자발적으로 프랑스어 연극동아리를 꾸려 활동했고 입상도 했다. 대학생 때도 프랑스어 연극 활동을 계속했다. 고등학교 연극동아리를 기억하면 참 즐거웠고 자유로웠다.
교사가 되기 전부터 아르떼 아카데미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전부터 학교 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을 연계하는 교사를 꿈꾸었나?
사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교육대학교에 진학했는데 적성에 안 맞았다. 전공 공부도 단소 불기, 앞·뒤구르기 같은 초등교과 내용을 배우니까 더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 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직업을 가지게 될지 몰랐다.(웃음) 진로에 대해 방황하다가 대학교 3학년 때 학교 홈페이지에서 ‘문화예술교육 컬처펍(Culture P.U.B, 현 아르떼 아카데미 예비전문인력 양성과정 ‘문화도담’, 이하 컬처펍) 연수 참여자 모집’ 공지를 봤다. 그때 처음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컬처펍 연수를 마치고 난 후, ‘교사가 되어서도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컬처펍 연수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필요성 등을 강의와 현장탐방, 네트워킹 등으로 풀어냈다고 들었다. 처음 참여한 아르떼 아카데미는 어땠나?
참여자가 참 다양했다. 대학생, 대학원생, 실제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문화예술교육자도 있었다. 이런 분들을 가까이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함께 이야기 나누고 활동한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그때 주된 활동 중 하나가 모둠별로 문화예술교육 현장 탐방을 하고 각자 블로그에 포스팅하기가 있었다. 현장탐방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글을 쓰면서 깊이 공부하고 사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가치관과 교육관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늘 성장하기 때문에 교육은 눈뜨고 있는 모든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것, 아주 작게라도 삶의 영향을 끼쳐서 내가 달라지는 것, 이게 바로 교육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컬처펍 이외에도 교원 연수, 예술강사 대상 창의키움 연수 등에 참여했다. 연수과정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다.
각 연수과정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연수 대상자가 다르다 보니 과정마다 만나는 사람들의 층위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컬처펍은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 의기투합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나에게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가지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 교원 연수는 교사 부임 이전인 2014년과 이후인 2015년 두 번 참여했는데, 실제 교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나 방법을 많이 배웠다. 2014년에 들은 <예술로 만드는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역사 지식을 전달하는 법, 흥미를 가지게 하는 교수법 등을 알게 되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술강사 과정인 ‘창의 키움 연수’는 사고방식, 표현 방법이 남다른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서 무척 신선하고 즐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마임 수업이다. 작가 한 분이 공간에 그림을 그리듯 황홀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예술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교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나 방법을 많이 배웠다고 했는데,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그리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작년에 2학년 아이들과 전래동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로 극본을 만들고 상연까지 했다.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만으로도 정말 재미있게 극을 꾸밀 수 있었다. 직접 의견을 내고 만드는 과정을 보니 대견하면서 신기했다. 글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직접 극본을 만들어 상연까지 마치니까 표현력도 늘고 국어 교과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더라. 아이들이 극본을 극화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연극부 때의 기억을 되살려 도움을 주었다. 올해는 교실 벽 한 면을 채울 만큼 커다란 협동화를 만들었다. A4 크기로 그림을 나눠서 각자 한 장씩 색칠한 후 퍼즐처럼 맞춰 교실 벽에 부착했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협동하는 자세, 돕는 마음을 깨닫기를 바라서였다. 5학년들이다 보니 어울리기 싫은 애들을 따돌리는 것이 보였고, 1년을 이렇게 지내면 모두 행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협동화를 만들면서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친구와도 서로 의논하면서 사이가 좋아진 것 같다. 완성한 협동화도 소중하게 여긴다. 그 외에도 일주일에 한 번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ing) 수업을 한다. 몸을 직접 부딪치고 뒤섞여서 놀게 하니까 어색함이 많이 해소되는 게 보인다. 그래서 놀이 활동을 통해 어떻게 하면 재밌게, 좋은 관계로 이끌 수 있을까에 대해서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올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조선의 건국과정이나 왕자의 난 같은 역사와 연극을 결합한 수업이다. 모둠별로 사건과 주제를 연극으로 구성하여 공연하면 각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쉽게 깨닫고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과와 문화예술교육을 연계한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교과수업은 정답이 있고, 아이들이 틀렸을 때 오류를 잡아 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위축되거나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할 때는 정말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한다. 예술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더욱 자신 있게 활동한다. 저도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교과 학습지도를 문화예술교육과 연계 또는 결합한 시도가 돋보인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아쉬운 점은 없었나?
학교 교육과정도 많이 달라져서 요즘은 교과과목 자체에 문화예술교육이 연계된 부분이 많이 있다. 비록 문화예술교육이 목적은 아니지만 국어 교과를 연극을 통해 배우거나, 만들기와 그리기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익히는 방식 등을 쓰고 있다. 2학년 국어 교과 중에도 <연극>, <인형극>이라는 단원이 있다. 그런데 저학년은 연극 상연까지 전체 과정을 실습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학습량이 많아져서 실습을 진행하기 힘들다. 연극에 시간을 많이 소요하면 다른 진도를 나가지 못하게 된다. 교과서에서 ‘이렇게 해라’라고 쓰여 있지 않은 한, 교양을 높일만한 문화예술 관련 교육은 뒤로 미루게 되는 게 현실이다. 현재 5학년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가 통합된 수업이다. 프로젝트 수업의 장점은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여 아이들이 더 자연스럽게 주제에 녹아들어 학습에 임하고 다방면으로 이해하게 된다. 교사의 입장에선 정해진 시간에 높은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업이다. 고학년들의 문화적 소양을 키우는 것도 이런 교육 방식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풍부한 문화적 체험을 하기 위해선 학교 안에서 뿐 아니라 학교 밖의 관심과 지원도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학교 오케스트라와 합창부는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단소, 오카리나, 미술 등 1인 1특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외부기관으로는 과천시 청소년수련관, 장애인복지관, 시민회관, 한국마사회 등에서 많은 활동을 지원해준다. 학교 운동장에서 직접 말타기 체험도 했고, 장애인분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청소년 수련관에서는 5학년을 대상으로 댄스, 암벽등반, 음악 줄넘기, 연극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교사로서의 보람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아이들과 통하는 게 느껴질 때 기쁘다. 마냥 철없고 말 안 듣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선생님을 이해해주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방학이 있다는 점도 즐겁다.(웃음) 보람도 아이들 때문이지만, 힘든 점도 아이들이다. 요즘은 사춘기가 빨리 오다 보니 화장을 하거나 욕을 쓰기도 하고, 왕따까지는 아니지만 따돌림 같은 것이 보일 때가 있다. 자기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고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이지만 몇몇은 속을 썩인다. 그럴 때 힘들고 좌절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선생님’이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그만두고 장기간 세계여행을 다녀온 선배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어느 날 수학 시간에 ‘아이들은 내일 구구단을 할 수 있게 되겠지만 나는 달라질 게 없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고 하더라. 그 기사를 보며 선생님은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교사를 시작한 2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이미 많이 달라졌다고 확신한다. 항상 멈추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최나영
최나영

경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과천 문원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대학생 때부터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 아카데미의 다양한 연수 과정에 참여했다. 2014년 과천 문원초등학교로 처음 발령을 받아 3년째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올해는 문화예술교육 업무를 맡아 학교 내 문화예술교육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배우며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영상 _ 강장원(미술작가)

이초영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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