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아이들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이 피아노와 ‘평생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창 배우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이지만, 배움이 되는 모든 교육(과목)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그럴 때 아이들에게 피아노가 쉼터이자 놀이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피아노 수업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일차적 목표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 ‘컬러링 뮤직 클래스’와 같이 놀이이자 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고민하고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평소 아이들을 만날 때는 30색 수성펜을 꼭 준비한다. 아이들 각자의 화이트보드에 숙제 등을 적어주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집중해 매번 다르고 예쁜 색깔의 수성펜을 직접 고른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흰색과 검은색 피아노 건반만 보는 음악수업에 아이들의 흥미를 높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색을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색깔공을 사용한 ‘컬러링 뮤직 클래스’가 시작된 계기이다.
컬러링 뮤직 클래스를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색깔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렸다. 색깔공을 손으로 만지작거리거나 얼굴에 비비며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했다. 아이들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빨간색 공은 계이름 중 어떤 것과 어울릴까?” 아이들은 고민도 안 하고 “도!”라고 외쳤다. 이어 무지개 색깔과 계이름을 짝 짓는 것에 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계이름과 짝지어 준 색깔공으로 3화음을 만들어보고, 각자가 원하는 색깔공을 섞어서 나열해 마음껏 작곡해보았다. 아이들에게 음정 관계나 음악이론에 대한 설명 없이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색깔공을 배치했다. 처음 색깔공에 짝지어준 계이름을 떠올리며, 나열한 색깔공을 순서대로 악보로 옮겨 붙였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들이 나열했던 색깔공도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작곡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일깨워줌으로써 작곡이, 음악이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다가갈 수 있었다.
악보에 옮긴 색깔공은 공 사이의 간격에 따라 음가가 정해지고 다양한 리듬도 표현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첫 작품은 서은, 초은이가 만든 <엉터리 벙터리 음정놀이>이다. 엉성하고 음정 관계도 제멋대로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아이 스스로 만들어낸 음악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한편 컬러링 뮤직 클래스는 1시간 안에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중간에 멈추면 흐름이 끊겨 흥미를 잃거나 아이들의 악상 아닌 악상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컬러링 뮤직 클래스의 장점은 아이들의 음악적 수준이나 지식과 상관없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색깔 멜로디로 만든 음악은 개개인의 개성이 담겨 있어 누가 더 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으며, 이렇게 긍정적인 분위기의 수업이 계속되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구가 되고, 교사와 마음을 공유하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아이들이 직접 그리고 만든 색깔공 악보의 완성도는 조금 낮을 수도 있지만, 벽에 붙여두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러한 음악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더 자란 후에도 자신의 작품을 보며 지금의 수업을 떠올리고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색깔을 활용한 음악수업을 하면서 실제로 아이들의 음악수업에 대한 애정이나 집중도가 향상되었고, 이론수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좋은 음악수업을 같이 만들어나가기 위해 최근에는 음악과 미술의 융합교육을 조금 더 발전시켜 유명 미술작품을 보고 작품에서 사용된 색깔을 찾아내 음악을 만드는 수업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오선 악보의 단조로움을 탈피시키고 20세기 초반의 현대음악처럼 다양한 오선 악보의 형태를 만들어서 친숙하게 다가가는 악보를 만드는 수업도 준비 중이다.
오지애
오지애
충남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음악교육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오케스트라 사이엔티아 비올라 단원으로 작품 활동을 하며 음악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심을 다해 가르치는 교사,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음악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교육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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