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모든 관계가 실로 연결되어 시각적으로 드러난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수많은 실이 얽히고설켜 세상은 하나의 큰 실 뭉치가 될지도 몰라요. 그만큼 우리는 많은 사람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공동체를 구성하고, 사회를 만듭니다. 나와 너, 우리가 모여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을 상상해보세요. 예술로 다함께 관계망을 만들어내고 표현할 수 있는 작품과 예술놀이를 소개합니다.
‘꿈’을 그리는 단어의 총집합
온라인의 장점은 내가 관심 있는 ‘단어’를 클릭하면 연관성이 있는 텍스트나 사이트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하이퍼링크를 오프라인으로 표현하면 어떨까요? 유명 디자이너 마리아 피셔(Maria Fischer)의 책 『꿈에 대한 생각(Traumgedanken)』은 꿈을 주제로 심리학·과학·철학 분야의 지식과 문장을 모아놓은 논문집입니다. 이 책에는 “꿈의 근원은 무엇인가?”, “꿈의 기능은 무엇인가?”, “꿈은 현실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텍스트 자체로도 훌륭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이 책이 유명한 이유는 마리아가 책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하면서 한 층 더 입체적으로 꿈에 대한 해석을 표현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서로 연관성이 있는 단어나 문장을 자수 실로 연결합니다. 형형색색의 자수 실은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관심 있는 단어와 실을 따라가면 또 다른 맥락의 이야기를 발견해낼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아날로그 방식의 ‘하이퍼링크’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마리아는 이 책에 대해 “꿈을 꾸는 것에 대한 꿈의 모델을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실들은 “깨기 쉽고 혼란스러운 ‘꿈’을 시각화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치 꿈속을 헤엄치듯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실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텍스트)을 찾아 항해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건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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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aria-fischer.com/project-5.html
실 뭉치를 던져라!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실 뭉치를 한 번 던져보세요! 먼저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남은 막대를 깨끗하게 씻은 뒤 막대 양 끝에 연관성이 있는 단어를 두 개씩 써주세요. 예를 들면 ‘초콜릿’과 ‘바닐라’, ‘개’와 ‘고양이’, ‘짜장면’과 ‘짬뽕’, ‘낮’과 ‘밤’ 같은 단어들을요. 단어가 적힌 막대들은 통 안에 넣고 이제 놀이를 시작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손목에 털실을 감은 뒤 아이스크림 막대를 하나 뽑은 다음 둘 중 더 선호하는 단어를 고릅니다.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손을 들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손목에 털실을 감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금방 사람들 사이에 공통된 취향과 연결고리들이 생기게 됩니다. 대화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면 실 뭉치 던지기 놀이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터보세요.
실 뭉치 던지기 놀이를 학교 수업이나 교육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어떠한 사회나 생태계의 순환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에 실 뭉치 던지기만큼 좋은 놀이도 없거든요. 미국 알래스카 주 동남부에 위치한 싯카 환경보호협회(Sitka Conservation Society)에서는 싯카 지역의 주요 자원 중 하나인 연어와 지역 청소년들과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놀이를 준비하였습니다. 원 모양으로 선 아이들은 각자 낚시꾼, 예인망 어부, 수산식품 생산자, 마트 직원, 보트 수리공, 교사, 의사 등의 직업을 부여받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직업과 생활양식이 누구로 인해 영향을 받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 실을 던지기로 합니다. 수산식품 생산자는 낚시꾼이 물고기를 얼마나 잡느냐에 따라 판매할 수 있는 양이 달라지고, 낚시꾼 또한 생산자가 얼마나 많은 물고기를 사느냐에 따라 경제활동이 달라집니다. 여러 차례 실 뭉치를 주고받은 결과 모든 직업 사이에 실이 연결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역할놀이를 통해 모든 직업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하나의 식품이 생산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기까지 어떠한 단계를 거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공동체 구성원의 역할과 사회 전체를 보여주기도 하고, 관계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실 뭉치 던지기 놀이,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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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tkawild.org/author/tracy/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