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즐거운 매개체이자 놀이이다. 하지만 우리사회 속 예술은 힘든 것, 어려운 것,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5’, ‘프로듀스 101’ 그 과정 속에서 강조되는 경쟁과 치열함, “잘 해야 살아남는다.”는 그들의 행동은 대중에게까지 전달된다. 평범한 내가 즐겁게 노래 부르고, 춤추고, 랩을 하는 것은 예술로 여겨지지 않고 예술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버린다. 이런 방송을 보며 어렸을 적 잠시 배웠던 피아노, 기타, 혹은 노래를 부르던 감성이 떠오르기란 쉽지 않다.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은 아름다운 것, 바쁜 일상에 한숨의 맑은 공기 같은 전환, 그 공간에 가기만 해도 즐겁고,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져 시시때때로 상상하게 되는 것. 예술을 향유하는 일반인들에게 예술은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 한잔처럼 쉽고 편하게 다가갔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의 가벼움을 알려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스운 것과 가벼운 것은 다르다. 묵직한 가벼움을 만들자. 1인1취미, 1인1악기 시대에 들어섰지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예술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아직 어색하고 어렵다. 놀이와 예술이 맞닿아있는 지점에서 사람들은 더 재미있게 놀고 보는 이들도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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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악기, 바디퍼커션
우리는 누구나 음악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길거리를 거닐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듯, 세상 모두가 자신만의 음악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 자연스러운 흥얼거림처럼 익숙한 악기가 목소리 말고 또 있을까?
자, 여기 세상에서 자신만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악기가 있다. 자신의 몸을 사용해 리듬을 만들어내는 바디퍼커션, 바로 우리 몸을 악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가슴을 때리고, 허벅지를 치고,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고, 휘파람을 불고, 심지어 볼을 튕기며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악기의 사용법을 배우게 되고, 악기의 익숙함을 먼저 익히려하는 수고스러움 없이 자신의 음악적 잠재력과 만날 수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 성별의 구분 없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미 우리 몸은 우리 자신들에게 아주 익숙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나의 몸에서 시작되는 음악
바디퍼커션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리듬 에너지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때문에 연령과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영상은 2013년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각자 연령에 맞게 진행한 바디퍼커션 워크숍이다. 초반(00:00~01:30)에 나오는 영상은 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는 아이들과의 워크숍이고, 후반은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과 함께한 워크숍이다.
아이들은 발 구르는 소리, 손뼉, 가슴, 허벅지를 두드리는 소리 등 온 몸 전체를 사용하며 구구단을 이용해 바디 리듬을 만들었다. 또한 병동에서 보호자와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보호자와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르신들의 경우, 몸을 많이 쓰는 힘든 동작보다는 의자에 앉고, 가볍게 걷고, 대열을 만들어 내는 형태로 주로 가슴, 손뼉, 배 두드리는 소리 등 상체 위주로 참여자간의 파트너십을 유도해 함께 연주하는 동작을 넣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것, 어르신은 어르신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나의 몸에서 시작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로 고3 수험생과 함께한 상상만개 워크숍은 앞의 두 그룹에 비해 에너지가 넘치고 짜임새가 있으며 보다 더 음악적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미션은 세 가지였다. 첫째, 수능을 마친 전국 13개 학교의 고3 수험생들과 졸업댄스를 만들어 내는 것. 둘째, 최소 100명에서 최대 300명이 동시에 한 장소에서 연주가 이뤄져야한다는 것. 셋째, 어떠한 전자 기구, 음향의 도움, 가공 없이 날 것의 소리, 우리 몸으로 연주를 한다는 것이었다. 주어진 2시간 동안 학생들 스스로의 창작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세 프로그램의 차이를 표로 정리해보았다.
2015상상만개 프로그램 표
구분 어린이 어르신 2015 상상만개
‘우리학교 졸업댄스’
대상 장기 입원 환아 50세 이상 어르신들 고3 수험생 100~300여명
연주법 발, 손뼉, 허벅지 등 : 전신 손뼉, 가슴, 배 : 상체위주 발, 손뼉, 허벅지 등 : 전신
소스 숫자, 구구단 국악, 노랫말 학교, 반별 특징과 학교에 비치된 도구들
리듬 쉬운 펑크(funk), 동요적 감성 여러 믹스(Mix), 한국적 감성 펑크(funk), 유행하는 노래
대열 서서 리듬을 만들어내는 형태 걷고, 앉고, 강강술래 등 자유
노래를 흥얼거리듯 자연스러운 연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악기, 우리 안에 있는 음악적 잠재력. 이것이 바디퍼커션이다. 사람의 몸은 아름다운 악기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 한다.
이상호
이상호
타악기 연주자이자 바디퍼커셔니스트. 브라질리언 리듬에 매료되어 아프리카, 브라질을 다녀왔으며 브라질의 Barbatuques, 영국의 Stomp에서 바디퍼커션을 배웠다. 현재는 인왕산 가까이에 아내와 함께 큰 개 한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으며 라퍼커션 디렉터와 바디뮤직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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