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여러 키워드 중에는 ‘과정’과 ‘공유’가 있다. 그리고 그 두 가지의 키워드를 생각할 때면 떠오르는 두 가지의 장면이 있다. 하나는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지원사업 주관기관인 재단에서 컨설팅을 위한 전문가가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을 때다. 평가를 위한 방문이 아닌, 사업의 방향과 추진 과정의 자문 역할로 방문하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는 이야기도 함께 듣지만, 그러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주에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참가 독려를 위한 연락도 하고, 혹시 프로그램 진행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팀원들 간 회의도 한 번 더 하는 우리 팀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사업의 결과 워크숍이 진행되는 날이다.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중 몇 팀의 사례 발표를 들어본다. 특히 참가자의 인터뷰 영상은 그 날의 하이라이트일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서 제 삶이 풍요로워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참가자 인터뷰 영상은 보는 사람들마저 뿌듯함과 감동을 느끼는 장면이다.
문화예술교육단체의 일원으로 지원 사업 기획에 참여하고, 현장에서 활동을 하면서 언제나 위의 두 장면 사이 어딘가에서 고민을 한 기억이 있다. 우리가 멋있게 작성한 기획서를 실제로 실행할 때 참가자 모집이나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어찌 보면 단체 내부의 고민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누구와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문제들을 드러내지 않고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인 것인가. 괜히 과정상의 문제들이나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다니면 우리 팀의 역량을 의심받고,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러운 때도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오픈 소스’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오픈 소스’는 유용한 기술을 공유하여 누구나 개발·개량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다 우수한 소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두산백과) 이후 현장의 고민들과 멋있는 결과물 사이의 연결 지점, 우리 단체와 다른 단체들, 더 나아가 문화예술교육 영역에 관계하고 있는 다양한 대상들 간의 연결 지점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과정의 공유’ 혹은 ‘고민의 공유’라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기획과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도 이런 오픈 소스 개념의 도입이 가능할까? 어떻게 하면 서로의 고민과 과정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에 덧붙여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개별 단체가 가진 한계는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 것인지, 해결은 가능한 것 인지에 대한 생각들까지. 이런 고민과 생각들을 갖게 된 이후 사업 결과발표나 사례공유 자리에서 사례 발표에 앞서 우리 단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다 자세히 소개하기 시작했다. 교육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어떤 점이 힘들었고,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우리 팀은 무엇을 잘못 판단했고 그래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를 이야기하게된 것도 그 때부터다.
처음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수했던 부분들이나 그 과정에서의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혹시 나의 기획과 실행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떠들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 때 주변의 선배들이 해줬던 조언이 큰 용기가 되었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려고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영역에서 활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동기만 잊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의 작은 문제들은 너를 성장시키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 현장이야기마당 마음탁자1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어디까지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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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이야기마당 마음탁자1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어디까지 해봤니?’
현장이야기마당 마음탁자1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어디까지 해봤니?’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현장이야기마당 – 마음탁자’가 진행되었다. ‘예술-행정, 눈 맞추기’, ‘예술강사, 미래 열기’, ‘현장-사람, 열쇠 찾기’라는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활동가들과 관계자들이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및 강사, 문화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대학생, 그리고 지역 재단 실무자 등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여러 참여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고, 그래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번에 직접 진행을 맡은 마음탁자1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어디까지 해봤니?’ 역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지원사업의 구분에서부터 행정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해서 ‘어떻게’라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더 초점을 맞춰서 진행되지는 않았나 하는 것이다. 매년 초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또는 각 지역의 재단에서 진행되는 지원 사업 설명회나 사업 참여 단체 간 워크숍이 아닌 만큼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해서 ‘어떻게’보다 ‘왜’라는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면 기획자, 강사, 행정가 등 다양한 위치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고 고민하는 ‘진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5년 12월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정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간 문화예술교육 영역의 폭은 더 넓어지고, 그 안의 다양한 관계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단체와 활동가, 그리고 행정가들은 서로 어떤 가치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앞으로 진행될 마음탁자는 여러 참가자들이 모여 그들의 활동에 대한 건강한 고민과 질문을 찾아가는 자리로, 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함께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형태와 의미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준영
김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전부터 문화예술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일을 했다. 현재는 빙고믹스 대표로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한 통합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기획·운영하고 있다. 서울아현시장 상인 예술동아리 총괄(2015), 강화풍물시장 상인 DJ 양성(2014) 등 다수의 시장에서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했으며, 아르떼 예술강사 교육 연수(2015), 교원 대상 창의적 축제 만들기 기획워크숍(2013) 등 문화기획 관련 강의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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