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은 법과 제도(문화예술교육지원법, 2005년 제정)를 마련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담 중앙기관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설치하는 등 정책적 환경조성과 함께 성장해온 특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이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중국과 일본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별도로 명명하여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 국가의 사회‧교육‧문화적 요구에 따라 문화예술 보급 등의 이름으로 다채로운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5월 개최된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정부관계자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의 문화예술교육 정책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 중국 광장무
    중국 광장무
  • 중국 중앙문화관리간부학원 대중문화예술교육
    중국 중앙문화관리간부학원 대중문화예술교육
중국 – 대륙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힘
중국 정부는 노년층과 아동청소년, 장애인과 같은 특수 계층을 비롯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통 희극과 각종 연극, 춤, 미술, 영상 등의 군중예술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관과 군중예술관은 중국 지역 사회 내 예술 보급 사업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문화·문예 창작 활동 지원은 물론 문화 자원봉사와 예술 교류 활동까지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에는 전국의 문화관, 군중예술관, 문화센터, 기타 공공문화회관 등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중국 문화관협회(China Public Cultural Centers Association:CPCCA)’가 출범하였다. 현재 총 847개의 회원기관과 음악창작, 서화, 문화전시, 국제민간예술교류 등 분야·장르별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는 문화관협회는 문화관 사업을 지도·조정하고, 교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중국 문화관을 국제사회에 소개하여 대외문화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문화관협회를 중심으로 중앙 정부부터 마을 단위까지 6단계에 걸쳐 이어지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문화관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한 전국적 행사도 자주 개최된다. ‘전국민 광장무 행사(欢跃四季)’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전국 단위로 이루어지는 행사를 위해 전년도 겨울에 등록을 시작해 이듬해 2월부터 4월까지 성(省) 내 교류가 이루어진다. 5월이 되면 지역 간 합동 연습이 시작되고, 최종적으로 5월에서 7월 사이에 전국 공연을 하게 된다. 광장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춤으로 중국에서 매우 보편적이다. 지난 해 총 700개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출품작에 대한 국민투표수는 553만 표를 기록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호응이 높다.
중앙에서 지역 단위로 촘촘히 구축된 전국적인 네트워크는 이러한 사업의 수행뿐만 아니라 문화관과 군중예술관 등에 파견되어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하는 예술강사나 소속 행정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교육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문화부 산하의 ‘중앙문화관리간부학원’에서 문화관에 근무하는 행정가나 예술가를 위한 연수를 시행하고 있으며, 연간 1~2만여 명 규모로 이루어진다. 주로 국가 전문 기관의 관리, 음악, 무용, 연극, 작사, 작곡 등 전문 인재, 예술학교 전문 교사, 각 성 시 문화관 및 군중예술관의 예술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연수교육은 강의, 사례 연구, 토론, 멘토링, 워크숍, 포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중앙문화관리간부학원은 이러한 행정가 교육과 더불어 예술단체 교육, 그리고 대중예술교육을 중점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예술단체에 소속된 예술가들을 위한 교육은 대개 단기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된다. 중국에서 광장무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무용 교육자 강좌에서 광장무 안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전국 문화관 및 군중예술관에서 근무하는 안무가들을 소집해 광장무와 관련된 집중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광장무 안무가 교육은 안무가들의 전문성과 예술적 소양을 제고함으로써 이들이 중국의 전통과 민족정신을 담은 우수한 광장무 작품을 창작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중문화예술교육은 전통설창,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전통극 등 다양한 분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일본 전통예술수업
    일본 전통예술수업
  • 일본 전통예술수업 순회공연
    일본 전통예술수업 순회공연
일본 – 전통계승과 미래세대를 위한 노력
일본은 2015년 ‘문화예술 진흥에 관한 기본방침(제4차)’를 채택하여 ‘문화예술입국’을 실현하기 위한 5가지 중점 전략을 발표하였다. 그 중 두 번째 중점전략인 “문화예술을 창조하고 지탱할 인재의 내실화 및 어린이와 청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진흥정책의 내실화”에서 일본의 문화예술 보급과 교육의 주된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특히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세대의 감성과 창조성,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일본 문화예술을 영속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다.
문화청은 이를 위해 어린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우수한 문화예술작품 감상 기회와 다채로운 체험형 워크숍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 어린이들의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문화예술에 의한 어린이 육성 사업’은 문화청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5,123백만 엔(2016년 기준, 한화 558억 원)의 예산을 투여하여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사업으로는 ‘순회공연 사업(연간 1,850회/14개 분야)’과 ‘예술가 파견 사업(학교 공모형 1,400건, NPO제안형 1,100건)’, 그리고 ‘의사소통능력 향상 워크숍(학교 공모형 100건, NPO제안형 100건)’이 있다. 앞으로 아이들이 보다 많은 문화예술을 감상·체험할 수 있도록 지방공공단체의 자체사업 등도 포함하여 의무교육기간 중 매년 1회는 문화예술을 감상·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일본 전통문화에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사업도 활발하다. 문화예술단체와 연계하여 시행되고 있는 ‘전통문화 부모자녀교실사업’은 민속예술, 공예, 음악, 무용 뿐 아니라 차도 등 생활 문화까지 다룬다. 이 사업은 문화청이 전국 전통문화관련 단체들을 모집하고 심사하여 ‘방과 후 어린이 교실’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문화청은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3,483개 교실을 지원했으며, 올해 역시 4,000여 개 교실에 관련 단체를 파견할 예정이다. 2011년부터 미래의 전승자·이해자 양성을 위해 전문예술단체가 교원에게 전통음악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기능을 전수하는 전통음악보급촉진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음악교육의 내실화와 학교교육에서 전통음악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실연가/교원 공동연구, 코디네이터 육성, 교재제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등학생 대상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는 ‘전국고등학교종합문화제’가 있다. 각 도도부현(都道府県)을 대표하는 고등학생들이 문화예술활동 발표의 장으로 고등학생들의 창조활동 수준을 높이고 상호교류를 증진시키고자 마련되었다. 문화제 기간 동안 연극, 합창, 항토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과 함께 고등학교 문화부 활동 교원들을 양성하기 위한 연수도 실시된다. 고등학생들은 문화제에서 단순히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회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문화적 소양과 책임감, 의사소통 능력 등을 향상하게 된다.
현재 일본에서는 어떻게 지역 커뮤니티를 복구시켜, 지역 활성화를 확보해 갈 것인지가 큰 과제 중 하나다. 대부분의 지역 문화시설이 다목적 또는 대관 공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예술단체의 활동 거점도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음악당, 미술관, 박물관으로써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지역 문화시설들이 문화거점이 되어 문화 전파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주민들이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동등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극장, 음악당 활성화 사업’ ‘미술관, 역사박물관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과의 공동 창조 활동지원, 지역으로의 아웃리치 활동, 장애인·고령자 대상 워크숍 등 지역과 지역민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중국 문화관 미술전시
    중국 문화관 미술전시
  • 일본 전통문화수업
    일본 전통문화수업
새로운 가능성 발견을 위한 협력과 교류
중앙과 지역을 연결하는 문화관 및 군중예술관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대대적인 대중문화예술보급, 전문인력 연수 프로그램, 전국단위의 광장무 축제 등은 중국의 문화와 사회환경이 결합된 문화예술교육의 특성을 엿보게 한다. 한편, 감성, 창조성, 의사소통 역량 강화와 더불어 전통문화예술 계승까지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을 다각적으로 세워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진흥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국가마다 정책 환경, 사회·문화적 분위기, 교육적 수요, 문화예술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다른 만큼 한국에서 통용되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개념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각국마다 중점 사항과 목표는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양질의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조성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한중일 3국 모두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정책적 전제이다. 앞으로 꾸준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각국의 현황과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을 풀어가는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며 상호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_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발표자료 내 발췌
noprofile
정리 _ 대외협력팀 권민영 주임, 서민영 인턴
mkwon@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