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뒤덮인 주차공간에 의자를 깔고, 도로 곳곳에 책을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함께 공유하고 싶거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있다면 밖으로 가지고 나오세요. 때로는 쓸모없어진 물건들이 문화예술과 만나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다 함께 모여 길 위에서 놀 수 있는 문화예술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책의 기쁨을 전파하는 꼬마도서관
길 곳곳에서 보이는 이 작은 상자는 무엇일까요? 마치 새집 같기도 하고, 우체통 같기도 한 이 상자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꼬마도서관(Little Free Library)입니다. 2009년 미국 북동부 위스콘신주 허드슨시에 살던 토드 볼(Todd Bol)은 책을 무척 사랑하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자신의 집 마당 앞에 책이 담긴 작은 통을 설치하였습니다. 그 후 꼬마도서관은 큰 호응 얻으며 점차 지구촌 사회운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산책 중 잠시 멈춰서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 어떨까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집 앞, 도로, 학교, 유휴지 등 다양한 공간에 꼬마도서관을 설치하고 공유하고 싶은 책을 비치해둘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도서관처럼 사람들은 이곳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며 자신의 책과 교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꼬마도서관 설치에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집에 작은 상자나 통이 있다면 정성스럽게 페인트칠을 하고, 그림을 그려서 꼬마도서관을 꾸며보세요. 고장이 나서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 텔레비전, 책장, 아이스박스 등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은 공중전화 박스 한쪽을 책으로 채워보면 어떨까요? 뉴욕의 디자인 스튜디오 스테레오 탱크(Stereotank)는 노란색 잠수함을 연상케 하는 도서관을 학교 공터에 짓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상상이 담긴 꼬마도서관을 함께 만들어보세요!
  • 『눈물바다』(서현, 사계절, 2009)
  • 『눈물바다』(서현, 사계절, 2009)
  • 『눈물바다』(서현, 사계절, 2009)
  • 『눈물바다』(서현, 사계절, 2009)
1년에 단 하루, 주차 공간을 동네 공원으로
삭막한 도심 속에서 흙과 잔디를 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 번쯤 도시를 점령하고 있는 자동차를 치우고 주차장에 자연 공간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파킹데이(Park(ing) Day)는 1년 중 하루 주차장에 잔디를 깔고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드는 일종의 놀이로, 2005년 10월 20일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예술가 그룹 리바(Rebar)는 도심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를 치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공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던 리바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생각을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미터기에 주차요금을 넣고 도로 주차 공간 한 칸에 잔디와 벤치를 깐 이들은 2시간 동안 책도 읽고 담소도 나누다가 시간이 끝나면 짐을 싸서 철수하였습니다. 이들의 조용하고 합법적인 도로 점령 캠페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지금은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파킹데이는 한 칸의 공원을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잠깐이긴 하지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공유공간이 생기면서 이웃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서로의 소식을 묻고 취미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합니다. 함께 가꾸는 정원이 되기도 하고, 서로의 머리를 잘라주는 작은 미용실이나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요가 클래스로 거듭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파킹데이를 통해 이웃과 소통이 단절되고, 자연과 멀어지는 등 도시에 살기 때문에 겪는 크고 작은 문제들의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에 잠시 시행되었던 파킹데이를 다시 되살려보는 건 어떨까요? 1년에 단 하루, 주차 공간을 이웃 주민들의 상상력으로 채워보세요.
  • 『눈물바다』(서현, 사계절, 2009)
  • 『눈물바다』(서현, 사계절, 2009)
  • 『눈물바다』(서현, 사계절, 2009)
  • 『눈물바다』(서현, 사계절, 2009)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