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앙행정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련 업무를 모두 관장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경우는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은 문화부에서, 관광은 국가여유국, 체육은 국가체육총국, 문화재는 국가문물국에서 나누어 관장하고 있다. 문화부에서는 문화예술, 문화산업, 문화체제개혁 지도, 대외문화업무, 문화관련 정책 및 법규 등의 결정 및 실시 감독을 총괄한다. 1980년대 문화체제개혁이 시작된 이래, 1990년대에 공연시장, 영화, 방송, 출판을 아우르는 문화행정의 법규와 관리시스템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변화와 함께 진행되었다. 2000년 발표된 ‘중공중앙 10차 5개년 계획에 관한 건의’에서는 문화산업정책 수립, 문화예술 분야 시장 건설과 관리 강화, 그 외에도 신문출판업부터 공연, 영화, 엔터테인먼트, 대중문화, 박물관, 문화관광, 전시컨벤션, 광고, 문화교류 및 연구 등 폭넓은 산업범위를 지정하여 이와 관련 있는 항목의 추진을 명시한 바 있다.
사회주의 가치 지키며 제한적 민간 지원
1953년 1차로 시작된 이 5개년 계획은 매 5년마다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제10차에서 문화산업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이후 제11차에서는 본격적으로 문화분야 육성정책을 별도로 수립하는 등 문화분야를 강조하였고, 2000년 국무원에서 발표한 ‘문화사업 발전을 지지하는 약간의 경제 정책에 대한 통지’에서는 문화경제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작년에 종료된 제12차 5개년 계획의 중점 추진 사항을 살펴보면 문화부 산하의 국유예술단체를 포함한 집단공사 및 출판사, 지방조직들의 체제개혁과 문화산업 시범지구 건설 및 문화부문 투자 제도 개선 등 관련 인프라 개선을 비롯해 문화산업촉진법을 마련하는 등 관련 법률체계의 보완까지 포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부터 시작된 제13차 5개년 계획은 어떨까. A4 70장이 훨씬 넘는 분량 중 문화분야는 예상과 달리 다소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총 80장(章)으로 구성된 내용 중 제61장의 ‘공공서비스공급’의 마지막에 공공문화시설 무료개방, 농촌지역 디지털영화 상영, 소수민족 문화서비스, 공공체육관개발, 문화유산참관, 전 국민 건강서비스 등이 문화체육이라는 타이틀 아래 조촐히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67장에서는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의 배양과 실천, 그리고 우수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이, 제68장에 이르러서야 문화산업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역시 첫 번째 목표는 사회주의문예를 번영 및 발전시키는 것에 두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문화체제개혁의 심화 부분인데 국가의 문화자산관리 시스템 보완과 함께 시장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문화관련 기업들에 사회 자본이 투입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민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명시하고 있는 점이다. 구체적 항목들에서 반복되는 키워드를 정리하자면 중국식 사회주의 가치, 전통문화 발전, “제한적” 민간역량 강화 지원이라 할 수 있다.
  • 맥베스, 황잉 연출1
  • 맥베스, 황잉 연출2
<맥베스>, 황잉 연출
인프라 조성 붐, 본격 국가예술기금 운영
특히, 오랜 세월 인민에 대한 복지 혹은 프로파간다의 일환으로 각급 문예공작단 등을 통해 창작되고, 우리나라 동사무소 정도에 해당하는 중국의 지역 기층 조직인 가도판사처(街道瓣事處)가 조직한 관객들에게 상연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던 공연예술 역시 지난 십여 년간 정책기조의 변화가 가져온 내부적 구조개혁과 외부적 산업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좋든 싫든 창작에서 유통까지의 지형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는데 민간과 정부를 막론하고 극장 건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국비와 지방비 매칭펀드 방식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최근 몇 년간 지어진 대형 공연장들은 각 성(省)과 시(市)에서 재원을 조달하여 경쟁적으로 건립 붐에 뛰어든 결과이다. 예를 들어 최근 타계한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광저우오페라하우스와 기존의 대규모 공연장들이 중국문화부 산하 기업이었던 대외연출공사 등 거대 문화관련 기업의 공연장 체인(劇場院線)에 속하게 된 것은 극장 가동률의 제고와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한 노력을 불러왔다.(중국대외연출공사와 중국대외예술전람중심을 기반으로 후에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가 설립되었다.) 이는 다양한 해외 합작, 뮤지컬 등 신규 장르 개척, 투어 공연을 통한 작품의 유통 활성화를 가져왔다. 건립은 지방 정부에서 했지만 100% 위탁관리의 형식으로 일체의 보조금 없이 운영이 가능하게 한 것 역시 특기할 만하다. 베이징 한 도시만 보더라도 동성구의 소극장벨트(Dong Cheng Theater District), 천단, 서성구 등지에 50여 개 공연장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물론 하드웨어, 설비투자, 소프트웨어, 운영인력, 프로그래밍, 관객개발 등의 과제는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또 한 가지의 중요한 변화요인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2014년에 생겨난 국가예술기금의 존재이다. 이 기금의 발표 시기에 즈음해서 전(全)중국 연극협회 주석, 전국정협(全國政協)위원 등이 해외시찰까지 하며 벤치마킹한 제도이다. 초기 검토단계에서는 2억 위안(한화 약 353억 원)에서 시작해 8억 위안(한화 약 1,413억 원)까지 점진적으로 지원액을 늘려간다는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20억 위안, 한화로는 약 3,5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재정부를 거쳐 국무원의 비준을 받아 기금으로 시작되었다. 전국문화사업경비의 지속적 성장세로 국민 1인당 문화사업경비가 2007년 15.6위안에서 2011년 29.14위안(한화 약 5,146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 문화재정도 지속적으로 대량 투입하여 체제 개혁 작업 및 단계별, 분야별 지원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문적 기금운영기제를 마련하여, 각종 보조금과 상금 및 지원방식 연구, 지원금 수혜 대상에 대한 관리감독과 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지원효과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이 국가예술기금은 그간 시행해온 문화체제개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급격한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시장체제로만은 갈 수 없는 예술단체에 대한 국가보조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 동방선봉극장
    • 동방선봉극장
    동방선봉극장
  • 조양구문화관
    조양구문화관
민간지원 어디까지 확대될까
실행이 좀 더 안정기에 접어들어야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유의미한 것은 국유단체 뿐 아니라 개인이나 민간기업도 포함한다고 되어있어 일단 신청의 물꼬를 열어놓은 점이다. 또한, 이전의 일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기금들보다는 훨씬 장기적이고 무엇보다 공개적인 지원과정을 표방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현장의 예술가들과 단체들의 신뢰는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국가예술기금이 기대하는 콘텐츠란 현재로서는 민족특색과 국가수준을 드러낼 수 있는 중대항목, 즉 문화정품(文化精品) 공연이다. 앞으로 신진들의 실험정신과 자유로운 내용을 어디까지 용인하고 민간에 대한 지원을 어디까지 확대하느냐에 진정한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발전 초기라고 봐야하지만 뮤지컬로 대변되는 상업극의 시장 규모 역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이 주요한 협업 및 공동합작의 파트너가 되고 있다. 영미권 라이선스 뮤지컬로 시작된 한국 뮤지컬의 발전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인력, 창작 콘텐츠 등의 요소를 중국에서 수용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전의 공연 교류가 서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이해시킬 수 있는 전통극이나 전통무용으로 출발했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동일하게 고민하는 주제들을 다룬 작품들의 교류 단계를 거쳐 이제는 공연산업이라는 측면에까지 확장된 것이다. 앞으로는 완성된 공연의 투어에 못지않게 창작인력 및 기술인력의 교류, 트레이닝 시스템의 지원, 전문적인 프로듀서나 쇼디벨로퍼들의 진출을 비롯해 제도적 한계나 규제의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협의체의 구성, 워크숍 등 창작 초기 단계부터의 교류 플랫폼 마련 등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예술창작과 유통의 전 과정이 거의 전적으로 국가의 주도 하에 이루어져왔고, 관객 개발과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역시 제도권의 전문 교육기관에 집중된 한계가 있었던 중국에서 앞서 언급한 일련의 개혁적 조치와 시장 지형 자체의 변화는 꽤 유의미한 것이다. 지역적 편차가 있긴 하나 제도와 국가 지원으로부터의 독립이 시작되고 있고, 상업 장르와 순수 예술 섹터를 망라한 민간 문화예술 역량 강화 및 활동의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이를 향유하는 관객들에게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창작물을 제공하게 된다. 제도 개선, 창작 스펙트럼의 다원화, 산업으로서의 성장, 국제교류 확대와 같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결국 관객 개발로까지 이어지고,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문화예술 발전이 더욱 그 추진의 원동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장혜원
장혜원
고려대학교를 거쳐 중국 중앙희극학원에서 공부하였으며, 현재 국립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베세토연극제 위원과 베이징청년연극제 국제교류 프로그래머로서 중화권과의 공연예술 교류에 힘쓰고 있으며, 한국예술경영학회 국제교류 이사, 경상북도 문화콘텐츠 정책포럼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www.creativeschool.net
hwjang@a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