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이동수단입니다. 두 개의 바퀴 사이에 발로 밟을 수 있는 페달을 달고 크랭크기구와 체인을 장착하여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자전거! 스페인 출신 철학자 가세트(José Ortega y Gasset)는 자전거를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힘을 얻어 보다 빨리가기 위해 고안된 인간 정신의 창조물”이라며 극찬했습니다. 자전거가 혁신적인 이유는 타기 쉽고, 이동의 제약이 없으며,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전거는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주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여기, 자전거로 상상하고 문화예술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만나보세요!
빙글빙글 회전하면 살아나는 애니메이션
자전거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런던의 영상 작가 팀 휘틀리(Tim Wheatley)는 2011년 조에트로프(zoetrope) 기술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영상을 창작합니다. 조에트로프는 여러 장의 그림을 회전 통 안에 넣고 돌리면 통 사이로 그림이 움직이는 것 같은 환영을 만들어내는 초기 애니메이션 기구입니다. 휘틀리는 이런 기술을 자전거 바퀴로 옮겨 자전거 위에서 춤추고 움직이는 재미난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을 만듭니다. 그가 사용한 이 기법은 싸이클로트롭(cyclotrop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18개의 연속적인 그림을 자전거 바퀴와 같은 원형 회전틀에 부착하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를 내는 기법이지요.
집에 오래된 자전거가 있다면 바퀴를 활용해서 여러분만의 싸이클로트롭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세요. 종이, 상자, 휴지곽, 셀로판지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수록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거예요. 바퀴를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이 그림 조각들을 끼워도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가 있답니다. 팀 휘틀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케이티 비버리지(Katy Beveridge)처럼 말이죠. 그녀의 아이디어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일정 속도로 바퀴가 회전하는 순간 그림들이 움직이는 효과를 줍니다. 바퀴에서 작은 캐릭터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자전거를 조금 더 즐겁게 탈 수 있지 않을까요?
공간을 채우는 자전거 영화관
카고바이크(Cargo Bike)는 짐을 싣는다는 의미의 ‘카고’와 자전거를 의미하는 ‘바이크’의 합성어로 자전거 앞·뒤에 짐칸이 따로 부착된 자전거의 형태입니다. 주로 유럽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100~150킬로그램의 무게를 수용할 수 있어 택배 배달, 유모차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가스레인지, 커피머신, 아이스박스 등을 부착한 다양한 형식으로 변형되어 노점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렇게 개조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도 온라인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이런 카고바이크를 활용하여 이동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가들도 많고, 축제나 영화 상영과 같은 문화예술 판을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영상·애니메이션 작가 듀오로 이루어진 브이제이 수아브(VJ Suave)는 카고바이크에 빔 프로젝터, 노트북, 스피커, 전기 발전기 등을 싣고 다니면서 건물 벽에 영상을 틉니다. 거대한 건물에 입혀진 영상을 배경으로 관객들은 함께 들어가서 다양한 놀이를 즐기며 이들의 상호작용공공예술(Interactive Public Art)을 함께 만들어나갑니다. 이렇듯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공공장소에 출현하여, 공간과 대중을 깨우는 문화예술의 힘이 대단하지 않나요?
자전거 문화살롱, 자전거로 노는 세상 만들기!
우리나라에도 자전거를 매개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자전거 문화살롱’이라는 팀입니다. 일상 속 재미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자전거와 연결하는 ‘자전거 문화살롱’은 자전거가 가득한 사회를 상상하는 모임으로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자전거로 도시 곳곳에 문화예술을 전파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만들고 수집한 독립잡지와 소규모 출판물들을 트레일러에 담아 사람들에게 배달하는 ‘달리는 독립책방’, 거리 곳곳에 긍정의 에너지가 담긴 공연과 음악을 배달하는 거리음악극 ‘자전거음악배달부’, 다양한 단체들과 협업하여 공원과 자전거 놀이 문화를 만드는 ‘움직이는 자전거 놀이터’, 여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음식을 도심 한가운데서 대접하는 ‘이동식 식당’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말이죠. 이처럼 자전거 문화가 확산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상상과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자전거에 담긴 문화예술이 여러분을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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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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