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경제, 그리고 문화정책



내로라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화감독 이명세,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정재형 교수, 충무아트홀 이종덕 사장, 신시뮤지컬 대표 겸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박명성 교수, 문화관광부차관 역임 후 (사)한국예술경영학회장 겸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장을 맡고 있는 박양우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 회장을 역임 후 현재 국제문화경제학회(ACEI) 집행이사를 맡고 있는 국민대 경제학과 소병희 교수. 문화비전22 대표로 재직
중인 이화여대 박일호 교수는 진행을 맡았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라는 외침과 함께 시작한 2000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동안 문화의 정책과 현장에는 어떠한 변화들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 해 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7월 16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 3층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문화와 경제, 그리고 문화정책’ 주제의 심포지엄이 그것. 문화비전22의 기획으로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개최되는 ‘2011년 콜로키움 및 심포지엄 프로그램 <우리 시대의 문화를 말한다>’일환의
행사다.


총 여섯 명 중 2인이
한 조를 이뤘고, 한 명의 발제에 대해 다른 한 명은 지정토론을 펼쳤다. 이들은 문화와 경제, 그리고 문화산업, 문화예술과 일반대중들의 삶과의
관계에 관한 주제들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했다.


첫 타자로 나선 이명세
감독은 약 30여 년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시간 순서에 따라 ‘문화 산업과 영화 및 대중과의 관계’에 관한 발제를 펼쳤다.
1970년대에 인문학적인 세례를 받으며 성장한 그는 당시 “영화란 예술과 산업의 쌍두마차”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하지만 ‘산업’의 의미가
모호했기 때문에 ‘영화는 예술’이라는 틀 안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는 예술’이라는
신념으로 ‘개그맨’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다이하드 1’의 흥행에 밀려, 관심도 없이 사라졌죠. 충격이었습니다.”


충격에 사로잡혔던 그가
골몰한 끝에 얻어낸 결론은 ‘M(middle의 약자)’이다. 즉 “정확하게 대중과 예술의 가운데에 서자”는 것이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흥행으로 이는 더 확고해 졌다. 이후 영화 안에 많은 시도를 담았지만, 성패를 좌우하는 불변의 진리는 ‘대중과의 소통’이었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수식어를 첨가하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그저 ‘대중과의 소통’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자멸한 홍콩영화의 선례를
돌이켜볼 때 한국영화는 기로에 서있다고 결론지었다. 개인적인 관점으로 발제를 펼친 이명세 감독에 대해 지정토론을 펼친 정재형 교수는 공적인
시각으로 한국영화계를 되돌아 봤다. 1970년대 유신시대의 영화사업은 가장 저조했던 영화산업의 역사를 기록한다고 전했다. 국책의 수단으로써의
영화였으며, 자유롭지 않았고 영화를 예술로 아는 사람도 거의 없던 시기. 1980년대는 광주항쟁을 계기로 문화계의 지형도가 바뀐 시기로,
반정부적인 문화계의 저항이 격렬해졌다.

“1990년대는
대기업과 영상산업으로 대표됩니다. 젊은 세대 영화인들이 대기업 및 창투사 자본을 끌어들여 흥행한 영화의 예로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1)>, <결혼이야기(1992)>, <투캅스(1994)> 등이 있죠.”


2000년대에는 호황을
이루는가 싶더니 불법다운로드 폐해, 영화사 매출감소, 카드사 할인경쟁을 통한 극장사업의 퇴조,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다양한
영화 퇴출 등으로 인해 고초를 겪고 있다. 정재형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국가정책의 미비와 멀티플렉스의 단조로움에 관해
꾸짖었다.


두 번째 발제자 이종덕
사장은 그간 자신의 실무를 통해 얻은 경험적 노하우와 현실적 문제점을 토로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비롯해 많은 지방에 공연장이 들어서고
있다. 1995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문예회관이 전국에 182개(2010년 11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자료)가 있다.

“주 5일제 정착,
국민 소득 향상 등으로 인해 시민들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문화 인프라가 증가됐습니다. 이로써 문화예술을 일부 특권층만 누리는 사치의 향유물이라는
인식도 변하고 있죠.”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지방 공연장 대다수가 가동되는 날보다 멈춰 있는 날이 많고, 지역민의 문화적 특성과 예술수요를 반영한 작품이 아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발성
무대를 펼친다는 점이다. 이종덕 사장은 공연장 수를 늘리는 것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연장만 지어놓고
자랑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공연장을 통해 지역민의 삶이 어떻게 개선되는 지, 지역문화의 건강성은 회복되고 있는 지 문화부를 비롯해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1%의 관심과 지원을 더 쏟는다면 지방 공연장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겠죠.”


이에 대해 박명성
교수는 토론을 펼쳤다. 박 교수는 각 지역마다 많은 공연장들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채워나갈 콘텐츠나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성남아트센터의 성공요인을 예로 들어 문제점에 관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극장 경영에 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가 한 사람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운영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 극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든
지자체에서 보고 배워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융복합시대의
예술과 경영’에 관해 발제한 박양우 교수는 넓은 의미로 문화를 보는 관점에서 논의했다. 예술작품을 기획, 제작, 판매, 유통, 마케팅, 소비하는
‘예술경영’이 출발하게 된 현실적 배경과 정의에 대해 설명했다.

“융복합시대의
예술경영의 과제로는 첫째, 예술 분야 간에 융합 노력이 있어야 하며, 둘째, 예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들과의 적극적인 융합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문화체육관광부 외의 다른 부처 영역들인 타 산업들과의 연계 또한 필요하며, 넷째, 무엇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예술 콘텐츠를
발굴해야 하죠.”


박양우 교수가 제시한
과제에 대해 지정토론을 펼친 소병희 교수는 과제가 실현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공략했다. 예술 간의 융합과 관련분야와의 융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분야의 경계를 넘는 작업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현시대는 디지털 혁명의 대표적인 산물 중 하나인 인터넷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며, 예술경영 또한 이를 토대삼기를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정계와
학계, 그리고 사회일각에서 진행되어온 문화 담론들을 미래 지향적으로 검토한 이들의 논의는 오늘 이 시대의 문화와 미래 비전을 내다보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글·사진_허소민 서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