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처 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현장을 시민의 눈으로 ‘이해’하고 ‘발견’하기 위하여 시작된 「이발하는 기자단」의 시민 기자 22명이 군부대, 교정시설, 지역아동센터 등 총 46곳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찾았다. 아르떼365에서는 「이발하는 기자단」의 기사 중 6편을 골라 총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번째 기사는 서울 구로구의 서울 남부 교도소다. 정희정 시민기자의 눈으로 함께 만나보자.

 

서울 남부 교도소

 

제약과 보호 속의 무료한 일상,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어 준 미술 수업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1월 금요일, 취재를 위해 교도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게 느껴졌다. 교도소는 다른 시설과 달리 입구에서부터 보안이 철저했다. 신원확인과 공문 확인, 담당자와의 확인 전화를 마치고서야 입구에 닿을 수 있었다. 또 다른 건물의 입구에서 신분증과 휴대전화, 카메라 등 통신장비와 소지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물품들을 모두 맡기고, 교도관님과 함께 하얀 복도를 걸어 들어갔다.

 

교육시간 1시간 전에 와서 준비를 하고, 전 시간의 작품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세 분의 선생님은 미술, 연극 분야 전공이며 다소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매번 번거로운 출입 절차를 거치는 것을 보면, 분명 수업에도 제약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강사에게 물으니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교정시설 특성상 자, 가위, 나이프 등 미술 도구 반입이 금지되어 있어 사전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붓은 사용이 가능하여 붓으로 작품 활동을 했어요.”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생각했던 분위기와 많이 달라서 목적과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 했다고. 그렇게 시작된 교육도 이제 9개월에 접어들었다. 참여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참여자들은 평소 시설 안에서 주어진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며 지냅니다. 그 일과 안에서 프로그램에는 일종의 휴식 개념으로 참여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배우는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감정이 부드러워졌어요. 처음에는 경계가 심해서 다가서기 어려웠는데, 그림과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수용자들과도 친해지고, 저희에게도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감정과 함께 인상도 변했어요. 무언가 편해진 모습이랄까요.”

 

교육시간이 되자, 교도관님과 참여자들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예상보다 차분하고 밝은 모습에 다양한 연령이었다. 10명 남짓 자리에 앉았고, 짧은 인사와 일정 안내 후 마지막 시간이니만큼 그간의 수업을 돌아보며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을 마치며, 참여자들의 한마디

– 그림을 접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심적 부담이 컸는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책으로는 채울 수 없는 미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 매 수업시간이면 긴장을 했다. 끝난다니 아쉽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생활 속에서 천천히 가는 법을 배웠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 교실에서 보이는 창문너머 나무가 이제 하얗게 되었다. 이제 나의 길을 정해야 하는 시기에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안에 주인공은 ‘나’였다. 가족의 중요성, 구체적인 시간들에 대한 생각이 그림 속에 다 들어 있다. 가장 유익한 시간이었다.

– 생각하는 것과 표현은 다르다. 어제 읽은 책을 인용하자면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못하지만, 그의 상상에 대한 검증은 동료들이 해 주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수학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력이 중요하다.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처음에는 서로가 낯설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그림만 봐도 그 사람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야 밝히는 이야기지만, 그림을 그려봤던 터라 미술시간이 뭐 그러려니 했는데,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은 것 같다.

– 나만 성취한 줄 알았는데 다들 똑같은 느낌인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수업이 있다. 기억 속 꺼내기, 글쓰기, 표현하기였는데, 잊고 지냈던 ‘젊었던 나’의 느낌과 감정의 순간이 상상 속에서 살아났다. 신기했다. 사라짐이 아니었다. 그림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근 30년 전인데 감동스러웠다.

 

이들의 수업에 함께한 주임교도관과 팀장교도관도 참여자들 못지않은 감동이 있었던 모양이다. 주임교도관은 “목적은 하나입니다. 이곳에 다시 오지 말고, 각자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라며 사회에 돌아갈 참여자들의 건투를 빌었다. 팀장교도관은 “먼저 참여자들을 잘 이끌어주고 소화시켜 준 강사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매주 있던 과제물로 부담이 되었을 텐데도 9개월간 묵묵히 따라준 참여자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이렇게 만나게 된 미술을 져버리지 말고, 일상에서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라는 말로 그간의 노력을 격려하고, 미술을 향한 지금의 열정을 지켜가길 권했다.

 

서울 남부 교도소서울 남부 교도소서울 남부 교도소
서울 남부 교도소서울 남부 교도소서울 남부 교도소

 

마음이 뜨거워지던 시간들
앞으로의 인생도 모두 뜨거웠으면

 

참여자들의 작품을 사람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복도에 걸기로 하였다. 생소한 공간을 교도관의 안내로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전시회가 진행될 복도에 도착했다. 참여자들은 직접 작품을 설치하고, 감상했다. 차갑던 복도가 조금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다.

 

서울 남부 교도소

 

참여자들은 낯선 이들의 방문에 호기심이 많아 보였지만, 내부 규칙으로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보통의 취재는 취재의 수고를 덜기 위해 녹취를 같이 진행하지만, 이곳에는 핸드폰 반입이 안되기 때문에 2시간 동안 손목이 아프도록 필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모두의 이야기들을 꼼꼼히 받아 적으면서 무언가 뭉클한 부분이 많았다.

 

모든 것이 생소했지만, 방문 전 긴장감은 사라졌다. 어떠한 사정으로 이곳에 왔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어떤 전과를 가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남은 시간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이 때문에 그들을 그저 한 사람으로써, 편견 없이 대할 수 있었다. 그들은 평소 많은 책을 읽고, 교육 활동과 주어진 일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진지한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정희정

정희정 _ 시민기자

 

ㅇ 사업명: 2014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교정시설
ㅇ 주최/주관/협력: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법무부
ㅇ 수혜시설: 구로구 서울 남부교도소
ㅇ 수행단체: 공공벽화연구소 꺼리 (미술)
ㅇ 프로그램 명: 나를 담는 인생그림책 만들기 (2014년3~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05년부터 국방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통일부 등 여러 정부부처 및 산하기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왔으며, 군 장병, 수형자, 소년원학생, 아동청소년, 근로자, 북한이탈주민, 의무 경찰 등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국악, 미술, 음악, 연극(뮤지컬), 무용, 미디어, 문학, 마술 등 크게 8개 분야를 운영한다.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은 매년 공모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확산에 기여할 운영단체를 선발하여 교육 참여자들에게 유익한 문화예술 체험, 학습,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에는 총 982개 시설에서 1156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약 2만 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