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라는 틀에서 벗어나 즐기는 합창으로

 

Q. 시민들의 호응을 더해 의미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선생님 소개와 더불어 교직 생활을 하면서 어떠한 일을 진행해왔는지 궁금합니다.

한승모저는 강원도 인제남초등학교에서 10년 차에 접어든 교사입니다. 고등학교 학창시절부터 음악 활동을 하면서 아카펠라를 중심으로 공연•축제기획을 10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그리고 교사가 된 이후에도 음악교육대학원을 다니면서 항상 아카펠라를 현장교육에 접목하는 방법론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이런 생각은 아이들과 일반인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전개 중인 사업들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아카펠라 가창프로그램 개발연구와 교사 자율모임 기금사업에 선정되어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경험은 공연과 음반 제작을 교육에 접목해 제작사례들을 공유하면서 전파하는 일로 발전되었고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전국의 교사들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공연과 축제를 통해 일선 교육에 접목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지속하였고 현장의 선생님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안을 찾아 나갔습니다.

 

 

Q. 어떠한 계기로 이번 프로젝트를 디렉팅하게 되었고 참여하게 되었는지요?

한승모지난해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주간 ‘천 개의 시선, 천 개의 삶’ 개•폐막행사 때 1,000명의 아카펠라 플래시몹과 정식공연을 기획연출 하게 되었습니다. 1,000명의 아카펠라 프로젝트는 당시 관계자분들이 많은 호응을 주셨고 만족도가 좋아 비록 단발성 프로젝트였지만 이를 계기로 알게 된 분들과 교류를 지속했습니다. 또한, 아카펠라를 적극 활용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욕심이 있던 차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관계자분께서 영국의 영보이스를 롤모델로 한국에서도 많은 아이가 합창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상념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푸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라는 자신감이었습니다. 그리고 1월과 2월에 거쳐 계획을 세우며 진흥원 측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고 기획서가 오고 가면서 사업의 구체적인 설계가 들어갔습니다.

 

Q. 구체적인 설계에서 기획 콘셉트를 어떻게 가져갔는지 설명해주시죠.

한승모일단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의 영보이스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와 같은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저희가 원했던 것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앞의 사례들은 공간과 시간적인 면에서 실내 혹은 야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부분이 있었는데 저희는 여건상 그대로 실행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탁 트인 공간에서 밝은 느낌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도출한 결과물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야외 서울광장이었습니다. 이에 덧붙여져서 사전연주를 녹음하고 MR 반주에 맞추어서 1,000명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게 하자는 콘셉트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에 맞추어 다양한 퍼포먼스를 결합하니 문화예술로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의 맑은 얼굴들이 겹쳐졌습니다. 이런 것들을 형상화 시켜 음악적으로 드러나게 해보자는데 초점이 맞추어졌고 세부적으로 들어가 한용희 선생님의 과 같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노래, 그리고 경쾌하면서 남녀노소들 모두가 알 수 있는 <파란 마음 하얀 마음>과 같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노래, 그리고 경쾌하면서 남녀노소들 모두가 알 수 있는 <도레미송>과 같은 노래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광장’이라는 매우 특수하고 열려있는 공간을 활용하면서 우리 고유의 색채를 가미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레퍼토리로 선택한 것이 전래놀이동요 메들리입니다.

 

Q. 1,000명의 아이들과 시민이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한승모물론, 무대를 활용하는 방법론에서 고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무대에 오르고 일부는 무대 밑에 내려와서 여러 가지 무브먼트를 곁들여도 좋은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00명 정도가 메인 무대에 오르고 나머지 일부는 날개 같은 작은 무대나 혹은 내려와서 달팽이 집 같은 모양을 만든다거나 어떤 형태를 움직임을 통해 구현하면 꽤 규모 있고 근사한 모양새가 구현될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노래에 맞추어 움직임을 펼칠 때 구경 온 시민들이나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강강술래나 문지기 같은 놀이를 하면서 피날레를 장식하면 참여형 열린 무대로서 이상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인 틀이 정해지자 곡이 제일 급했고 바로 편곡과 MR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Q. 기획을 통해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습니까?

한승모실제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행과정에서 참여하는 모든 아이가 얼마나 수준 있게 노래를 합창하며 짜임새 있는 군무나 동선을 맞추는 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선정 문제에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훈련하고 지원할 것인가도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선에서 근무하는 교사이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도 어느 정도 구축이 되어 있는 상태여서 일단 교사모임에 자문해 도출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기획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관심 있는 학교들을 모집했고 모집한 학교 중에 1차적으로 다시 개별안내를 통해 공문발송과 서류접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우선 선정 학교들에는 미리 작업 된 악보와 반주 MR을 제공하고 진행이 되는 대로 녹음된 AVI 파일이나 동선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또한, 완성도를 끌어내기 위해 음악을 전공한 프로젝트 매니저를 직접 전국 25개 학교에 파견•순회하며 코치하도록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일선 교사들이 너무 열성적으로 협조해주셨기 때문에 동작의 통일, 빠르기, 크기 등이 계획했던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Q. 공연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승모억지로 행사를 위한 공연보다는 아이들의 자율과 의지를 북돋우고자 노력했고 가능한 한 실제 공연에서 그런 장치들을 배치했습니다. 본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마치면 아이들이 지칠 수 있기 때문에 30분 정도 자리에 앉히고 담당자를 배치해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 기분을 이어서 아이들의 활기찬 합창을 진행할 수 있었고 공연 바로 직전에는 그간의 연습 영상을 찍고 스케치한 것을 상영했습니다. 공연 구성에 관한 스케치는 기획단계에서 이번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서희테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께서 아이들을 무대에서 이끌어주고 말미에는 엔딩곡을 아름답게 부르면서 관계자 및 시민들이 어우러져 손을 흔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참가 어린이에게 선물도 나눠주는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Q.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쳤어도 뭔가 아쉬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한 말씀 해주시죠.

한승모공연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 프로그램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큰 공연이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에도 15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은 너무 짧았습니다. 이러한 여운을 조금이나마 남기고 싶어 사전에 선생님들끼리 커뮤니티를 개설했고 3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했습니다. 그곳에서 연습사진과 영상들이 공유했고 행사를 마친 이후에는 더 많은 아이가 가입해 한때의 기억을 나누고 성장한 이후에도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이번 공연을 통해 느낀 감회나 소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한승모합창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비교적 잘 발달하여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회라든가 발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합창 자체에 경쟁을 지양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결과물을 우선 선생님들 모임을 통해 확산하고 공유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글_ 임종세 ㅣ 사진 제공_ 한승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