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큐레이터? 언뜻 낯선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가와 작품을 조율하고 전시를 관리하는 학예사를 일컫는 말. 그렇다면 사회적(소셜) 큐레이터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홍콩의 소셜 큐레이터 하워드 챈 씨를 만났다.

 

믹스 앤 매치, 조정과 협력을 돕는다

 

하워드 챈 씨는 홍콩 공공예술집단 ‘CMP(Community Museum Project)’의 운영자로 우리나라에서는 2010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 희망제작소의 소셜 디자인 프로젝트 등에서 활약했다. 이번 방문 역시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협력과 전북문화예술교육포럼 강연을 위해 이루어졌다.

소셜 큐레이터란 어떤 것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첫 질문을 던졌다. 하워드 챈 씨는 “여러 번 받은 질문인데요. 아주 간단히 답할 수 있습니다.”라며 대답을 시작했다. “소셜 큐레이터는 믹스 앤 매치 하는 사람입니다. 사회 속에는 사람이 있고 환경이 있으며 여러 자원이 있어요. 소셜 큐레이터란 그것을 섞고 조합하여 모두에게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자신이 앞장서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셜 큐레이터의 일은 연결하고, 조정하며, 협력을 돕는 것이에요. 공동체의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관성을 찾지 못한 채 떨어져 있는 사람과 자원, 기회를 서로 엮고 소통하여 지역사회와 그 안의 사람들이 좀 더 즐겁게, 그리고 유익하게 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바로 소셜 큐레이터의 임무라고 설명한다.

 

기술도 재능도 모두 업사이클링!

 

그는 홍콩과 한국에서 여러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인 홍콩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며, 이 프로젝트에서 소셜 큐레이터가 수행한 역할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하워드 챈 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는 홍콩의 디자이너와 공예품 장인, 그리고 재활용품들을 한데 묶은 프로젝트입니다. 홍콩에는 섬세한 손기술을 가진 수많은 공예품 장인이 있는데요. 이들은 ‘한물간’ 취급을 받고 있어요. 저희 프로젝트는 장인들의 기술과 젊은 디자이너들의 감각이 만나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소재는 재활용품을 사용했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 가구 등의 물건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것이 이루어지는 과정마다 소셜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했어요. 디자이너와 공예 장인에게 서로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가지고 오는지 설명하고 협력 작업을 도모하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 정부 당국과 미디어를 상대로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리는 것, 그 덕분에 인해 대중이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인식을 새로이 하도록 이끄는 것 모두 소셜 큐레이터의 역할이었죠.”

하워드 챈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셜 큐레이터란 ‘멍석’을 깔아 주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별다른 관계를 갖지 못하고 떨어져 있는 ‘이것’과 ‘저것’이 만나 흥겹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멍석을 까는 사람. 그리고 멍석 위에서 펼쳐진 멋진 어울림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이 바로 소셜 큐레이터일 것이다.

 

 

관심과 긍정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여기서 소셜 큐레이터의 임무와 사회적 기업가의 임무에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워드 챈 씨는 “한국 사회적 기업 사례에 대해서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사회적 기업가와 소셜 큐레이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고,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노력을 계속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가와 소셜 큐레이터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말 그대로 기업이기 때문에 영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소셜 큐레이터는 영리와 별개로 사회 변화를 도모하고요. 이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첨단 정보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가능성’을 보았다는 하워드 챈 씨. “한국은 소셜 큐레이팅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본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소셜 큐레이팅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바로 모든 것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인 시각이에요. 예컨대 서울 거리에는 수많은 구두 수선 부스가 있잖아요. 저는 그것을 보면서 ‘이곳이 동네 사랑방이나 동네 예술 프로젝트의 거점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서울 시민들에겐 워낙 익숙한 풍경이어서인지 ‘응? 구두 수선 부스가 뭐?’라고 제게 되물으시더군요. 일상 속의 가능성을 무심히 넘기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은 이면에 각자의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그 이면의 가능성이 서로 만났을 때 완전히 새롭고 멋진 어떤 것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소셜 큐레이터는 홍콩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제 시작하는 개념이어요.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잘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이 케이스 스터디로 남게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 프로젝트를 마치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지 보수 하면서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소셜 큐레이팅입니다.” 한 번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순환으로, 지속 가능한 소셜 큐레이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하워드 챈 씨. 그는 인터뷰 말미 ‘우리 모두 소셜 큐레이터’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에서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가 ‘소셜 큐레이터가 되려면 무슨 공부를 해야 하나요?’ 였어요. 사실, 소셜 큐레이터는 전공을 하고 학위를 따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말이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삶 속에서 소셜 큐레이팅을 지속하고자 하는 마음과 실천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소셜 큐레이터입니다.”

 

글_ 박세라 사진_ 박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