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다르지만 몸과 마음은 하나!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위대함이 아닐까? 지난 11월 15일~16일 한중일 3개국 고등학생들의 특별만 만남이 있었다. 일본 문화청이 주관한 <2014년 한ㆍ중ㆍ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대연극 워크숍’이다. 한국의 송곡관광고등학교, 일본의 가나가와종합고등학교, 중국의 베이징중국인민대학(북경대)부속 고등학교 등 20명의 학생들이 일본 요코하마 큐나사카 스튜디오에 모였다.

 

아직은 서먹하고 낯설던 첫 만남

 

워크숍이 진행되기 하루 전, 3개국 학생 모두는 요코하마에 있는 산장에 머물렀다. 이 산장은 일본 현지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 시에 묵는 곳인데 주최측에서 한국과 중국 학생이 일본 학생들의 단체여행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하였다. 공식 행사의 전날 밤, 학생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서로 언어가 다른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 소통이 과연 가능할까? 걱정과 설렘을 안고 일본에서의 첫 날을 보냈다.

 

‘놀이’를 통해 서로를 배운 워크숍 첫째 날

 

현대연극 워크숍의 첫째 날은 아리아케 교육예술대학교 교수이자 프랑켄쥬 극단장 ‘나카노 시게키’의 진행으로 놀이를 통해 몸과 마음을 여는 활동들이 진행됐다. 고무공과 천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작은 표현에서 큰 표현으로 확대할 수 있는 ‘놀이’ 중심의 모둠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를 소개하고 서로를 알아가기’, ‘관찰을 통하여 표현하기’ 등 연극의 기초가 되는 활동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공을 던지며 이름을 부르고, 상대방과의 거리조절을 하며 공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어나갔다. 이처럼 놀이는 활동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을 주고 특별한 목적이나 목표 달성 등의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행해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나 사회의 관계를 익힐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포럼

 

이 후 인근의 동물원으로 이동했다. 나카노 교수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미션을 주었다.

 

“모둠원들과 함께 동물원을 다니며 가장 얌전한 동물을 관찰 하시오.”
“가장 작은 동물을 관찰 하시오.”
“특이한 동물을 관찰 하시오.”

 

학생들은 동물원을 돌아다니며 미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 동안 제법 친해졌다. 다시 워크숍 장소로 돌아와 관찰한 것을 정지장면(still image)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이 이어졌다. 정지장면 표현 기법은 정지된 입체사진과 같지만, 항상 사실적인 상황일 필요는 없으며 추상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장면도 가능하다.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표현방식을 신중히 선별하고 장면을 구체화하여 단일한 정지순간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이 활동은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이미지를 고안하게 한다. 그래서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표현하고 전달 할 수 있다. 또한 한 장면에서도 다양한 의미를 유추하고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관객 역시 면밀히 관찰하고 여러 방식으로 생각해 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문화예술교육 포럼문화예술교육 포럼

 

모둠활동 끝에 학생들이 만들어낸 장면 속에서 무척 재미난 상상들이 보였다. 보통은 사물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떤 모둠은 소리를 몸으로 표현하고, 그 동물의 생각 또한 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연극’으로 순간과 마음을 공유한 둘째 날

 

둘째 날 아침이 되었다. 어제 처음 만나 아직 자유롭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이임에도 아이들은 벌써 서로의 이름을 외웠고, 어제보다 훨씬 살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한국의 전통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3개국 아이들 모두가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궁화’가 무엇인지, 각국의 ‘국화’는 무엇인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중국어로, 일본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통역사도 담당 교사들도 모두 놀란 순간이었다. 첫째 날 나카노 교수의 ‘놀이’를 중심으로 한 수업이 한국과 중국, 일본 학생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금세 친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둘째 날에는 본격적으로 현대 연극을 경험하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나카노 교수는 안톤체홉의 〈벚꽃동산〉 2막의 일부분을 함께 해볼 것을 제안했고, 전문배우들이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다섯 명의 등장인물 연기를 먼저 선보였다.

 

연기를 지켜본 후, 한국, 중국, 일본어 나라별로 각자 언어로 연극을 연습해 보고, 바로 공연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연습에 불과했다. 진짜 중요한 활동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3개 언어가 섞인 공연을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5명의 인물을 한국, 중국, 일본어 각기 다른 언어로 연기하는 장면을 모두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안톤체홉의 〈벚꽃동산〉은 장면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간의 갈등, 분위기, 인물의 특징, 관계 등 극의 요소를 탐색하고, 섬세하게 이해해 가며 연기한다. 또 이야기가 다양한 인물의 관계와 갈등, 화해와 용서를 담고 있어서 감정을 이입하고 연극으로 구현해가는 과정에서 간접적이나마 정서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하고, 소통의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놀라웠던 것은 아이들이 즉흥극을 하면서 3개의 서로 다른 언어가 동시에 등장하고, 서로 완벽하게 소통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기를 했음에도 느낌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 서로 교감하며 공연이 전개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들 역시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했다.

 

“언어가 달라도 연극이 이루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워요”

 

연극공연이 끝나고, 학생들은 워크숍 활동 내용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언어가 각자 다른데도 이렇게 한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학교에서도 장면연극을 한 경험이 있는데 중국, 일본 학생들과 함께 하니 정말 색달랐어요. 말이 서로 다른데 감정 전달이 되고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기회가 된다면 이 자리에 모인 학생들과 한 편의 연극을 공연해봤으면 좋겠어요.”
– 송곡관광고등학교 안보영

 

“다른 나라 학생들과 수업하는 것이 처음에는 긴장되고 부담스러웠지만, 활동을 하다 보니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요. 학교 수업시간에 했던 활동과 비슷한 부분도 있어서 신기했어요.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외국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송곡관광고등학교 전우임

 

“무대에서 연극을 공연하는 것이 처음이에요. 굉장히 떨렸어요. 하지만 모둠원들과 힘을 합치니 멋진 연극이 완성된 것 같았어요. 무척 즐거웠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학교에 돌아가면 더 즐겁게 수업에 임해야 할 것 같아요.”
– 송곡관광고등학교 황보윤아

 

문화예술교육 포럼
 

일본에서도 한국과 많이 닮아 있는 예술교육 현장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예술의 한 장르인 연극은 ‘연극을 통한 교육’, ‘교육을 통한 연극’등 여러 가지 형태로 새롭게 생겨나고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들 가운데 결국에는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에 임해야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학교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프로그램들은 발전하고 있지만, 세계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하여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더 풍성한 교육 콘텐츠가 우리의 교육현장 가운데 새롭게 자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다빈

박안숙 _ 예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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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심포지엄
http://www.arte365.kr/?p=36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