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의 미래 아젠다를 제안합니다

 

우리 부부가 경험한 제2차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는 아름답고 격조 높은 교육적 경험이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계의 세계적인 지도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 역시 우리에게는 큰 소득이었습니다. 공동주체 기관인 유네스코와 한국정부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참가자들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남겨주었습니다.

 

특히 대회에 참여한 수많은 국가들의 다양한 욕구와 발전 가능성에 감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아젠다’ 채택은 매우 뜻 깊은 성과였습니다. 제 1차 대회 이후 4년 만에 서울에서 2차 대회가 열렸고, 4년 후에 제3차 대회가 지속적으로 열리게 된다는 사실은 세계문화예술교육을 발전시켜나가고자 하는 것이 전인류적인 갈망을 나타내는 증거라 생각합니다.

 

본 대회를 통해 성사된 바에 대해서는 모든 분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기에 우리는 주목되지 못한, 그리고 공식적인 언급이나 논의가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예술교육에 몇 가지 토론 주제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는 혁신과 전통의 대립·긴장입니다. 대다수의 선진국 대표들은 혁신적인 예술교육 발전에 초점을 두었으나 개발도상국 대표들은 안팎으로 직면하는 다양한 위협에서 전통 문화예술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하는 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혁신과 보존을 나누는 것은 칼로 물배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C.P. Snow에 의해 언급된 서구사회에서의 “두 개의 문화”라고 불리는 문화분열 주제입니다. ‘예술과 과학’이라는 명칭 아래 두 분야의 공통분모를 인정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 다수의 사람들은 예술과 과학을 두 개의 다른 문화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문화를 보존하고 동시에 이를 창조와 혁신을 위한 촉매제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과학과 기술이 이어령 박사의 ‘디지로그’ 공연과 같이 전통문화를 새롭게 변모시키는 새로운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을 인정 해야 합니다.

 

세 번째 토론주제는 본 대회기간에도 언급된 ‘예술을 위한 예술’ 관련 이슈입니다. 우리 부부는 기조연설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심미적 기능’과 ‘실용적 기능’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화예술도 문학과 수학 그리고 과학처럼 세계를 이해하고 움직이는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시각, 청각, 영상 미디어로 꽉 찬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언어와 수학을 읽고 사용하듯이 문화예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언급한 세개의 쟁점에 관한 열린 토론은 정책적인 관점에서도 유용할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이 포함된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와 효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식만이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 어떻게 예술을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유네스코와 한국 정부에 역사적인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