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토요일. 청명한 가을날, 설레는 마음으로 창의ㆍ인성교육 현장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교사 150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에 모였다. 창의ㆍ인성교육 현장포럼은 2010년부터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현장 교사들의 창의적 교수 역량과 교육 혁신에 대한 의식 제고를 위해 추진해오는 연수프로그램이다.
이번 제83회 포럼은 ‘문화예술’을 테마로, 문화예술이 우리 교육에 문화예술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즐거운 기대감을 안고, 특별히 한국과학장의재단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공동 주관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포럼 기획에 앞서, ‘예술이 과연 창의적이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교사들에게, 혹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는 교사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문화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할지 고민했다. 예술이 예술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이야기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발견하는 즐거운 활동’이라는 것을 보다 친근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문화예술에 ‘흠뻑 빠져’ 예술작품의 주체가 되어보는 것이 그 어떤 설명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중요한 전제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의 교육적 가치, 그 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교사 스스로가 예술로 힐링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파트로 구성하였다. 포럼의 문을 여는 특별한 주제 강연을 시작으로, 6개의 예술분야별 워크숍으로 흩어져 놀이를 즐기듯 예술에 몰입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마지막 ‘교사예술제(Festa For Teacher)’에서는 참여한 모두가 예술가이자 관객으로서 예술작품을 서로 발표하며 공유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예술이 우리의 삶에 녹아들어 있음을 보여주듯 무용과 바이올린 연주가 어우러진 작은 공연으로 포럼의 문을 열었다. 시작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포럼, 컨퍼런스, 심포지움 등 대규모 행사에서 늘 볼 수 있었던 긴장감 돌고 무거운 개회식의 형태를 과감히 벗어 던진 것이다.

 

교사 예술제교사 예술제

무용과 바이올린 연주가 어우러진 창의인성교육포럼의 오프닝 무대

 

오프닝 영상이 끝나고, 객석 중앙에 나타난 남자 무용수는 객석에 앉아 있던 참여자를 무대 위에 준비된 의자에 동그랗게 앉도록 이끌었고, 이어지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무대 위에서 여자 무용수와 함께 공연을 이어나갔다.
“선생님의 꿈은 무엇이었어요?”
숨죽이며 두 무용수의 동작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남자무용수가 정적을 깨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공연 초반, 여자무용수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는데, 남자무용수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유연해지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내기도 했다. 간혹 두 무용수는 서로의 갈등을 보여주기 하고, 서로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며 호흡을 맞추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상당히 유연해진 여자무용수는 남자무용수와 공연을 지켜보던 참여자들의 도움을 받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수 있게 되었고, 결국 무대 위의 빛을 따라 스스로 걸어 나가며 공연은 끝이 났다.
여자무용수는 바로 학교의 아이들을, 남자무용수는 교사를 보여주었던 것.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우리 사회와 선생님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인상 깊은 무대였다.

 

문화예술교육의 즐거운 가능성

 

무용수들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퇴장하자, 이태리 가곡인 ‘Amarilli, mia bella’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참여자들이 아직 가시지 않은 공연의 여운을 정리하며 음악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무대 가운데 책상 위에 곰 인형 하나를 올려놓으며 주성혜 원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사뿐히 등장했다. 마치 음악처럼 부드럽게, 본격적인 주제 강연이 시작되었다.

 

교사 예술제교사 예술제

음악과 함께 시작된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원 원장의 주제 강연

 

주성혜 원장은 조금 전 함께 들은 ‘Amarilli, mia bella’ 악보를 화면에 띄우며 보통의 학교 음악 수업시간에 이러한 곡을 배울 때 무엇에 집중해 왔는지 질문을 던지며 강연의 시작을 열었다. 악보 읽는 방법, 음정, 리듬, 발성 등 곡에 대한 정보를 익히고 노래를 잘 따라 부르는 것. 한 발 더 나아가 작곡가에 대해 배우거나 작곡을 학습하는 것이 대부분 생각할 수 있는 음악교육의 내용일 것이다. 주 원장은 이러한 배움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음악 교육이 정작 아이들에게 알려줄 음악에 대한 진짜 중요한 내용은 빠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리고 하나의 예시로, ‘기보법’에 대한 학습이 음표 그리기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적 규칙의 발생, 기록과 보존에 대한 인간의 욕구, 다양한 기록의 방식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의 습득이나 지식정보의 암기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느끼는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다시 ‘Amarilli, mia bella’로 돌아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융합적 학풍 가운데 탄생한 이 아리아(오페라 독창곡)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며, 작품에 대한 정보적 접근을 넘어 그 이면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와 문화적 맥락을 살필 때 더욱 풍성한 예술의 이해로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교육 현장에서도 단순히 음악을 기계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문화로서 예술(Arts as Culture)‘을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예술을 넘어서서 사람을 이해하는 교육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교사, 우리들의 꿈과 끼를 펼치다

 

석관캠퍼스 곳곳으로 흩어져 분야별 워크숍을 마친 교사들은 다시 첫 주제강연 자리로 돌아와 무대 위에 섰다. 이제는 예술을 피사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워크숍에서 경험해본 예술을 주체적으로 펼쳐볼 차례였다. 무용, 마임, 동양화, 만화애니메이션, 영화, 홀로그래피의 6가지 문화예술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을 분야별로 무대 위에서 공유하고, 감동을 나누며 따뜻하게 막을 내렸다.

 

교사 예술제교사 예술제

분야별 워크숍을 거쳐 완성된 결과물을 나눈 ‘교사예술제’

 

문화예술은 어렵고, 멋지고,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상과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처럼 슬픈 땐 위로가 되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는 존재이자 각자의 예술과 삶의 진정성을 찾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학교에는 연간 4,600여 명의 예술강사가 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교사들의 생각, 행동, 말이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 이제는 예술강사에게만 의존하기 보다는 학교 교사, 교장 선생님들도 문화예술이 가지는 교육적 힘을 믿고, 함께 이해하고 느끼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학교교육에 녹아 든 문화예술교육을 펼칠 때이다.

 

이번 포럼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주제 강연부터, 분야별 워크숍, 그리고 마지막 교사예술제까지 전 과정을 통해 각자의 마음 속에 아주 작은 문화예술교육 씨앗 하나를 심었으리라. 앞으로 더 많은 선생님들이 교육과 문화예술을 자유롭게 응용하여 창의적 교육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김다빈 _ 상상놀이터

김주리 _ 인력양성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