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서상초등학교(예술꽃 씨앗학교 2기, 2011년 선정)는 40세대가 모여 사는 작은 농촌지역에 위치한, 전교생 62명이 전부인 자그마한 학교이다. 예술꽃 씨앗학교로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이곳에 지난 10월 3일 낯선 예술가 손님들이 찾아왔다. 올해로 사업을 마무리 하는 예술꽃 씨앗학교 2기 학교들이 한 자리에 모여 4년 간의 시간을 나누는 ‘예술꽃 씨앗학교 발표회’ <꿈을 먹는 하루>(10월 21일, 강동아트센터)를 준비하는 특별한 워크숍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 워크숍에 함께한 미디어 아티스트 안정주와 서상초등학교 박시현 학생의 시선으로 담아낸 ‘우리들의 꿈 놀이터, 서상초등학교’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첫째 날_ 꿈에 대해 이야기 하다

 

흔들리는 차창 밖으로 풍경은 서서히 소박한 얼굴을 드러냈다. 자욱한 안개가 걷히고 가평으로 그리고 춘천으로 어른들은 과거에 존재했었던 혹은 잠시 잊고 지내던 꿈을 쫓는 듯했다. 서상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꿈이 생각되고, 쓰이고, 읽히고, 그려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구체화되기를 바라보았다.

 

꿈에 대해 이야기 하다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서상초 아이들과 안정주 작가(왼쪽)

 
꿈에 대해 이야기 하다

 

둘째 날_ 친구의 꿈을 그려주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던 그 친구는 멋지게 손과 발을 들어 슛을 날리는 포즈를 취해보았다. 나는 친구를 도와 그의 몸짓을 나무판위에 그리고 오려내었다. 친구들의 작은 몸짓들은 고정된 형태를 띠고 마음 밖으로 나와 이야기되었다. 아직 꿈이 없다는 한 친구는 오랜 생각 끝에 생각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고 한다. 멋진 일이다.

 

친구의 꿈을 그려주다

서로 등신대 그리판본을 떠주는 아이들

 
친구의 꿈을 그려주다

 

셋째 날_ 꿈,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친구는 오려둔 나무 판 위에 직접 옷을 지어 입혔다. 프로게이머도, 과학자도 모두 되고 싶다는 친구는 나무판위를 반을 갈라 두 모습을 모두 그려 넣었다. 아직 딱히 무엇이 되고 싶지 않아도 괜찮다. 너를 등 떠미는 어른은 나쁜 어른이다. 아직 한참을 더 머뭇거려도 모두가 응원하고 있노라고 말하고 싶었다.

 

꿈,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패션 디자이너 꿈인 시현이

 
꿈,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넷째 날_ 꿈을 소리 내어 말하다

 

오늘은 직접 적어내려간 자신의 꿈을 소리 내어 읽고 녹음기에 새겨 넣는 날이다. 아이들의 떨리는 음성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계란 초밥을 한 번 먹어본 이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초밥왕이 되고 싶어졌다는 아이의 순수함이 나를 놀라게 한다. 부모님을 돌봐드리기 위해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 멸종한 공룡을 찾아 고생물학자가 되겠다는 아이들에게서 나는 내 어린 날을 보았다.

 

꿈을 소리 내어 말하다

영상작업에 넣은 목소리를 녹음하는 아이들

 
꿈을 소리 내어 말하다

 

다섯째 날_꿈의 형상을 갖다

 

아이들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꿈의 형상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몸의 크기와 같이 만들어진 형상을 촬영하는 것은 그들에게 꿈을 지속해서 떠올리고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장난기 많던 그 아이 역시 자신의 꿈 앞에서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당당하게 등장해 모두를 향해 차렷 자세로 섰다. 그리고 긴장이 풀린 듯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에 자신의 꿈을 새긴 아이는 언제나 당당할 수 있으리라.

 

꿈의 형상을 갖다

아이들의 분신과도 같은 나무판 작품

 
꿈의 형상을 갖다

 

여섯째 날_ 나의 꿈을 찍다

 

아침 일찍 도착해 운동장을 한 바퀴 걸어보았다. 교장선생님이 손수 옮겨와 심었다는 강인한 생명력의 잔디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뒤뜰에 심어진 깻잎과 울퉁불퉁 불규칙한 바닥의 블럭과 그 틈으로 불쑥 고개를 내민 잡초도 보았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무심한 그 말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작은 변화도 눈여겨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의 꿈을 찍다

카메라 촬영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아이들의 꿈

 
나의 꿈을 찍다

 

사진•글_ 안정주 (미디어 아티스트), 그림•글_ 박시현 (서상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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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동안 예술꽃 씨앗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일상이 된 문화예술교육은 자연스레 학교 담장을 넘어 마을의 일상에도 함께하였다. 디자인/시각분야로 특화되어 운영되어온 서상초등학교 아이들은 ‘우리고장 알리기 프로젝트’로 손수 지역의 농산물 캐릭터를 그리기도 하였고, 직접 만든 작품을 지역시장에 판매하고 수익금을 제 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등 지역민들의 일상 또한 따스하게 물들였다.

 

‘우리들의 꿈 놀이터, 서상초등학교’는 <꿈을 먹는 하루> 사전 프로젝트로 10월 3일부터 11일까지 강원 서상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으며 미디어 아티스트 전소정, 안정주가 함께하였다. 아이들의 작품 결과물은 <꿈을 먹는 하루> 의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 아트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엮어 발표회 개막 영상으로 상영된다.

 

※ ‘우리들의 꿈 놀이터, 서상초등학교’ 참여학생 (21명)
김아라리나, 김희천, 박선하, 심명지, 안유민, 이예찬, 최보라, 홍주영, 황석민, 박시현, 박지현, 이수연, 이현지, 이현호, 정진호, 최원영, 홍우석, 박성윤, 이민혁, 조성민, 최강현

※ 참여예술가
전소정, 미디어 아티스트
서울대학교 조소과,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졸업하였다. 국내외 다수 개인/그룹전을 비롯하여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아티스트 인 스쿨: 무제의 기록 프로젝트’, ‘예술가와 1박 2일: 동물의 사육제’등 예술교육 프로젝트 진행하였다

안정주, 미디어 아티스트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졸업하였다. 국내외 다수 개인/그룹전을 비롯하여 초등학생들과 협업하여 전시한 ‘이미지네이션展’, 고등학생들과 ‘공공의 뮤직비디오’제작 등 다수 예술 교육 프로젝트 진행한 바 있다.

 

관련기사 ‘2014 예술꽃 씨앗학교 발표회: 꿈을 먹는 하루’ 개최
관련링크 예술꽃 씨앗학교 공식 홈페이지: http://flower.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