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시를(Alzheimer’s Poetry Project, APP)」프로그램은 미국 내 24개 주와 호주, 독일, 폴란드, 대한민국 등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개리 글래즈너(Gary Glazner)는 2012년 10월 한국에 방문하여 예술강사들과 함께 시를 주제로 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알츠하이머 환자와 시의 관계성, 나아가 노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시선을 살펴보자.

 

APP의 목표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시를 통해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창의력에 불가능한 영역이 없다고 믿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당신과 당신의 창의력을 소중히 여긴다’는 말 속에는 우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곧 발간될 저의 저서인 「알츠하이머 환자의 문화예술: 노인 요양에 창의력을 더하라(Health Professionals Press: Dementia Arts: Celebrating Creativity in Elder Care.)에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APP의 핵심은 ‘메기고 받기(Call & Response)’를 통한 상호작용의 촉진입니다. ‘메기고 받기’ 기법은 세션 진행자가 시를 한 줄 낭송하면, 참가자들이 이를 따라 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 기법을 미취학 아동부터 10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적용하고 있으며, 큰 규모의 집단은 물론 집에서 이뤄지는 일대일 상황에서도 사용해 왔습니다.

 

‘메기고 받기’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좋은 방법입니다. 참가자들이 함께 제창하는 방식이 많은 노인은 물론, 알츠하이머 말기로 언어 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된 환자들에게도 높은 성공률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접근법은 간단합니다. 세션 진행자가 시의 분리할 수 있는 일부를 발췌하거나 짧은 시 몇 개를 선정해 이를 참가자들이 낭송하게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시가 너무 긴 경우에는 참여자 그룹이 따라 할 수 있게 반으로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호랑이(The Tyger)」의 첫 부분처럼 두 행이 운율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Tyger, tyger burning bright
In the forest of the night
호랑아, 호랑아 밝게 타올라라
밤의 숲에서 밝게 타올라라

 

실험

 

시를 읽을 때 재미, 부드러움, 행복, 흥분 등을 나타내는 다양한 목소리 톤을 반복 사용합니다. 흥미 유발을 위해 조용한 소리와 큰 소리를 섞는 것처럼 목소리 크기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가수가 노래로서 드라마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떻게 강약을 사용하고 있는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음악가가 노래를 극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떻게 강약을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유머를 사용해 보세요.
시와 함께 박수로 리듬을 만들어 보세요.

 

‘메기고 받기’의 사례를 담은 동영상입니다.

 

2012년 10월 한국 예술강사들과 함께 「진달래」에 율동을 맞춘 ‘메기고 받기’
https://www.youtube.com/watch?v=Pw_Q9FdVN0Q

 

이번에는 제가 시와 춤, 음악을 섞는 방법을 요리 조리법처럼 설명해 보겠습니다.

 

조리법

 

제목: 게리의 시낭송회

 

요리 재료:
한 무리의 사람들
한 개의 리듬감 있고 활기찬 시
한 곡의 신나고 즐거운 음악

 

조리법:
비트를 느낄 수 있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 두세요. 하지만 당신의 목소리가 음악에 묻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악 소리가 크면 곤란합니다. 율동을 고르세요.(꼭 복잡할 필요는 없습니다) 혹은 참가자들에게 하고 싶은 움직임이 무엇인지 물어보세요. 몇 가지 사례를 보시죠.

 

비트에 맞춰 오른발과 왼발을 교대로 움직입니다.
주먹질하는 것처럼 왼팔과 오른팔을 교대로 뻗습니다.
‘지붕 들어올리기’처럼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해 팔을 위로 들어 올립니다.

 

율동을 하며 음악의 리듬과 비트에 맞춰 짧은 시 또는 시의 몇 줄을 골라 소리 내 읽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과 함께 메기고 받기의 기술을 이용해 함께 시를 읽습니다. 당신이 불타오를 때까지 신나게 반복 하세요! 신나게요!

 

인생을 위한 시

 

Q.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APP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문화예술교육의 미래는 매우 밝습니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이 커뮤니티에서 갖는 역할 또한 매우 강력합니다. APP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의료서비스 종사자들을 교육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과 협력하여 알츠하이머를 가진 노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심화시켜 우리는 「인생을 위한 시(Poetry for Life, PFL)」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Q. 프로젝트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A. 우리는 「인생을 위한 시」가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전국 규모의 지속발전가능한 예술 및 문화 프로젝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시(時) 재단(Poetry Foundation)과 제휴를 하였습니다. 시(時) 재단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의 열창: 전국 낭송 대회(Poetry Out Loud: National Recitation Contest.)」의 주요 후원자 이기도 합니다.

 

「인생을 위한 시」는 「시의 열창」에 참여한 젊은 시인들의 열정과 기술을 노인복지시설의 어르신들에게 불어넣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입니다. 또 문화예술 강사와 의료서비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창의적 표현활동과 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 활용법’에 대한 교육 또한 진행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시 낭송의 힘을 우리 커뮤니티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계속해서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40만 명의 학생이 「시의 열창」에 참여했습니다. 만약 이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참여 청소년 중 10%만이라도 노인복지시설의 어르신들과 함께 하게 된다면, 그 수는 4만 명이 넘게 됩니다.

 

개리 글래즈너

게리 글래즈너(Gary Glazner) _ 글
게리 글래즈너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시를(Alzheimer’s Poetry Project, App)」프로젝트의 설립자이자 대표이다. APP는 2013년 「Rosalinde Gilbert Innovations in Alzheimer’s Disease Caregiving Legacy Award」와 2012년 「MetLife Foundation Creativity and Aging in America Leadership Award in the category of Community Engagement」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NBC의 「Today」, NPR의 「All Thing Considered」와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 글래즈너의 작업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APP는 미국 내 24개 주와 호주, 독일, 폴란드, 대한민국에서 2만 명이 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2014년 7월 책 「Dementia Arts: Celebrating Creativity in Elder Care.」를 출간했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PP 공식 홈페이지(사진출처) http://www.alzpoet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