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꺼이 그 해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고자 하는 수요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해결책의 제시는 물론, 해결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와 이를 통한 조직의 체질개선, 혁신이 일어나는 대신, 한쪽에서는 정부의 지원제도와 사회적 기업들의 취약한 재정기반이 만나 또 다른 병리 현상을 낳기도 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도 문화예술교육 분야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사회의 새로운 요구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이 본질을 다시 묻고 진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아르떼진 8월 테마는 사회적 기업 관련 정책과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5년 그리고 앞으로의 5년

 

이번 전문가 대담은 (사)씨즈의 상임이사이자 문화기획자, 사회적 기업 컨설팅 등을 펼치는 김종휘 이사와 아르떼진 백현주 기획자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백현주_ 김종휘 상임이사는 문화예술분야에서 사회적 기업 하면 떠오르는 ‘노리단’을 비롯해 하자센터에서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씨즈의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는데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요?

 

김종휘_ (사)씨즈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일종의 ‘중간지원조직’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특정 사회적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기업 생태계 전체의 상호작용을 조율하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기업이란 정부의 공공영역, 시장의 영역, 비영리 민간단체 영역이 골고루 실패한 문제를 일부 떼어내서 회색지대에 갖다 놓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키워보자고 하는 발상이기 때문이지요. 이때 중간지원조직은 동시에 정부, 기업, 비영리조직 등을 매개하면서 생태계를 갱신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포지션이 전문성과 혁신성을 갖추면 큰 촉매제가 되는 것이고, 정부의 자원분배를 대행하는 또 하나의 행정전달체계가 되면 관료집단만 하나 더 느는 셈입니다.

 

4년여 사회적 기업 육성제도를 경험해보면서 민간의 자발적인 사회적 기업 창업 흐름과 민간 주도의 중간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사)씨즈를 꾸리게 됐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엔 사회적 기업을 돕겠다고 자처한 중간지원조직이 많이 생겼지요. 개별의 사회적 기업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변태하거나 도태하는데, (사)씨즈를 비롯한 중간지원조직들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백현주_ 처음부터 결론적인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김 이사가 보시기에 사회적 기업의 지난 5년, 그리고 앞으로 5년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종휘_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은 역사적으로 사회복지계열의 틀에서 소개되면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기업 간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일자리 창출하는 것과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는 아닌데요. 즉, 별개의 정책이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보편적 복지국가 전망이 부재한 당시의 정치현실에서 이것이 의도적으로 혹은 불가피한 분위기로 뒤섞여버렸습니다. 패착이었다고 봐요.

 

방법적으로 회고하면 아주 절묘한 영역(gray zone)의 난제들을 다루는 것이기에 비제도적 속성의 자율적이고 융합적이고 즉각적인 발상과 실행력을 부흥시켰어야 하는데, 도리어 제도 중심의 양적 팽창과 획일성에 치우쳐 행여나 일말의 가능성까지 지루하게 만들어서 소진시켜버린 것 아닐까 하는 걱정과 회의감이 든다는 거죠. 반면에 같은 상황을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그간 이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혁신적 발상이 가졌던 본연의 가치가 무엇이고, 왜 이런 이름이 나왔는지 하는 것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호기도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 챕터를 넘기고 다음 챕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기업 정책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혁신을 해야겠다는 사람들이 등장해서 사회적 기업의 흐름을 재정의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백현주_ 이 단계에서 필요한 지원은 그 동안과는 다른 것일까요?

 

김종휘_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특히 문화예술분야에서 앞으로 정책의 핵심 두 가지 중 하나는 분야별로 ‘스타성’ 사회적 기업을 키우데 데에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스타성’이란 독창적인 소셜 비즈니스 모델과 지속가능성 및 복제가능성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른 하나는 종합백화점 식의 나열적 정책 배치가 아니라, 왜 문화예술 쪽에서 사회적 기업 개념까지 왔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정책별 높은 목표와 본보기를 세우고 관리하는 측면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에 사회적 기업 300여 개 중에서 약 24%가 문화예술분야라고 합니다. 이중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신호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는 곳에는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분명한 신호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있는 문화예술조직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기대보다, 새로 창업하는 조직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처음부터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고, 동기를 확인해가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제대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지요.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기업 자원들이 그들에게 우선 투자되어야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사회적 기업을 양성하는 시대정신과도 어울린다고 봅니다.

 

진짜 성과를 일구어 내기 위하여

 

백현주_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문화예술교육분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사업분야를 하나 추가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진짜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김종휘_ 넓게 봐서는 똑같은 지원금이지만 목적성을 분명히 한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흔히 문화재단이나 지자체들이 했던 단기 프로젝트성 사업과는 다른 평가 기준을 제시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전달이 잘 됐을 것이며, 변화의 신호탄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걸로 읽혔습니다.

 

교육진흥원에서는 이번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된 곳을 대상으로 했는데, 기존에 교육진흥원사업을 하고 있는 주관단체들이 어떤 것을 어떤 수준으로 준비해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면 본보기가 될 수 있겠다 하는 것까지 도와주는 것에 대해선 찬성입니다. 전제는 ‘전환’입니다. 방향을 바꾼다는 뜻인데, 지원금 있으니 조직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겠는지, 정말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만나서 확실히 방향 ‘전환’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신규 발굴은 교육진흥원 사업 안에서가 아니고,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곳 여기저기서 등장해야 하고, 발굴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자기네 문제의식을 심화해서 스스로 식별해서 오는 곳을 손대야지, 직접 신규 육성하는 것은 힘들 수 있겠다는 거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 공유, 교류를 통해서 변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아르떼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봅니다. 이런 신호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보내진다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사회적 기업이라는 문제의식을 통과해서 평소에 생각했던 자기들의 미션을 낯설게 돌아보고 다시 생각해보게 하자는 것이지요.

 

과감하게 변태하려는 사람들이 얼마인지 모르겠는데, 그런 측면에서 문화예술분야 예비 사회적 기업의 전수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대표와 회계담당자만 조사해도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러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현실적 욕구가 나올 수 있고, 이를 어떻게 매개할지 윤곽이 보이겠지요. 사전에 워밍업하는 풀을 마련하는 것도 좋겠어요. 공모에 임박해서 이해관계 때문에 오랜 시간 마음 속에서 담금질 한 게 아닌, 상황 응대식의 준비된 발언을 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사회적’, 그리고 ‘기업적’이란 과연 무엇인가

 

백현주_ 개별 기업이나 지원조직은 사회적 기업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 정도가 성패의 열쇠는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사회적 기업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김종휘_ 영국의 SEL(Social Enteprise London: 사회적기업 지원조직의 일종)의 Allison Ogden-Newton은 사회적 기업을 ‘하나의 유일한 실존물이 아니라(not an entity) 하나의 개념(a concept)’이라고 얘기했어요. 이 말이 종종 사회적 기업은 실체가 없다는 식으로 오역되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적인 것으로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어차피 형형모순이긴 하지만 실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이 말인즉 어떤 필요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란 개념을 등장시킨 것인데, 여기엔 극에서 극에 이르는 다양한 실체들로 이루어지는 그 다양성을 담아내고 촉진하는 큰 발상(Big Think)이자 혁신적 기획(High Concept)이란 뜻에 가깝다는 겁니다.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그 등장 배경을 잘 봐야 합니다. 그것은 인류문명이 현재의 자본주의 발전 단계에서 직면한 문제 때문에 고안된 것이고, 1, 2, 3의 섹터(정부, 기업, 비영리영역)도 실패하고, 그래서 사는 게 힘들고 하니 나온 것입니다.몇몇 저널리스트나 학자들은 사회적기업이 제3의 섹터도 아니고 제4섹터라고 말한다_기획자주다시 말해서 정부도 기업도 비영리영역도 해결 못한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의지이고, 그래서 사회적인 것과 기업적인 것을 계속 합쳐서 뭔가 나오게 하는 것에 대한 사회의 투자의 총량은 당분간 계속해서 늘어나고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이런 맥락 속에서 그 동안은 예술이니 복지니 등의 영역으로 나눠서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왔던 문화예술계의 조직 및 개인의 존재나 활동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이고 장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만 빌어다 쓰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그런 인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백현주_ 사회적 기업 창업 현장에서는 ‘사회적’인 것과 ‘기업적’인 것을 놓고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김종휘_ 착한 일도 하고 돈도 번다? 이걸 머릿속에 지워야 합니다. 그렇게 다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착한 일을 하는 것이 돈을 버는 직업이 되는 사회를 만들든지, 아니면 돈 버는 일이 점점 더 착해지든지… 본인들이 어디에 더 강점이 있겠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런 사회적 기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건 작은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고, 서로 보완하고 심하게 이야기하면 상호 융합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는 역할까지 열어놓고 실험하는 장에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들어와서 우왕좌왕하거나 고민한다고 주춤거리지 말고 본인 팀의 강점을 파악해서 극단적으로 1년은 어떤 방향을 향해 끝까지 가야 해요.

 

‘사회적 미션’ 방향이든 ‘비즈니스 모델’ 방향이든, 둘 다를 처음부터 잘 한다는 말은 교과서에 있는 것이고, 어느 것이든 먼저 임팩트를 키워야 하고, 그럼 상대적으로 미진한 다른 것들은 중간지원조직이 밀착해서 돕거나 교육진흥원 같은 기관에서 정책 별 목표와 선택적 집중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틈새시장으로 치고 들어오려는 이들이 있는데 ‘사회적 미션’을 못 찾아서 엉거주춤 고민하다가 그나마 잘 찾아놓은 비즈니스 모델에 억지로 ‘사회적 미션’을 구겨 넣다 보니 다시 엉망이 되는 식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극단적으로 추구해서 수익창출로 연결해본 임상을 갖게 되면 그 동안에 반드시 자신들에게 맞는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문제’를 새롭게 찾게 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소셜 벤처 대회 하듯이 ‘사회적 미션’ 얼마, 수익모델 얼마, 실현가능성, 아이디어 참신성 얼마, 이런 식으로 점수 매기면 아마 이미 있는 기업도 점수가 하위로 나올 거에요. 그건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것이고 실재할 수 없는 것을 하자는 얘기지요.

 

덧붙이자면, 청년들에게는 사회적 기업 창업이 실패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생애 처음 믿고 실패할 수 있는 작업, 실패가 반드시 교훈이 된다는 뜻보다는 ‘그래도 괜찮다’를 경험 하게 하고, 1%라도 성공의 요소를 발견하는 그런 경험이 중요합니다. 게다가 이런 경험들이 어떤 생태계 안에서 계속 축적되면 더 강력하고 매력적인 성공 모델이 자주 등장하게 될 겁니다. 이런 생태계 안에서 실패하는 것이라면, 좀 더 안심하고 계속 도전할 것이고, 그럼 당연히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정리_백현주   사진_아르떼진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