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함이 조금씩 느껴지던 지난 8월 13일, 남산 끝자락 ‘문학의 집·서울’에서 서예분야 체험워크숍이 열렸다. 서예에 관심 있는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들을 대상으로 일본 서예가 카세츠(華雪)와 도호쿠예술공과대학의 미야모토 타케노리(宮本武典) 교수를 초청해 진행한 이 워크숍은, 아동 대상 서예분야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한자, 하나의 글자에 함축된 가능성

 

워크숍 첫 강의세션에서 카세츠 선생은 한자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였다. 글자의 형태(形)와 소리(音)만을 가진 한국어와 일본어에 비해서, 한자는 한 글자 안에 뜻(意)까지 포함된다는 것, 그리고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가 결합해 새로운 뜻을 가진 한자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자는 글자 하나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다양한 생각을 담을 수 있으며, 글자 하나가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카세츠 선생은 이를 ‘한 글자 서예(one letter calligraphy)‘라고 명명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은 글자 하나만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한글자 서예한글자 서예

 

나무(木)와 숲(森)

 

카세츠 선생은 한자 ‘나무 목(木)’을 소개하며 참가자들에게 숙제를 주었다. 바깥의 산책공간에서 ‘목(木)’이라는 글자를 통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고. 점심시간이 지나고, 자신이 고민한 바를 실제로 표현하는 서예체험시간이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화선지 위에 자신을 대변하는 ‘목(木)’을 표현했다. 커다란 ‘목(木)’, 자그마한 ‘목(木)’, 팔다리가 긴 ‘목(木)’, 짧은 ‘목(木)’ 등 다양한 형태의 ‘목(木)’이 등장했다. 그러고 보니 글자 ‘목(木)’은 사람의 생김새와도 비슷했다.

 

강의와 체험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난 후, 체험 시간이 이어졌다.

 

이어 참가자들은 대형 화선지에 ‘목(木)’을 함께 그리며 다양한 느낌을 연출하였다. 큰 나무 아래에서 보호받는 나무, 꽃을 핀 나무, 열매를 맺은 나무, 문학작품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나무, 춤추는 나무, 날렵하면서도 오래된 느티나무,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처 같은 나무, 겉보기에는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드러운 나무, 유쾌한 나무 등.
이들은 함께 모여 하나의 ‘숲’을 형성했다.

 

단체작품단체작품

단체작품

 

보조강사 미야모토 교수는, 일본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아이들은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각자의 나무보다는 숲을 표현하려 하는데, 이번 워크숍 참가자들은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일본에도 개성 넘치는 숲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동 대상 수업에의 적용

 

미야모토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지금까지 직접 체험한 서예교수법을 아동대상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한 본 워크숍을 똑같이 적용시킬 필요는 없으며, 자신이 얻어가는 포인트를 현장에 적용시키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룹토론과 발표

삼삼오오 모여 이번 워크숍을 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발표하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3~5명의 소그룹으로 모여 이번 워크숍을 통해 느낀 점들을 나누었다. 나무의 가지들이 계속 겹치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약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큰 강한 나무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 나무 밑의 씨앗으로 시작해 큰 나무로 성장하여 숲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 등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로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비롯하여 아동의 흥미도 제고를 위한 색감과 조형의 활용, 미술심리 프로그램에의 적용, 문학(시)•음악•영화장르와의 융합, 글자라는 도구를 활용한 융합프로그램 개발 등 교육방법론적인 이야기 등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이번 워크숍은 ‘서예’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렵고,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라 여겨졌던 서예가 문화예술교육의 한 장르로서 새롭게 다가온 순간이었고, 서예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훌륭한 협동•소통형 프로그램 기획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이번 워크숍의 소기의 성과다.

이다현 _ 국제교류팀

이다현 _ 국제교류팀
정리

 

아동대상 서예프로그램 기획 및 교수법․우수사례 공유를 주제로 한 제 32차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은 <2014 학교문화예술교육 서예문화 분야 시범사업>과 연계하여 진행된 공개형 수업이었다. 이틀 후인 8월 15일에는 용인 현대인재개발원에서 시범사업 참여 강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가 진행되었다.

서예문화 분야 시범사업 수업은 올해 12월까지 전국 15개 초등학교(3~6학년 대상)에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