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사례로 본 디자인 교육

조주연|디자인 교육 새야<!– | nanaoya@hanmail.net–>

문화교육 범주에서 아이들을 위한 디자인 교육은 ‘디자인 방법론’ 보다는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디자인적 사고’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의 문제인식이다. 이러한 사고중심 디자인 교육은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개념, 정보, 체험, 기술 등을 어떻게 창조적인 방법으로 융합하는가에 그 초점이 있다. 다음의 두 가지 사례는 우리의 삶을 보다 가치있게 하기 위해 미학적인 사고의 성과와 다른 학문의 성과를 혼합하여 일상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볼 수 있는 디자인 교육이다.

휠체어 타고 스쿠버다이빙을! – 윌리엄펜 차터스쿨의 ‘디자인 과학’ 수업

장애아 학교 와이드너 스쿨에 다니는 나하라 로드리게즈는 수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쿠버다이빙에 열광하는 건강한 소녀였다. 지금도 종종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곤 하지만 휠체어에서 내려 물에 들어가기까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든 일이다. 윌리엄펜 차터스쿨의 미술교사 랜디 그랜저는 로드리게즈를 위한 휠체어 디자인 수업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와아드너 스쿨의 과학교사에게 공동수업을 제안하고, 듀퐁 어린이병원 재활공학자들에게 테스트와 평가를 부탁하게 된다. 이제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너무나 흥미진진한 해변용 휠체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먼저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토론의 과정을 거쳐 ‘사용자가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에 손상을 입지 않고, 물 속에 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디자인 의도를 정한다. 스스로 그 목표에 부합하기 위한 문제의 지점을 정의하고, 팀을 나누고, 협력 방법을 찾아 나선다. 디자인 재료와 구조를 탐구하기 위해 기존 해변용 휠체어를 조사하고, 듀퐁 어린이병원의 도움으로 재활공학의 여러 성과에 대해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앞서 정의한 목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모래 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을 어떻게 해결할까? 가볍고, 쉽게 접을 수 있고, 가장 작아야 되는 것은 어떻게? 혼자 바다 속으로 들어 갈 수 있는 구조는?

아이들은 목표를 둘러싼 논쟁과 탐구를 거쳐 다음과 같은 디자인 계획의 합의를 도출해 낸다. 휠체어의 뒷바퀴가 모래사장이나 보도블록에서 똑같이 잘 굴러다닐 수 있도록 ‘강아지 뼈‘ 형태로 만든다. 앞바퀴는 컴퓨터 마우스 볼 같은 기능을 하는 스키드를 이용하여 표면의 성질에 따라 마찰의 정도를 조절해서 모래사장에서도 방향조절에 문제가 없도록 디자인한다 등등.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한지 3주만에 와이드너 학생들을 초빙하고, 듀퐁 재활공학자들은 화상시스템을 이용해 생생한 대화를 나누면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들은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탄복했고, 앞바퀴 디자인의 스키드는 우주선의 랜딩 기어로부터 자전거 바퀴에 이르는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여 주었다.
그랜저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16명의 학생의 이름으로 특허 요청을 신청하고, 특허상표사무국으로부터 예비 허가를 받아내었다.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통해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자신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과 강한 소속감을 갖게 되었다.

발견과 발상 – 명동성당을 보다 –
하자센터 생활디자인 작업장의 기초디자인 과정

“왜 명동성당이냐구요? 명동성당과 그 주위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창고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가 발산되고, 종교와 일상사가 맞물려 이야기되는 복합적인 장소잖아요. 패션 1번지의 명동거리와 대비되는 것도 재밌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장소 자체가 아니라 일상에 존재하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는 것이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판돌 남정 씨의 말이다. 또 이 교과과정에선 소박하지만 신선한 목표가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을 찾을 수 있게 안내하려는 것이지요. 다만 그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 지식이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길을 찾아 나서는데 필수적인 것이기에 기왕이면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경험하자는 것뿐입니다.”
이런 취지에 걸맞게 첫 시간에는 <요요마, 바흐에의 영감>이라는 비디오를 보고, 요요마가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작업하는지 알아보는 기회를 가진다. 이것은 바흐의 음악 언어를 건축, 춤, 영화, 다큐멘터리, 정원건축 등 다른 장르의 언어와 결합시킨 실험적인 작업이다. 수강생인 한나는 바흐의 푸가, 즉 ‘서로 다르지만 결론적으로 다르지 않은 두 대립요소를 균등하게 대비, 상응, 조화, 발전시켜서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하는 작곡 형식’에 매료되어 자신의 작업에 적용하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명동성당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기록하는 작업이 진행되어 갔다. 그 기록들은 곧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깃거리의 소중한 재료로서 점점 가치가 생겨나고 있었다. 이제 수업중반에 들어서면서 발견을 발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다. 기록한 것 자체가 작품이 되기도 하고, 보는 방식 자체가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대상을 아주 멀리 두고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가져오는 발상의 전환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은 글쓰기 습관 자체가 하나의 드로잉이고, 훌륭한 자신의 작품이 되기도 한다는 체험이다.
마지막 시간에 ‘쇼하자’를 통해 파티와 전시회를 가진다. 새바는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옷을 만들어 각 주머니마다 그 동안 발견하고 느꼈던 명동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넣어서 보여준다. 이 옷은 명동성당과 주변의 관계를 보여주는 지도이고 책이다. 코코는 명동성당에서 ‘피해의식’이라는 화두를 끌어내 약자를 토끼로 연결시킨 꼴라쥬 작업을 보여준다.

한나는 부조화 속에 조화를 이루는 명동성당의 모순된 모습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책을 만들었다. 쇼핑 천국의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현대적 건물과 고딕풍의 성당,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식과 장례식 등을 관찰과 발상의 조형으로 재해석한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대상을 해석하는 눈을 어느덧 키워가고 있었다.
이 수업은 아이들이 매일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사건과 사물에 대해 다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말걸기하는 태도를 제안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고,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서있다. 이 프로그램은 그 아이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