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사례발표

강원재|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 nanaoya@hanmail.net–>

‘문화’는 ‘쾌적하고 편리’하거나 ‘지적이고 예술적’이며, ‘더불어 살아가며 양식화된 물질적 정신적 성취의 총체’이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하는 연극, 음악, 무용, 문학 등의 표현 양식’이거나, ‘그것을 다루는 기술’이며, 이로부터 ‘아름답고 높은 경지’를 일컫는 지위를 획득했다. ‘교육’은 재미없게도 ‘무언가’를 ‘가르쳐 기름’을 일컬어 왔다. 여기에서 ‘무언가’는 ‘문화’나 ‘예술’을 가리킬 것이고 각각이 가진 함의의 조합에 따라 그 형식과 내용도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문화’와 ‘예술’을 결합하여 다른 의미로 사용해버리거나 순서를 바꾼다든지, 더 나아가 ‘교육’을 앞으로 끌어내어 ‘문화’나 ‘예술’을 수식하게 해버린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될 것이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은 근사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범위를 구체화하거나 유형을 구분 짓다보면 ‘쿨’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서로 다른 학습원리와 방법, 철학들이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같은 틀 안에서 왁자지껄하고 있어 머리가 어지럽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지금은 하기도 힘든 개념 규정부터 해두고 그 안에 문화예술교육을 가두려 하지 말고 이제 시작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

지난 해 경기문화재단에서는 경기도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공모지원사업을 했다. 그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사업은 총 19개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

1) 어르신문화예술지원센터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진행한 사업인데, ‘문화예술교육’하면 쉽게 떠오르는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그 수혜자를 ‘청소년’이라고 떠올리기 쉬운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교육의 효과가 ‘발전’이 아니라 ‘회복’이다. 노인들은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잊혀져 가는 과거를 현재에 가치 있는 것으로 환원함과 동시에 자신의 삶의 생동을 찾게 된다. ‘문화예술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참여자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2) 한중일 어린이 특별전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각 나라의 어린이들과 같이 만든 작업물을 전시하는 프로그램의 부대행사로 진행된 프로그램으로서 안양에서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흔히 말하는 ‘문화센터의 문화예술교육’이다. 그러고 보니 ‘문화센터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전형이 벌써 있긴 있는 거 같다. ‘아이들이 교사가 아니라 작가에게 직접 여러 가지 표현을 위한 기술을 배워 작품을 제작해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표하는’ 식의 체험과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은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쯤 되면 아이들은 교사가 ‘꽝’이어도 프로그램의 밀도가 좀 부족해도, ‘체험’과 ‘발표’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칠판식 수업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고 기억하게된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검증된 ‘과정’을 지키는 ‘문화예술교육’은 기본은 하는 법이다.

3) 구름산 자연학교 수업발표회
광명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예술활동’과 ‘자연체험활동’으로 구성된 ‘방과후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교육’에 내재한 다양한 의미들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프로그램이다. ‘문화교육’이 있는가하면, ‘예술교육’이 있고, 그것이 알고 보면 ‘교육예술’이고…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엄청난 학습장을 이용하니 규격화되거나 정형화될 수도 없다. ‘문화예술교육’의 교실은 안팎의 경계가 없다.

4) 아힘나 평화마을 만들기
김종수 목사와 조진경 선생이 교사로서의 미션을 갖고 만들어가는 캠프 프로그램이다. 캠프는 ‘아이들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 본다’는 컨셉으로 진행되는데, 아이들은 캠프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마을의 시장을 선출하고, 마을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살림산업국’, ‘생명보건국’ 등에서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경찰’이나 ‘은행’ 일을 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은 운영된다. ‘문화예술교육’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자신의 미션(임무)으로 갖고 더불어 지향해도 쾌적한 관계를 기획할 줄 아는 ‘교사’는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가늠케 하는 가장 확실한 척도이다.

*워크숍에서 논의된 자세한 내용은 정보쌈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강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