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시시콜콜(時市callcall)’이 시작되었다. 새롭바게 바뀐 이름과 함께 공모지원 방식도 확 달라졌다. 전문 문화예술교육 단체가 아니더라도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지향점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공모로 문턱을 낮추었다. 지난 6월 9, 12, 18일 3회에 걸쳐 사업설명회가 열렸고 매회 100명 이상의 참석자들이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관심이 뜨겁다.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도 일반 시민들에게도 열린 현장이니 만큼 시민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궁금증이 많을 것이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자문을 맡아온 이광준 소장(바람부는 연구소), 장대철 교수(카이스트 경영대학), 정상훈 사무처장(사회혁신 공간 There)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4 시민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좌담회

 

Q. 시민 문화예술교육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 때문에 참여하는 단체나 활동가들의 분야가 다양하다. 이들을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연결하는 공통적 가치/지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접근하고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광준: 문화예술교육 경험은 우리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감성적‧정서적 역량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높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이 참여자 자신의 구체적인 문제와 연결 되지 않으면 지속력을 갖기 어렵고, 효과 또한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은 쉽게 말해 각각의 개인이 접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문화예술교육의 원리나 방법을 접목하는 것이다. 그 과정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문제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완화하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공동으로 말이다. 여기에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또 다른 키워드가 있다. 말 그대로 시민성, 시민 주체라는 개념이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삶의 문제를 혼자가 아닌 공동체와 함께 풀어나가며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적 활동을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

 

장대철: 시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은 기업 또는 사회적 관점에서 문화예술을 바라봤을 때 문화예술이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문화예술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는 것이다. 예술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라는 것이 내 삶에 있으면 좋겠지만 어렵기 때문에 마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기업의 필요에서 출발해 ‘어떻게 문화예술을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예술기반 경영이라면 사회 구성원들의 필요에서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본다.

 

정상훈: 개인적으로는 섹터와 부문 간 융합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사회혁신의 방법론으로서 시민 문화예술교육에 접근하고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안에 시민성, 공동체 등의 가치가 내재화 되어 있다. 실제로 전국의 수많은 지역 재생 노력 가운데 시민 문화예술교육이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는 문화예술적 가치의 확산의 측면도 있지만, 사회혁신과 지역 재생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확산하는 의미도 있다.

 

이광준 소장
장대철 교수

정상훈 사무처장
시시콜콜

이광준 소장. 장대철 교수와 정상훈 사무처장

 

문화예술을 삶의 문제들과 연결하기

 

Q. 내부적 시각에서는 문화예술이 어떻게 일상과 만나고 통할 수 있을지, 외부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문화예술과 친해지고, 잘 쓸 수 있을지의 고민이 서로 만난 것 같다. 결국 문화예술을 어떻게 삶의 문제들과 만나게 하고 일상과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공통적이다.

 

이광준: 소위 요새 말하는 융합과정과도 같다. 예술적 원리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데 다만 이것들이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화두를 갖고 같이 고민하고 발전시키는 과정도 있는 것 같다.

 

장대철: 다양한 장르가 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공통점, 하나의 연결점이 필요하다. 이때 ‘삶의 문제’라는 이슈를 통해 연결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나의 개인적 관심사는 예술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에너지 환경 문제이다. 문화예술이랑 큰 연관이 없다. 그런데 삶에서의 에너지 환경을 만약 ‘절약한다’는 관점에서 풀면 문화예술교육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여러 분야가 합쳐질 때 그 매개가 삶의 문제 혹은 생활하면서 생기는 자잘하게 생기는 욕구와 같은 ‘시민적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상훈: 흔히 공유, 협동, 참여, 소통을 사회혁신의 운영 원리라고 한다. 이러한 원리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에도 내재되어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시민과 시민을 잇는 매개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시민참여를 통한 공동체 복원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혁신의 운영 원리가 문화예술교육 과정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가 주도하기보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협력해 새로운 환경 만들기

 

Q. 문화예술과 삶의 문제를 연결하여 공공적 역할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와 ‘시민적 문제’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관심이 서로 만났다는 이야기 같다. 서로 다른 영역들이 만나 만들어지는 환경 가운데 문화예술교육가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이광준: 보통의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들은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 정해진 분위기에 맞춰서, 정해진 예산만큼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개 아주 정리된 환경이 아니면 힘들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일반 교육현장에서도 교육자가 학습자에게 내용을 공급하는 구조에서 자기주도성을 펼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현장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어떤 ‘환경’이 만들어져야할까를 고민하고, 그 맥락 안에 프로그램이 어떻게 있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예술강사만 있었다면, 환경을 구성하는 역할들이 더 많아진 것이다. 전문가가 홀로 주도하기보다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협력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의 필요, 수준에 맞게끔 다양한 공간이나 방식들이 창출되려면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고 이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술적 창의성보다 사회적 창의성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역량과 역할이 있는 사람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본다.

 

Q.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구조나 환경이 기본적으로 주어져 있고, 그 안에서 진행할 내용을 고민하는 것이 교육가의 주요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환경자체를 같이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역할 자체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말씀 같다. 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문화예술교육 전문지식과 경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접근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이광준: 그렇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은 굉장히 단순하다. 예술강사 모두 나름의 답답한 곳들이 있을 것이다. 본인들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답답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풀어놓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 자신이 교육을 진행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때 예술강사 자신이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제가 아는 예술강사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이분이 집 앞에 청소년 센터에 출강하는데 시설은 굉장히 좋지만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정작 놀 때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공간이 있지만, 사람들이 활용하지 않고, 정작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은 없다고 느껴지는 상황 가운데서 강의만 계속 나갈 뿐 환경을 바꾸어 볼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때 곧바로 예술교육의 입장에서 출발하기보다 ‘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일상적 질문에서 시작해 동네에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인 것 같다.

 

2014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공모 진행구조 개요

2014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공모 진행구조 개요

 

경쟁이 아닌 소통 속에서 시민 조직의 성장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

 

Q. 2014 시민 문화예술교육 공모지원 사업 ‘시시콜콜(時市callcall)’이 지원 대상의 폭을 넓히고 컨설팅 단계를 포함한 심사과정을 도입했다. 비선정자에 대한 교육도 운영한다. 이미 역량을 갖춘 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을 넘어서 새로운 주체를 발굴, 육성하는 것에 주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혀진다. 시시콜콜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정상훈: 시시콜콜은 문화적 심사 방식을 통해 시민 조직의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노력을 함께하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조직의 미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시작되었다. 새로운 실험이지만, 문화예술의 가치가 담겨있고, 경쟁이 아니라 소통 속에서 새로운 조직 성장을 지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 이 시도가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장대철: 시시콜콜은 맵map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시민들이 우리가 이런 것을 해보겠다,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 제시하면, 장기적이 컨설팅과 여러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해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지켜보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효율성을 따지는 심사방식이라면, 지금은 효과성을 보는 것이다. 기존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대안적 접근, 방법론을 찾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만, 새로운 인프라, 인력, 관점, 방법론 등을 한번 만들어 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나아가 성과를 보기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지난 3년간 시민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을 지켜보면서 중앙기관으로서 집중해야하는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엿보인다. 끝으로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중앙기관이 가져가야할 주요한 과제와 역할에 대한 짧은 조언 부탁드린다.

 

정상훈: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 공공정책이 정책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람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예술가이자, 교육자이자, 시민성을 가지 주체이자, 또 한편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활동가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광준: 새로운 공모를 띄우고,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사업을 실행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하기 위해서 다양한 영양분들을 개발해서 새로운 가능성들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앙이 해야 될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사람을 찾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다양한 문화자원을 결합하는 실험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들이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는 토대를 정책사업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 기관에서 고민해야하는 일들인 것 같다. 이번 시민 문화예술교육 공모지원 사업도 이러한 고민을 반영하여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또 중앙에 있는 기관으로서 아카이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 정보를 쌓는 방식이 아니라 깊은 사례연구를 통해 사회적인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들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쉽을 구축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6월 30일로 2014 시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시시콜콜’ 공모가 마감되었다. 서면심사 이후 기획워크숍, 현장인터뷰, 통합캠프를 통해 단계별 컨설팅이 이루어지고 지원필요성과 발전가능성을 고려해 최종 심사를 통해 지원단체가 선정된다. 비 선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함께 운영한다. 2015년 신규 지원을 위한 공모는 7월부터 9월까지 접수 후, 10월 중 심사를 통해 선정될 예정이다.

 

시시콜콜, 그 동안의 작은 계획과 시도를 그냥 버려두지 말고 그 고민, 함께 발전시켜보자는 손짓을 한다. 이렇게 모인 새로운 시도들이 사례를 만들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반들이 튼튼해져서 ‘우리도 한번 해 볼까?’하는 용기가 더 많은 시민들 가운데 싹트길 기대해본다.

 

 

정리 대외협력팀 권민영, 사진 김은지